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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내가 무너져야...(디트리히 본회퍼)


기독교 공동체 삶에 처음 들어오게 된 그리스도인은 종종 그리스도인의 공동생활에 대한 특정 형상을 갖고 들어와 그것을 구현하려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총은 이같은 꿈들을 곧바로 깨뜨려 버린다. 다른 사람에 대한 커다란 실망, 그리스도인 전반에 대한 실망,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한 실망이 우리를 짓누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를 통해 우리로 하여금 참된 기독교 공동체를 알아가도록 인도하신다.  

-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 정지련, 손규태 옮김, 

《신도의 공동생활》 (Gemeinsames Leben),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31.


서울에 있을 때 몸 담았던 교회는 기존 교회들의 구조와 행태에 문제의식을 갖고 소위 평신도들이 모여서 시작된 공동체 였다. 자연스레 각 성도들의 가슴에는 하나님의 교회는 최소한 이렇게 되어야 한다라는 특정 형상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들은 그 형상을 이루고자 소망과 꿈을 지닌 채 교회생활에 헌신을 하였다. 시간이 흐르자 꿈들이 더디 이루어지고 또 깨어지면서 실망과 불만이 쌓여 갔다. 사람에 대한 실망, 교회에 대한 실망, 더 나아가 하나님에 대한 실망감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반응은 교회를 떠나는 것이었다. 소위 더 나은 교회로……. 심지어 기독교를 등지는 이도 있었다. 지금 이들을 조금이라도 나쁘게 생각하거나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깊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다. 당시 어려웠던 국면들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더라면…….

본회퍼는 이야기 한다. 이러한 실망과 좌절을 통해서라야만이  참된 공동체를 알게 된다고. 우리 자신들이 무너져야 만이, 목숨처럼 중요시하는 우리의 어젠다가 내려져야만이 비로서 그리스도와 그분의 활동만이 유일하게 우리 사이에서 역사하실 수 있기에……. 그는 덧붙여 말한다. 

"그리스도교적 공동체보다 공동체에 대한 자신의 꿈을 더 사랑하는 사람은 - 자신을 정직하고 진지하며 희생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 결국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파괴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31쪽) 

한국 개신교가 피폐해 짐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대안적인 교회와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와 움직임들이 활발하다. 본회퍼의 《신도의 공동생활》전반부에는, 이런 움직임에 관계되신 분들이 새겨 볼 말씀이 많다./ 오래된오늘 임택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