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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영적 성장 (그리스도를 본받아)

진정한 영적 성장은

은혜가 주는 위안을 누릴 때가 아니라, 

그런 은혜의 부재를 

겸손과 자기초월과 인내로써 견디어낼 때 일어난다. 


그러므로, 은혜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서 

기도생활이나 다른 경건생활이 시들어지지 않게 하라. 


-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à Kempis: c. 1380–1471), 《그리스도를 본받아》, book 4, ch. 7.


하나님의 임재와 터치를 느끼는 것은 실로 달콤한 경험이다. 기도 중에, 말씀묵상 중에, 예배 중에 그런 경험을 갖게 될 때 흔히 우리는 '은혜 받았다'고 말하곤 한다. 서구 영성사의 전통적 표현으로 말하면, (영성적) '위안'(consolation)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 경험이 깊었던 영성가들은 한결같이, 그런 영성적 "위안"은 좋은 것이지만 우리 영성생활이 그런 체험에 매달려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토마스 수사는 정말 우리에게 영적 성장이 일어나는 때는 오히려 그런 '위안'이 없을 때, 흔히 하는 말로 (내적으로) '메마를' 때라고 말한다. 그런 시기, 우리가 겸손하게(humbly), 자기를 잊고서(selflessly), 인내하며(patiently) 견딜 때, 우리 영혼은 진정으로 성장한다. 우리 영혼의 근육이 자란다. 


어쩌면 우리가 하나님과 가장 가까울 때는, 영적으로 고양(高揚)되어 "할렐루야!"를 외칠 때가 아니라, "나의 하나님,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부르짖게 되는, 더 이상 비참할 수 없는 지경에서도 여전히 하나님을 유일한 희망으로 알아 붙들고 늘어지는 그런 영적 근기(根氣)의 시간이 아닐까? 


그런 시간에 길러지는 겸손과 자기초월과 인내야말로 우리 영혼에 새겨지는 그리스도의 형상일 것이다. / 이종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