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내다


    보통 숲속의 오솔길이나 바닷가의 해변길은 처음부터 계획하고 닦은 길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다니는 발자국을 따라 자연스럽게 난 길이다. 이곳 <산책길>에 실린 글들과 카테고리들도 마찬가지이다. 블로그가 시작된 지난 7월 이후 여러 가지의 글들이 실험적으로 게시되었고, 그 글들을 묶고 배치하다 보니 지금의 카테고리들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나무가 가지를 치듯이 영성 고전에 담긴 가치 있는 유산들을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산책길 Webzine> 첫 번째 호의 특집을 '영성 고전을 새기는 다양한 길들'이라는 주제로 각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글들로 묶어 보았다. 


     특히 '고전과 현대 이슈'의 "큐리오시티" (산처럼)는 최근의 화성탐사선의 이름에서 시작하여 인간의 호기심(curiocitas)과 면학심(studiositas)을 탐구한 통찰력 있는 글이다. 이글의 필자는 고대 어거스틴의 글을 통해서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지식을 넘어선 '경이로움'(wonder)으로 인도한다. 다음으로 '고전의 흙, 시의 꽃'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꽃이 핀다"는 영성 고전 독서와 삶의 경험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의 사막의 꽃과 같은 시이다. 예로부터 사막은 물리적으로는 불모지이지만, 영적으로는 하나님만을 의지할 수 밖에 없는 비옥한 토양으로 여겨져 왔다. 시적 화자는 사막과 같은 삶의 환경 속에서도 고독과 영적 황량함(desolation)을 전 존재로 삼켜냄으로써 극복해 내려는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여러 카테고리들 중에서도 현재 필자들이 가장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은 '한 줄 묵상'이다. 기독교 영성 고전 중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구절들을 맛있게 요리(번역, 해설)하여 대접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날마다 읽는 성서의 말씀을 주식(dinner)이라고 생각한다면 영성 고전 묵상을 간단한 식사(lunch) 정도로 여겨도 되겠다. 지난 9월에는 필자들이 부지런을 떨어 요리(한 줄 묵상)를 매일 대접하였으나, 그러다 보니 회전초밥집에서 계속 밀려오는 음식들을 충분히 맛보지 못하고 지나쳐 보내는 것처럼, 고전을 충분히 씹지 않고 삼키기에 바쁜 듯한 느낌이 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지난 두 달 간에 게시된 '한 줄 묵상' 중에서 다시 음미해 보아도 좋을 글들을 선별하여 묶어 보았다.


     또한 독자들께서 급하게 '음식'을 드시다가 체하지 않도록, 그리고 필자들이 '가사노동'에 너무 시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속도를 조금 늦추어 시월부터는 '한 줄 묵상'을 일주일에 서너 번 정성껏 요리하여 상에 올리고 있다. 그리고 하루에 한 편 이하의 글로만 상을 차리고 있다. 그 음식들을 먹고 음미하는 것을 독자들의 몫이다. 독자들께서도 <산책길> 블로그라는 상에 차린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고 댓글이나 방명록 등을 통해서 평이나 의견 등을 남겨 주신다면 부족한 필자들의 요리실력과 상을 차리는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산책길'은 필자들만이 다니는 비밀 통로가 아니라 필자와 독자가 길벗이 되어 함께 걸을 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공동의 길이라는 사실이다. 


편집자 바람연필


* <산책길 Webzine> 제1호 여는글 (웹진 보기)




목차


여는 글 : 길을 내다 (바람연필)


특집 : 영성 고전을 새기는 다양한 길들

'한 줄 묵상' 다시 새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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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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