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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삶의 파고 (닛사의 그레고리우스)

분별력과 선견지명이 있는 부모는 그들의 사랑하는 아이를 인생의 큰 파고에 내어 놓을 때, 그가 물에 빠지지 않도록 방주에다가 안전하게 둔다(출 2:3). 각양각색의 나무판들로 짜여진 그 방주는 서로 다른 다양한 교육을 뜻하는데, 이것은 삶이란 파도 위를 떠다니게끔 붙들어 준다.   


- 닛사의 그레고리우스(Gregorius Nyssenus, 335-395) , 《모세의 생애》, 2권 7.


온실의 화초는 사계절이 없다. 

제한되고 짜여진 환경을 맛볼 뿐이다.

겉으로 매끈해 보일지 모르지만, 

막상 손에 쥐어 보면 줄기가 허약하고 향내가 빈약하다.


산전수전, 

야생화를 보라.

비바람을 견딘 인고가 묻어있다. 

각양각색 벌과 나비들을 환대했던 온화함, 넉넉함이 스며있다. 

줄기는 단단하고 코를 쏘는 향내가 몸을 둘렀다.


가시를 세워 다가오는 삶이란 거친 파도에서 

우리를 보호하고 지켜줄 신앙은 무엇으로 엮여질까? 


기쁨, 슬픔, 걱정, 희망, 안전, 외로움

다양한 얼굴로 다가오는 삶의 조각들을

마음을 열어 환영해 보자.

내가 싫고 힘들어 하는 것들

예수의 이름으로 물리쳐 달라고 소리칠 일 아니다.

대신 양식으로 삼아보자.


이제 이틀 후면

19년간 함께 있었던 큰 딸이 기숙사로 떠나간다.

처음 집을 떠나 생소한 환경을 잘 견뎌낼까?


이 아이가 삶의 파고를 즐길만한

교육이 삶의 현장에서 이루어지도록 두 손을 모은다. 


/ 임택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