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영성과 영적 분별

영성학 논문 2017.08.23 23:44


사회적 영성과 영적 분별


2017년 3월 현재, 한국 사회는 촛불시위라는 평화적이며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 시민혁명을 주도하고 민주주의적 가치를 실현해 내고 있다.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이라는 정치적 격동 속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평화적 시위는 한국 사회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성숙한 시민주권시대를 열어가는 데에 또 하나의 역사적 모멘텀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 사회의 다수 여론의 견해와는 다른, 소수의 신앙심 깊다고 자부하는 기독인들은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 광장에서 이른 바 '애국시위'에 참여하여 국가안보를 외치고, 탄핵된 대통령에 대한 애정과 충성을 다짐하는 장면도 교차하고 있다. '애국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문자들을 주고받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왜곡된 뉴스들을 양산하는 사람들이 개신교의 대교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사건에 견해를 달리하는 것을 넘어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과 결정이 결여된 듯한 행위가, 자칫 한국 교회 전체가 시대와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집단으로 비춰지게 만들까,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상존한다. 

     한편, 한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인도 뉴델리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란 기사가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다시금 환기시키고 있다. 세계 최대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위치한 당진 주변에는 환경 단체의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일선 개신교회에서는 공기 오염을 비롯한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다루거나,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모습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와 같은 기독인의 역사 의식의 결여와 시대 정신에 대한 종합적 이해의 부족은 분별과 선택에 있어 매우 중요하게 고려애야 할 점들이다. 오늘의 일상을 반영하고 있는 이 두 가지 상황은 한국 교회 구성원들에게 영성적 삶과 사회 문제 사이에 어떤 연관성 있는지, 있다면 신앙적으로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기독 공동체 안에서 정치적 견해와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 다른 입장을 주장하고, 그로 인해 갈등과 폭력이 발생하는 사례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역사를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현대 사회의 공동체 내에서 사회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차이점을 피력하는 것이 낯선 풍경이 아니라면, 하나의 신앙 고백 안에 서로 다른 가치관과 세계관을 구축한 대상과는 어떤 방식으로 공존과 평화를 꾀할 수 있을까? 본질적으로, 한국 개신교회는 복잡한 사회 문제들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평화와 사랑의 가치를 이 사회 가운데 구현해 낼 수 있을까? 영성적 삶을 추구하는 성도들은 복잡한 사회 현상과 문제들에 대해 어떤 분별의 과정을 거쳐 영적 변화와 성장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까? 이 소고는 한국 사회에 거대담론을 던질 만한 배포와 포부를 갖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깨어있는 지성과 기독교적 양심을 겸비한 소수의 봉사자들과 섬김이들이 이 사회와 공동체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작은 소망에 기대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불편한 주제를 기독교 영적 분별이란 프레임 안에서 대화와 소통의 테이블에 올려 놓고자 한다.

     기독교 영성 전통에서 분별은 매우 중요한 영적 수련의 주제이며, 열매이며, 목표로 인식되어져 왔다. 영 식별(discernment of spirits)의 은사를 포함하는 포괄적 의미의 영성 분별(spiritual discernment)은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한 영혼이 하나님의 뜻을 찾기 위한 기도와 영적 수련을 동반하는 과정이기에 영적이며 초월적인 은사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포스트모던적 상황 속에서 신앙의 순수한 본질을 지키며, 새로운 시대적 환경과 세대적 언어 속에 복음을 새롭게 소개하려 노력하는 영적 구도자들과 젊은 기독인들에게 영적 분별은 필수적인 영적 은사로 간주되고 있다.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를 추구하는 현대 기독인들에게 여러 영역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은 더 이상 “하나님 나라”와 “구원”의 개념을 개인의 영역에 국한시킬 수 없다는 영적 인식을 일깨워준다(Elizabeth Liebert, The Soul of Discernment: A Spiritual Practice for Communities and Institution, 2015). 그렇다면, 현대 기독인들이 직면한  사회 문제들과 산재한 갈등 상황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신앙의 영역에서 소화할 수 있을까? 정치, 사회 및 환경 이슈들을 영적 생활에서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통합과 전인적 성숙을 경험하는 영적 변화와 성장을 꾀할 수 있는 영적 분별은 가능할까? 사회적 존재요, 한국 사회 구성원이며 시민으로서 기독인의 영적 분별을 실천하기 위해 우린 영적 스승들로부터 지혜를 구하고, 영적 분별의 토대를 구축하는 대상을 탐구하면서, 영적 분별의 실천적 방법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기독교 영성가들의 지혜

여러 사회문제들을 자신의 기도와 결부시켜 통합하고 승화하려 노력하던 기독교 영성가들의 발자취는 지금도 우리의 영적 구도의 길에 큰 발자취를 제공한다. 존 울만(John Woolman, 1720-1772)은 서양 기독교 근대사에서 적극적으로 사회문제를 기도와 영성수련의 대상으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근대의 영성가 중에 한 분이다. 미국의 독립운동 과정 속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사회적 이슈들(노예제도, 전쟁, 경제적 착취, 원주민을 향한 폭력 등)을 자신의 영적 삶 안에서 끌어 안아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려고 실행하기 위해 끊임없는 헌신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인물로 유명하다. 존 울만이 평생을 기록한 일기를 자세히 읽어보게 되면, 그가 자신에게 항상 되뇌이던 질문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나의 믿음과 행위 속에서, 앎과 삶속에서, 감정과 반응 속에서 진정으로 일치와 통합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는가?“ 

     울만이 회사의 서기로 일했을 때의 일화는 그의 인생에 전환점을 제공한 사건으로 유명하다. 회사 사장이 자신이 부리던 노예를 팔기 위해 시장에 내놓으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 울만은 마음과 양심의 고통을 호소한다. 그리고 자신의 내적 갈등과 고통을 사장과 교회 공동체에게 이렇게 표현한다. “이 일을 행함에 있어 제 마음이 무척이나 고통스럽습니다. 왜냐하면, (기독교인이) 노예제도를 지키는 것은 기독 신앙과 불일치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Douglas V. Steere, ed. Quaker Spirituality: Selected Writings, “John Woolman Diary, Chapter Ⅲ,” 175), 그 이후 그는 노예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미국의 여러 지역을 순회하면서, 기독인 지주들과 교제를 통해, 노예제도 유지와 기독교 진리는 서로 상응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며 평생을 걸쳐 투쟁한다. 그의 이런 영적 여정은 그가 작성한 문서 (“Some Considerations on the Keeping of Negroes, 1753; Some Considerations on Keeping Negroes, Part Second, 1762)에 고스란히 담겼고, 이 문서는 미국 기독교 안에서 일어난 노예제 페지를 위한 사회적 운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역사적 소명과 사역 속에 담겨 있던 존 울만의 노예제도에 대한 영적 분별은 다음과 같은 영적인 과정과 신앙체계가 내재되어 있었다(Michael L. Birkel, Silence & Witness: The Quaker Tradition, 2004, 59-67). 첫째, 영혼 가운데 역사하시는 성령님의 인도는 우리의 기도를 통해 발견될 수 있다. 둘째,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참여하면, 영혼과 교제하시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거룩한 열망을 만나고, 그 파장이 영혼 안에서도 울리게 된다. 셋째, 하나님의 사랑 안에 뿌리를 내리니 정의에 대한 심도 깊은 인식이 생겼으며, 노예제도에 대한 영적 고뇌로 이어졌다. 넷째, 사회 문제로 인한 불의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 느껴지는 평안은 일시적이며 피상적일 가능성이 높다. 불의를 향한 성령님의 인도하심은 특별히 기존 제도와 체계에 대항하는 방식으로 이끄신다. 다섯째, 영적 분별은 지속적인 신중함과 조심성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한다. 여섯 번째, 개인의 영적 분별은 공동체 안에서 점검되며 공동체 분별과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노예제도를 비롯한 부조리와 불의한 사회구조에 대해 대항했던 존 울만의 삶은 단지 일시적이며 감성적인 반응이 아니라, 영적 삶의 총체적인 경험과 전인적인 변화과정을 통해 하나님과 영적 공동체 안에서 형성된 근본적이며 필수적인 영적 열매였다. 

     사회적 영성과 영적 분별에 있어 현대 기독교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분 중에 마틴 루터 킹 주니어 (Martin Luther King Jr., 1929 ~ 1968) 목사님을 빼놓을 수 없다. 비폭력저항운동을 통해 미국의 시민혁명의 단초를 제공하고, 흑인의 인권을 향상시키며, 인종차별 철폐를 제도적으로 이끌어내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등, 지금까지도 추앙받는 인물이시다. 킹 목사가 젊은 시절 초창기부터 흑인 인권운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는 장인어른이 섬기던 교회에서 청빙을 받아 지역 교회를 섬기던 전도유망한 젊은 목사였다. 그러한 그가 사회운동에 투신하게 된 역사적 계기는 인종차별을 조장 하는 사회제도 아래에서 사회구조적으로 인권을 유린하는 불의한 일들을 몸소 체험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버스 좌석 및 화장실 등, 사회 공공시설에 인종차별적인 제도와 정책이 수행이 되면서 흑인들이 차별을 당하는 현실을 목도하였고, 사회적 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변화에 기독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소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하나님의 선한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사회 구조와 체계(인종차별적 정책)속에서 핍박과 억압을 당하는 사회 구성원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의 영적 분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이기도 하다. 

    또한, 그의 비폭력적 저항 운동 방식은 무엇보다도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인종이란 사회적 체계를 초월한다는 사실을 자신의 영적 분별의 핵심적 요소로 받아들였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가 보여준 사회적 영성의 유산은 억압구조 속에서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영적 여정에 동참하여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는 점, 사회 구조를 향한 하나님의 구속적 사역에 기독인으로서의 소명의식을 찾은 점, 영적 전쟁이 사탄적 구조와 방법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폭력이 아닌, 비폭력적 저항운동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의 초월성과 절대성을 실천한 점 등이 그의 영적 분별의 진정성과 영향력의 증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이슈들을 위한 영적 분별의 영적 토대들

영적 거인들의 발자취와 통찰을 통해 사회 이슈와 문제들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구현하는 사역은 몇 가지 공고한 영적 토대들 위에 세워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만물가운데 충만하게 임재하시고 역사하셔서 오늘도 창조적 사역을 행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고백이며 신학적 이해이다 (골 1:16-18). 영이신 하나님은 당신의 피조물 가운데 충만하게 임하여 계신다. 영적 분별은, 삼위일체의 흘러넘치시는 사랑의 역동이 하나님의 현재적 창조사역으로 성육신되어 인간의 현실, 피조세계와 우리의 일상 가운데 구현된다는 믿음의 토대위에 세워진다.  

    둘째, 기독교 영성이 전인성과 통합성을 필수적으로 추구하듯, 영적 분별도 전인성과 통합성을 지향점으로 삼는다. 만물가운데 충만하신 하나님의 사역과 생명에 참여한다는 것은 하나님과의 동행이 전인적이며 통합적인 삶을 추구하도록 이끄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단지 영적인 삶의 영역을 육체와 물질적 세계에 대척점에 두는 것이 아닌, 삶의 총체적이고 본질적인 영역이 영성 안에서 구현되며 실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러하기에 영적 분별은 삶의 총체적 참여를 요청한다. 영적인 삶이란 기도가 단지 교회에서 드려지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임재하시고, 역사하시는 그 자리에 가서 그 분의 사역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영적으로 인식한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명의식이 부여되는데, 사회적 책임까지 포함된다는 고백이 영적 분별의 세 번째 토대이다. 성령하나님은 우리 영혼의 아픔과 상처, 일그러진 형상을 회복하신 후에,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동참하도록 초대하시는데, 이 그리스도인에게 부여된 소명의식을 깨달은 영혼은, 기독인의 사회적 책임이 필수적인 사명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 소명은 다름 아닌, 내가 왜 여기에서 부르심을 받았는지에 대한 분명한 깨달음이며, 하나님나라에 대한 공동체적 책임의식이며, 영적 긍정과 받아들임이다. 이제 이 소명의식 안에서 영혼은 하나님의 동역자요, 소망의 사역자 (the agency of hope)가 된다. 

    영적 분별의 네 번째 토대는 사회구조와 체계속에 담겨 있는 영적 실체로서 권세(Power)에 대한 영적 이해와 청지기적 실천이다. 신약학자 발터 윙크(Walter Wink, The Power that be: Theology for a new Millennium)는, 이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회구조와 체계가 하나님의 선하신 창조의 현재적 사역을 위해 부르심을 받았다 신념이 기독교회의 소명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전제한다. 교회를 넘어서, 가정, 학교, 직장, 병원, 구청, 시청, 정부, 공공기관 등, 이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구조와 체계는, 그것이 인간에 의해 조직이 되었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선하신 창조사역을 돕기 위해 부르심을 받았다는 고백에 뿌리를 두고 있다. Wink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사회구조와 체계도 타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하나님의 거룩한 소명에 부응하지 않고, 다른 목적을 추구하거나 인간의 이기적이며 파괴적인 욕망이 투영되면 사회구조와 체계도 타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영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기독인의 사회적 책임의식과 소명은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가? Wink는 에베소서 3:10, 6:12과 골로새서 1:15-20을 근거로 사회구조와 체계를 이끄는 주체인 권세(Power)의 영적 영향력을 언급하며, 이 권세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도록 조력하며, 활용하고, 때론 타락하거나 억압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현대 사회 기독인들의 사회적 책무와 소명이라 설득한다. 권력과 기득권이 사탄의 영향에 놓이게 되면, 사회구조와 체계는 사탄적 파괴와 폭력, 지배 및 업압구조를 강화하는데 이용당하게 된다. 사탄적인 탐욕과 폭력이 권력을 이용해 파괴적 행사를 행할 수 없도록, 권력이 그리스도의 구속적 은혜를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이며 소명인 것이다. 사회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권력과 기득권이 하나님의 선하신 창조사역에 동참하도록 인도하고, 타락하여 죄짓는 권세와 기득권을 견제하고 감시하여 다시금 선한 목적을 이루도록 인도하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의 사회적 소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네 가지 토대 위에 2017년을 살아가는 한국 기독인들은 어떤 영적 분별의 은사를 추구하며, 영적 체계로서 구축해 나갈 수 있을까? 이제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사회적 영성형성을 위한 영적 분별과 기도의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자. 


사회적 영성형성을 위한 영적 분별의 방법과 절차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영적 분별은 엄연히 기도이며 영적 수련의 중요한 과목이다. 그러하기에, 분별의 방법을 제시한다는 것은 이성적 차원의 방법뿐 아니라, 우리의 전인적인 참여가 전제된 중보기도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영적 스승들의 통찰과 영적 분별의 토대로, 우리는 적어도 네 단계 (feel-see-judge-act)를 거쳐서 사회구조와 체계, 권세를 향한 영적 분별의 과정을 거칠 수 있다. (Liebert, The Soul of discernment, 5-7)

     첫째, 직접적 경험을 통한 정서적 경험(feeling)으로부터 영적 분별은 출발한다.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발생한 문제, 그로 인해 야기된 긴장과 갈등들은 구조적인 악을 생성해내기도 하지만, 개인의 영역에서는 상처와 아픔, 고통과 슬픔의 감정들을 생산한다. 영적분별을 통해 사회적 영성형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문제를 개인의 정서와 감성적 영역에서 접촉을 통해 내적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지금 여기에서,” 성령님의 임재 안에 거하기 위한 기도이기도 하며, 사회구조적으로 생성된 아픔과 고통을 내재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일례로, 세월호를 통해 드러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월호 사건으로 직접적인 고통과 상실의 슬픔을 경험한 사람들과 교제하며, 그들의 삶의 현장에서 돌보고 보살펴 주는 사역에 참여할 때, 영적 분별의 진정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기도의 대상으로서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철저한 분석(seeing)을 통해 문제의 핵심과 본질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사탄의 책략과 폭력적 탐욕이 사회구조적으로 침투해 들어왔다면, 그 전략을 정확하게 탐구하고 기술하여,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Wink에 의하면, 사회 구조와 체계를 오랫동안 지배해왔던 권세와 기득권이 선한 창조의 숭고한 가치를 어떻게 파괴하고 억압해왔는지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사회학, 심리학, 윤리학 등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도움 받아, 사회구조적 문제의 여러 지층들을 기술하고, 본질을 파악하는 노력이 영적 분별의 과정에 수반되어야 한다. 

     셋째는, 정서적 접촉과 철저한 분석을 통해 획득한 정보들을 이젠 성경과 신학적 관점에서 성찰하고 해석하는 과정(judging)을 필요로 한다. 사회구조적 문제와 권력이 탐욕과 이기심에 기반해 불의를 정당화하고 억압과 폭력구조를 고착시킨다면, 이에 대해 성경과 신학적 관점은 어떤 통찰과 가르침으로 인도하는지를 살펴본다.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신학적 견지와 교단적 배경속에서, 인간과 하나님의 주권, 구원과 해방의 신학적 성찰들은 주어진 상황에 대해서 어떤 통찰을 제공하는지 살피며 기도하고 분별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지금까지 진행해온 과정을 기도로 삼아, 정의를 위한 목회적 반응을 구체적으로 실행한다. 정의실현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것이며, 동시에 불의의 피해자가 된 영혼을 회복시키고, 돌보는 사역이기도 하다. 사회적 영적 분별을 기도로 시작한 영혼은, 영혼을 돌보는 차원에서 목회적 자세를 견지하며 구체적인 행동을 실행할 것이다. 실행방법으로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비폭력적 저항 운동을 근거해서, “상대를 폭력적으로 대하는 방법을 거절하는 것 뿐 아니라, 증오까지 거절할 수 있는” 생산적이며 합리적인 방식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용서, 화합, 평화와 번영을 전제로 한 대화와 소통 혹은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이기에 기존의 소통체계와 사회적 구조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대응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존 울만이 문서를 작성하여 정부와 지역사회에 변화를 요구하였던 방식처럼, 기존 체계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때, 영적 분별은 정의를 위한 목회적 반응으로 인정받으면 그 진정성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나가는 말: 영적 분별의 필수요소

영적 분별의 과정 전체를 통해 영혼이 고백되어야 할 영적 가치들이 있다. 이 고백들은 영적 분별이 총체적인 기도의 과정임을 인식하도록 인도하기에 분별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첫째, 모든 분별의 과정은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겸손함이다. 신비이신 하나님의 뜻이 피조물인 인간에게 완벽하게 계시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이다. 둘째, 사회를 향한 영적 분별은 이 시대와 사회의 아픔과 상처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을 구현하려는 거룩한 열망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은 긍휼함으로 요약될 것이다. 대상이 때론 악의 근원이며 악마적 행위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견지할 때, 우리의 영적 분별은 파괴적이지 않고, 선한 열매를 맺을 것이다. 셋째는, 역사의 주권은 하나님에게 있다는 사실을 견지하며 그 안에서 영적 초연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영적 분별의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하다. 설령, 분명한 악이 분별된다 할지라도 궁극적 심판자는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시며, 역사의 주인 되신 주님께서 당신의 뜻을 이뤄 가실 것이라는 믿음을 지키는 것은 영적 분별의 주권을 주님께 돌려드리는데 있어 중요한 고백다. 마지막으로, 이 고백위에 영적 분별의 궁극적 목표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라는 사실이다. 사회적 문제 해결이나 악의 제거가 아니라, 우리 영혼과 이 공동체가 하나님과 더 친밀한 교제로 나아가, 영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것이란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구름위 햇살 이주형


이 글은 '디바인영성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영성을 살다」 (통권7호, 2017년 상반기), 44-52쪽에 게재된 글입니다.






posted by 구름위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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