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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극기없는 기도생활은 환상이다 (토마스 머튼)

명상 생활(관상적 삶)은 욕구를 이겨내는 자기훈련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빠져있는 습관적 쾌락 없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합니다. (중략) 극기없는 기도 생활은 순수한 환상입니다. 

- 토마스 머튼 《새명상의 씨》, 102쪽


일에 바빠 충분히 기도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당연한 레퍼토리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나는 끊임없이 반복하는 게임, TV프로그램, 스포츠, 특정한 만족을 느끼기 위한 행동들에 시간을 쏟고 있음을 안다. 과하지 않고 적절하다고 합리화해 보지만, "뭐 어때서?"라고 자문하는 내면의 요동 속에서 내가 묶여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습관적 쾌락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냥 두고서도 기도를 통해 마음의 고요를 얻는다면 나는 기도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충동이 자기 자신인 것처럼 여기는 삶에 노예가 되어가면서도 기도를 통해 면죄부만 받는 것은 아닌가? 그럴 때 기도하는 것, 기도자라는 이름은 환상에 다름없다. 기도하며 살아가는 삶이란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허용하는 환상의 연속이 아니라, 자신을 이겨나가는 투쟁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 투쟁은 윤리적 의무감에 따른 의지적 교정이 아니라 자신을 속이는 충동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를 얻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총 앞에 자신의 의지를 봉헌하기만을 구하는 단순함을 통해 이루어지는 변혁이다. / 유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