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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예수를 버린 사람들 (파스칼)


예수께서는 사람들로부터, 최소한 그분께서 사랑하시는 세 친구들로부터 어떤 위로를 구하다. 하지만 그들은 잠자고 있다. 그분은 그 친구들에게 당신과 함께 잠시라도 깨어 있기를 요청하신다. 그러나 그들은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그분을 버린다. 제자들이 가진 얼마 안 되는 긍휼은 그들이 잠드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홀로 하나님의 분노에 내버려지셨다. 예수는 세상에서 혼자이시다. 그분의 고통을 느끼거나 공유하거나, 심지어 알아줄 이가 아무도 없다. 오직 그분과 하늘만이 그것을 알 뿐이다. …… 예수께서는 사람의 동료애와 위로를 찾으신다. 내 생각에는 이것은 그분의 생애에서 매우 독특한 경우이다. …… 예수께서는 사람들에게 간청하셨지만, 사람들은 그분의 기도를 듣지 않았다.[각주:1]


-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 《팡세》(Pensées) VII, 553.


17세기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파스칼은 겟세마니 동산에서의 주님의 기도가 하나님으로부터 거절당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부터 거절당한 것이라고 이해하였다. 주님은 사랑하시는 세 명의 친구들로부터 우정과 위로를 기대하셨지만, 제자들은 철저한 무관심으로 그분의 기도를 듣지 않았고, 그 결과 주님은 홀로 하나님의 분노에 내버려지셨다는 것이다. 


오늘날은 어떤가? 최근 유럽으로 몰려드는 시리아와 아프리카 난민들의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리아 난민도 현재 7백 명이 훨씬 넘는데, 이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시리아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2013년 이후 한 해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하는데 인정되는 경우는 극소수라고 한다(한겨레신문 2015.9.7.). 


주님은 배고픈 자, 목마른 자, 나그네 된 자를 자신과 동일시 하시며, 이런 이들을 주님처럼 영접하고 환대를 베풀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마태복음 25:31-46). 오늘 '예수의 제자이자 친구'라 자처하는 우리들은 그 옛날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세 친구들과 같이 무정함의 잠에 빠져, 자유와 생명을 찾아 나그네된 이들의 간청을 냉담하게 저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하나님 나라 역사에는 "2015년에도 예수께서는 난민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간청하셨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분의 기도를 듣지 않았다."고 기록되지 않을까? / 바람연필 권혁일


Sandro Botticelli(1445-1510), "Sleeping Disciples"



  1. 강조는 번역자가 한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