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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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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죽음과 부활 (발타자르) 우리의 감각들은 우리가 가진 이미지들, 사상들과 함께 반드시 그리스도를 따라 죽어야 하고, 지하 세계에 깊이 묻혀야 한다. 먼저 그 이런 과정을 겪은 후에야 그 감각들은 고양(高揚)되어, 감각적이면서 동시에 초(超)-감각적인,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하나님 아버지께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한스 우르스 폰 발타자르(Hans Urs von Balthasar, 1905-1988), The Glory of the Lord: A Theological Aesthetics, vol. I, 245. 우리가 주님을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보게 될” 그 에스카톤(eschaton, 종말)의 날이 이르기 전에는 우리는 그분을 단지 “거울에 비친 모습”으로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발타자르가 말하는 감각의 죽음과..
사랑의 긴박한 갈망 (십자가의 요한) 어느 어두운 밤, 사랑의 긴박한 갈망에 불타서 ―아, 그 순전한 은혜여!― 나는 눈에 띄지 않게 밖으로 나갔다. 집안은 이제 모두 잠들었으므로…… 십자가의 요한(John of the Cross: 1541-1591), 《영혼의 어두운 밤》, Selected Writings, ed. Kieran Kavanaugh, (New York: Paulist, 1978). 162. 갈급함에 목말라 밤을 새며 부르짖을 때가 있었다. 밤새껏 부르짖고 나면 '무언가 통쾌하고 내 할 것 다한 것 같고, 이젠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도 무슨 답답한 문제나 어려울 때에 난 여전히 부르짖는다. 그런데 계속 반복해서 부르짖다 보면, 나에게 하나님은 내가 급할 때에만 필요한 분, 다급하지 않으면 부르짖을 필요가 없는 분..
일상은 하늘에 닿아있는 일 (디트리히 본회퍼)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상에서 사랑과 자비의 일을 무시하지 않는 사람만이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의 말씀을 기쁘고도 믿을 만하게 선포할 수 있다. -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 정지련, 손규태 옮김, 《신도의 공동생활》 (Gemeinsames Leben),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04. 깨닫고 느끼고 새롭게 배우게 된 것이 바로 나 자신인 줄 착각할 때가 많다. 기독교를 전하며 복음을 다른 이에게 소개한다고 해서 그 일이 내가 그 복음 안에서 살고 있다라는 것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기독교 고전의 명문을 소개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교회 강단에서 성경을 풀어 설명하는 목회자들 역시좋은 신학 지식을 갖추고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설교문을 생각해 내는 것을..
영화 <노아>: 리더의 분별과 실존의 갈등 영화 가 상영되었을 당시 한국의 기독인들 사이에 대략 두 가지 반응이 공존하는 듯했다. 우선은 성경의 '노아 이야기'로부터 너무 멀리 온 듯한 낯설음으로 출발하여, 성경 이야기를 곡해 혹은 왜곡하고 있다는 불편함으로 표출된 반응이 그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종교적 경직성 속에 갇혀 있던 노아 이야기를 상상력과 기술력을 통해 현대인들의 오늘의 이야기로 표현해 준 좋은 작품이라는 견해이다. 영화 를 성경의 '노아'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은 분명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영화로서의 가 하나의 예술적 장르로서, 그 자체로 본문이 될 수 있으며, 해석을 통해 대화와 소통의 도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기독인들이 영화 를 감상하고, 해석하는데 있어 염두에 둬야 할 사실은, 감독 Ar..
끊임없이 즐겁게 질문하기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 누가 이것을 이해 못한다고 해도 내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래도 그로 하여금 즐거이'이것이 무엇이냐?'고 계속 묻게 하소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할지라도 즐거움으로 당신을 찾아 만나게 하여주소서. 행여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어놓고 당신을 찾지않을까 두렵습니다. -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of Hippo: 354-430) 《고백록》, Book I, vi (10) 신앙생활은 끊임없이 질문하는 과정입니다. 모든 일과 사건과 피조물속에 우리는 하나님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그 하나님은 우리의 시각과 틀 안에서 왜곡되어 이해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이 왜 그러시는가?', '하나님은 어떤 분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됩니다. 세월호 사고도 이스라엘의 가자공습에도 우리는 이..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3) : 머튼 백과사전 외 2014년 7월의 추천 도서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3)머튼 백과사전 외 *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시리즈 (1) 고요한 등불(Silent Lamp) http://spirituality.co.kr/258 (2) 토머스 머튼: 생애와 작품(Someting of a Reble) http://spirituality.co.kr/282 (3) 머튼 백과사전 (The Thomas Merton Encyclopedia) 외 (4) 파라다이스 여행과 내적 체험 (Paradise Journey & Inner Experience) : 2014년 8월15일 지난 달에 이어 이 달의 추천 도서로 윌리엄 쉐넌(William H. Shannon, 1917-2012)이 쓰거나 편집한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
빛이시기에 사랑이시기에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주님, 당신은 빛이시기에 당신을 알아보도록 그들을 비추시나이다. 주님, 당신은 사랑이시기에 사랑하도록 그들을 불태우시나이다. - “주님의 기도 묵상”, 《아씨시 프란치스코와 클라라의 글》, (서울: 프란치스코 출판사, 2014), 83. 아씨시의 프란치스코는 형제들이 “주님의 기도”를 잘 이해하고 기도할 수 있도록 그 의미를 부연 설명하였다. 위에 인용한 것은 프란치스코의 “주님의 기도 묵상” 중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에 대한 묵상 글 중 일부인데 우리는 묵상 글 역시 그 자체로 기도문인 것을 알 수 있다. 빛이신 주님이 빛을 비춰주시면 우리에게 주님을 아는 지식이 생긴다. 사랑이신 주님이 사랑으로 우리를 불태우시면 우리는 주님을 더욱 뜨겁게 사랑하게 된다. 주님을 아는 지식과 주님을 사랑하는 사랑..
엄마 마음 삑삑삑삑 현관문이 열리고 “학교 다녀왔습니다”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가방이 휙 던져집니다. 현관 앞에 나가보면, 가방 주인은 벌써 사라졌고 거꾸로 쳐박힌 책가방과 신주머니만 뒹굴고 있습니다. 저녁밥 때가 다 되어 돌아온 가방주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먼지 범벅에 땀내가 진동합니다. 한마디로 때 구정물이 쪼르르 흐릅니다. 할머니의 성화에 마지못해 씻고 머리 말리고 자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어느새 보면 맨바닥에 곯아떨어져 있습니다. 그러기를 며칠하더니, 머리를 북북 긁어댑니다. 아니나 다를까, 머릿니가 생겼습니다.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머리를 꼼꼼히 감기고, 헤어드라이기로 말리고, 참빗질을 곱게 해 머릿니를 잡아줬습니다. 깨끗이 씻은 몸에서, 곱게 빛은 머리칼에서 차르르 윤기가 돕니다.문득, ‘철없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