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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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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영적 경험을 위하여: 수덕과 관상의 생활 (고백자 막시무스) 분내고 성질부리는 마음은 사랑으로 고삐를 삼아 제어하고, 욕심부리는 마음은 자제력으로 누그러뜨리십시오. 그리고 그대의 지성, 그 생각하는 힘에는 기도의 날개를 달아 주어 날아 오르게 하시오. 그러면 그대 마음의 빛은 언제나 꺼지지 않고 빛날 것입니다. - 고백자 막시무스(Maximus the Confessor), Capita de caritate, IV, 80. 자기의 경험을 믿음의 근거로 내세우는 사람들을 우리는 흔히 본다. 하지만 이런 이들이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우리의 감각이 우리를 속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온전한 존재가 아니듯 우리들의 감각은 역시 불완전한 것이다. 우리의 감각은 종종 우리를 오류에 빠뜨린다. 이는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자명하다. 즉, 우리는 착각하고 혼동하고 오..
멈출 수 없다 (닛사의 그레고리우스) 하나님을 보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 하나님을 보고자 하는 욕구를 결코 만족시키거나 중단하지 않는 것이다. 하나님은 무한하시기 때문에 하나님을 향한 성장 과정에서 그 과정을 멈출 수 있는 한계란 없다. 닛사의 그레고리우스 (Gregorius of Nyssenus, c.335-395), 《모세의 생애》, II 239. 우리 교회에는 다섯 분의 아주 은혜로우신 권사님들이 계시다. 그런데 그 분들이 하나님을 경험한, 혹은 회심한 경로는 각각 너무나도 다르다. 그래서 어떤 이는 통성으로 기도하지 않으면 기도한 것 같지 않다고 하고, 어떤 이는 소리 질러 기도하면 하나님이 귀가 먹었냐고 하신다. 찬양을 하실 때도 그 분들이 좋아하는 특정한 곡을 하지 않으시면 금방 요청을 하신다. 그 분들에게 가장 은혜로운 예배..
사과 자리에 돌아와 보니, 사과 하나가 성경책 위에 얹혀있다. 친구가 먹으라고 놓아두고 간 모양이다. 곱기도 한 마음 씀씀이. 사과만한 즐거움에 마음은 벌써 단맛을 느낀다. 맛깔스런 빛깔, 탐스런 맵시……. 사과가 원래 이렇게 예뻤나! 향기가 이제사 닿는다. 색보다 늦게 와서는 먼저 온 색을 무색케 하려는 듯 내 눈을 감긴다. 아, 전에도 몇 번인가 내게 닿은 적이 있는 이 냄새, 이 느낌, 이 젖은 냄새……. 자연의 냄새는 젖어있다. 물기는 자연의 냄새를 자연의 냄새이게 한다. 사과의 향을 사과 향이게 하는 것은 바로 그 물기. 향수(香水)의 태생적 한계는 아마 그 ‘물기 없음’에 있는 것이 아닐까. 향수(香水)에도 물(水)이 들어있겠음은 물론. 하지만 그것은 그저 예사로운 H2O일 뿐. 영혼을 적셔오는 자..
극기없는 기도생활은 환상이다 (토마스 머튼) 명상 생활(관상적 삶)은 욕구를 이겨내는 자기훈련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빠져있는 습관적 쾌락 없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합니다. (중략) 극기없는 기도 생활은 순수한 환상입니다. - 토마스 머튼 《새명상의 씨》, 102쪽 일에 바빠 충분히 기도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당연한 레퍼토리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나는 끊임없이 반복하는 게임, TV프로그램, 스포츠, 특정한 만족을 느끼기 위한 행동들에 시간을 쏟고 있음을 안다. 과하지 않고 적절하다고 합리화해 보지만, "뭐 어때서?"라고 자문하는 내면의 요동 속에서 내가 묶여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습관적 쾌락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냥 두고서도 기도를 통해 마음의 고요를 얻는다면 나는 기도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조와 (弔蛙, 개구리의 죽음을 애도함) (김교신) 봄비 쏟아지던 날 새벽, 오래간만에 친구 와군(개구리)들의 안부를 살피고자 담 속을 구부려 찾았더니 오호라, 개구리의 시체 두세 마리 담 꼬리에 부유(죽어서 물위에 떠다님)하고 있었습니다. …… 혹한에 동사한 개구리 시체를 모아 매장하여 주고 보니, 담저에 아직 두어 마리 기어 다닙니다. 아, 전멸은 면했나 봅니다!- 김교신 지음 (1901-1945), KIATS 엮음,《김교신》(서울: 홍성사), 174. 이 글은 신사참배를 강제하는 일제강점기에서도 변절하지 않는 신앙인이 남아있음을, 전멸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이 글로 인해 김교신이 발행하던 이 폐간당하고, 그는 일본경찰에 의해 취조를 받는 고초를 겪었다. 선생은 이러한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민족독립정신을 일깨운 지사였다. 그렇게 세운 나라가 이 땅이..
배운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두스) 사랑없는 배움의 좋은 점을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단지 그것은 우리를 허황되게 할 뿐이다. 배움 없는 사랑은, 헛된 길로, 타락으로 인도할 뿐이다.-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두스(Bernardus Claraevallensis), "아가서" 설교 69: 2. 현대의 기술 위주의 지식 교육과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은 지식의 대상을 도구화해왔다. 한 가지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그 지식을 사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도구(techne)로 취급하여왔다. 또한 한국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입신양명의 수단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사람들은 좀 더 편하게 살기 위해, 물질적 풍요를 누리기 위해,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설정해 놓은 자신의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과 도구로 교육을 전락시켜버렸다. 부모들은 우..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2) : Something of a Rebel 2014년 6월의 추천 도서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2)토머스 머튼: 생애와 작품 (Something of a Rebel) 지난 4월에 이어 이 달의 추천 도서로 윌리엄 쉐넌(William H. Shannon, 1917-2012)이 쓴 토마스 머튼 안내서를 한 권 소개하고자 합니다. 'Something of a Rebel' : Thomas Merton, His Life and Works : An Introduction (Cincinnati, OH: St. Anthony Messenger, 1997). 비교적 얇으면서도 다소 긴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영성가이자 작가 중의 한 사람인 토머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에 대한 간략하면서도 핵심적인 입문..
용서와 인내의 찬양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내 주님, 당신 사랑 까닭에 용서하며병약함과 시련을 견디어 내는 이들을 통하여 찬미 받으시옵소서.평화 안에서 이를 견디는 이들은 복되오니지극히 높으신 이여, 당신께 왕관을 받으리로소이다.- “태양 형제의 노래(피조물의 노래)”, 《아씨시의 프란치스코와 클라라의 글》 , 프란치스코 출판사 프란치스코는 에서 태양 형제, 달 자매, 바람 형제, 물 자매, 불 형제, 땅 자매 등이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을 알아차리고 노래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찬양하는 사람들을 등장시키는데, 그 사람들은 용서하는 사람이고 인내하는 사람들이다. 삶의 다양한 모습 가운데 하나님께 찬양이 되는 삶으로 프란치스코는 용서와 인내를 주목하고 있다. 하나님을 향한 진정한 찬양은 용서하는 삶이다. 또 하나님을 향한 진정한 찬양은 평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