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

    지금까지도 지속되는 고전 게임 중에 '테트리스(Tetris)'가 있다.  보통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블럭들을 회전시켜 블럭을 빈공간 없이 채우면 그 블럭들이 없어지도록  만들어진 게임이다. 블럭을 더 쌓을 곳이 없으면 끝나는 게임이기 때문에 블럭을 주어진 공간에 잘 회전시켜 넣어야한다. 이 게임과의 첫만남은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갔던 오락실에서였다. 그 때 테트리스를 열심히 했는데 최근 아이들이 내 스마트폰에다가 비슷한 류의 게임을  제멋대로 다운받아둔 참에 다시 몇 번 해보게 되었다. 


Image from www.ea.com/tetris-ipad


    게임을 하면서 나는 20여 년이 지났지만 놀랄 만하게도 변하지 않은 나의 습성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비어 있는 공간에 정확히 일치하는 블럭을 기다리는 내 모습이다. 만약 ㅁ자 형태의 공간이 있는데 ㄴ자 형태의 블럭이 나타나면 난 그 ㅁ자 공간은 비워둔 채 다른 곳에 ㄴ자 블럭을 쌓아두고는 ㅁ자 블럭이 나타날때 까지 기다린다. 원하는 블럭이 제 때 나타나면 다행이지만 그런 경우는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대부분 한 공간을 빼고 나머지는 다 채워졌는데 딱 한 공간에 내가 원하는 블럭이 나타나지 않아서 억울하고도 아쉽게 게임이 종료될 때가 많았다. 그럴때면 난 언제나 "그 블럭이 나오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테트리스를 잘 하는 어떤 친구를 보면서 나는 내 게임의 실패가 '원하는 블럭이 나오지 않은 운 없음' 이 아니라 '나와야한다고 생각하는 블럭에 대한 나 자신의 고집'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비어있는 공간에 딱맞는 블럭을 기다리기보다 조금 보기에 좋지않고 딱맞지 않아도 한 줄의 블럭이라도 줄일 수 있는 자리에 블럭을 채워넣는 것이었다. 모양은 이상하지만 쌓여있는 블럭을 줄여주었기에 오히려 어떤 모양의 블럭이든 받아들일수 있는 수용성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깨달음을 얻은 후 나의 테트리스 방식은 바뀌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후 비슷한 류의 다른 게임을 하는 나는 여전히 비슷한 패턴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었다. 원하는 블럭을 기다리고, 내가 가진 공간과 맞지 않는 블럭은 불편하게 여기고 한 켠에 쌓아두며, 있어야할 블럭을 기다리다 결국 게임이 끝나버리는 패턴 말이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유사하지 않은가? 내게 필요한 사람, 관계, 자리, 기회, 환경을 기다리되 내가 생각한 모양과 방법과 시기를 고집한다. 그러면서 제때에 모든 조건들이 딱 들어맞지 않는 것에 대해 불평하고 운이 없다고 말하며 그걸 가진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며 지낸다. 주어지지 않는 것을 탓하느라 여러 번의 기회와 관계가 주어지지만  한 켠으로 밀어내고 치워둔다. 그리고는 또 다시 내가 원하는 그것을 고집한다. 내가 기다리던 긴 1자형 막대블럭이 나타나 한꺼번에 모든 블럭을 없애주는 기적을 기다린다. 그 사람, 그 자리, 그 기회가 모든 것을 기적처럼 해결해줄 것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나는 사람에 대하여, 환경에 대하여, 일에 대하여 답을 정해놓고 그것에 딱맞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나의 집착을 본다. 그런데 사실은 딱맞는 그것이어야 한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 뿐이다. 내가 가진 것을 애착하는 한 나는 내게 주어진 것들을 은총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은 조금 덜 맞는 기회와 자리와 사람이지만 주어진 사람과 자리를 기쁨으로 수용해간다면 그것이 나를 더 균형있는 삶으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애착을 내려놓는 순간 수용할 수 있게 되며 평화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 진정한 열망 유재경



posted by 진정한 열망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