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묵상 2 : 반복되는 충실함이 생명을 일군다.

병상묵상 2. 

반복되는 충실함이 생명을 일군다



    아버지는 모두 6번의 항암주사를 맞으셨다. 어떤 회 차에는 가려움증이, 어떤 회 차에는 부종이, 어떤 회 차에는 탈모와 극심한 통증이 아버지를 괴롭혔다. 소화불량과 배변의 어려움은 계속되는 고통이었다. 처음에는 통증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하시고 힘을 냈셨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운이 빠지고 연약해지셨다. 일반적으로 항암주사를 맞고 나면 첫 주는 아주 힘들지만 둘째 주가 지나면서 회복되어 3주가 지나면 다시 항암을 맞을 정도의 상태가 된다. 그런데 차수가 진행될수록 몸의 회복력이 저하되었다. 갈수록 입맛이 없으니 음식을 먹기도 힘들고, 소화가 잘 안 되니 음식도 맛이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항암주사를 맞은 후 병원에 가서 하는 정기점검에서 항암일정을 연기해야 할 수도 있는 위기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그런 날이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함께 힘을 내셨다. 항암치료가 연기되면 투병은 길어질 것이기에 어떻게든 드시려고 애를 쓰셨다. 백혈구 수치가 기준에 미달되어 일정이 연기될 것 같은 때에도 그렇게 일주일 악착같이 드시고 움직이시고 애를 쓰시고 나면 입원 당일에는 수치가 정상범위 안에 들어오는 것을 경험했다. 어머니는 그런 과정을 통해 일주일이란 시간이 변화를 이루는데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을 경험했다고 고백하셨다.


    일주일이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끼니를 꾸준히 먹는 것이면 회복을 맛볼 수 있다. 암환자에게 음식을 먹는 일이 즐거울 리 없지만 그 힘든 일을 충실히 반복해 갈 때 생명의 기운이 몸에서 일어남을 경험할 수 있다. 반복되는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갈 때 생명이 일구어진다. / 진정한 열망 유재경



Image from www.fragata.co.uk


posted by 바람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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