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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무한사랑 _ 개암 비전 II (노리치의 줄리안)

이 계시에서 주님께서 내게 어떤 자그마한 것을 하나 보여주셨는데, 

보니, 개암 크기만하고 동그란 무언가가 내 손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내가 유심히 보며 물었다, "이게 대체 뭘까?"

대답이 들려왔다, "창조된 만물 전체이니라."(It is all that is made)

나는 그 조그마한 것이 존속되고 있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어찌나 미미한지 금방이라도 없어져 버리고(sink into nothingness) 말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깨닫게 해주시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것은 지금까지 존속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나님이 그것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만물이 존속하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다."


노리치의 줄리안(Julian of Norwich: ca.1342 – ca.1416),

《하나님 사랑의 계시 Showings》, LT, ch. 5.


"개암(hazelnut) 크기만하다"는 말은 중세 유럽에서 주부들의 요리 용어였다고 한다("버터를 개암 크기만하게 썰어넣고...").  우리 식으로 말해보면 "콩알만하다"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세상 전체가, 이 어마어마한 우주 전체가 "콩알"만했다는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는, 또 하나님을 만난 주부[각주:1] 줄리안에게는 말이다. 


그렇다. 우주는 콩알만하다. 


흔히 우리는 우주를 무한하다고 상상한다. 잘못된 상상이다. 


우주는 무한하지 않다. 

무한한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다. 


오직 하나님의 사랑만이 무한하다. 

그리고 무한한 그 사랑이 온 세상 만물을 지탱하고 있다. 


그렇다. 하나님을 만날 때 우리는 깨닫게 된다. 

우리는 무한한 우주 공간 속에 내던져진, 우주의 미아(迷兒)가 아니다. 

우리는 무한한 사랑이신 하나님의 품 안에 안겨 있는, 그분의 자녀다. 


 / 산처럼


 al shal be wel

 and al shal be wel

 and al manner of thyng shal be wele

 - The Shewings, LT, 38 - 




  1. 은수자가 되기 전까지의 줄리안의 개인사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학자들은 그녀를 자녀를 낳고 양육해본 경험이 있는 여성이었을 것이라 말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