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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기적 (W.H. 오든) 죽을 인생에 절실한 건 기적. 영원이 시간 속 사건이 되고무한이 유한한 사실이 되는 것이 어찌 가능할까. 가능한 일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하나니. 죽을 인생에 절실한 건 기적. We who must die demand a miracle.How could the Eternal do a temporal act,The Infinite become a finite fact?Nothing can save us that is possible:We who must die demand a miracle. W. H. Auden, FOR THE TIME BEING, 'A Christmas Oratorio' 우리에게 필요한 건기적. 그래서 주신'크리스마스의 기적'. 예수님은 '기적'이시다. 참 하나님이요 참 사람이신 기적. ..
거인의 어깨 위에 선 난장이 (블루아의 피터) 개들이 아무리 나에게 짖어대고, 돼지들이 꿀꿀댄다 할지라도, 나는 옛 선현들의 글을 본받아 행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언제나 나의 공부가 될 것이며, 내 기력이 다하는 날까지 나는 결코 이것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는 난장이들과 같다. 그 거인들 덕분에 우리는 그들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다. 우리의 고전 공부는 우리들의 소견보다 더 훌륭하고 정교한 선현들의 식견을, 시간의 망각과 사람들의 무관심으로부터 꺼내어 새롭게 되살려내는 일이다. - 블루아의 피터, “Letter 92,” Patrologina Latina, J. P. Migne 엮음, vol. 207, col. 209. 12세기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신학자였던 블루아의 피터(Peter of Bloi..
내 집을 고쳐라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가서 내 집을 고쳐라. 내 집이 완전히 폐허가 되어 가고 있단다." -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Francis of Assisi, 1181-1226), Francis and Clare: The Complete Works, Classics of Western Spirituality (New York: Paulist Press, 1982), 3. 유학을 와서 제일 처음 들었던 수업이 바로 프란치스코의 삶에 대한 수업이었다. 영성 전공으로 왔지만 기독교 영성의 역사에 문외한 이었던 나에게 그나마 들어본 이름이 프란치스코였다. 그러나 그의 삶, 그의 회심, 그의 영성, 어느 것 하나 난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가서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 (마 19:21)"여행을 위하여 아무것도 ..
순결을 낳는 침묵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 압바 이사야가 말했다. "말하기보다 잠자코 있는 것을 좋아하라. 침묵이 보물을 쌓아두는 것이라면, 말하는 것은 보물을 흩뜨리는 것이다."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 주제별》, ch.4, 18. 침묵한다는 것, 반드시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침묵을 통해 거짓과 잘못을 숨길 수도 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무너뜨리고 파괴할 목적으로도 쓰인다. 부모의 자녀들을 향한 침묵은 종종 벌로써 쓰일 때도 있다. 사막 수도자들이 얘기하는 침묵은 이런 것들과는 다르다. 그리고 단순히 입으로 말을 그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침묵은 사막 수도자들에게 자신들의 내적 고요함과 평화를 찾고 유지하기 위한 반드시 필요한 훈련이었다. 이런 침묵은 생명력을 가져다 준다. 각종 소음으로 요동하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
기억의 신비 (C. S. 루이스) 즐거움은 추억될 때 만개(滿開)한다. (A pleasure is full grown only when it is remembered.) - C. S. 루이스, , 홍성사 (인용부분은 필자 역) 요즘 (응사)가 인기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응사가 재미있는 건 꼭 응사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응사를 통해 우리 각자가 자기 옛 추억을 떠올리기 때문인 것 같다. 일찍이 어거스틴이 그랬던 것처럼 C. S. 루이스도 인간 영혼의 활동인 '기억'(memory)의 신비에 대해 자주 말하곤 했는데, 그는 흔히 "기억이 과거를 미화시킨다"고들 하지만, 정말 기억이 "미화"시키는 것 맞느냐고 물었다. 실은 우리는, 기억을 통해 과거에 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오늘 제대로 보게 되는 건 아니냐고, 말이다. ((홍성사) p. 17..
본회퍼라면 페이스북에 어떤 글을 쓸까? 교회는 타인을 위해 존재할 때만 교회이다. 교회는 모든 직업인들에게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생활이 무엇이며, ‘타인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우리들의 교회는 오만의 죄, 권력 숭배의 죄, 시기와 환상주의의 죄에 대해서 그것을 모든 악의 근원으로 보고 저항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우리를 부르신 것은 어떤 새로운 ‘종교인’으로 부르신 것이 아닌 ‘생명’을 낳게하는 사람으로 부르신 것이기 때문이다." - 본회퍼 지음(Dietrich Bonhoeffer, 1906-1945), 고범서 옮김, 《옥중서신》 (The Letters and Papers from Prison), (서울: 대한기독교 서회), 213. 아는 동료목사님의 Facebook ..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하나님의 임재연습) 저는 요즘 님을 온갖 고난에서 건져달라고 기도하는 대신, 님께서 고통받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마땅히 받아야 할 고난을 이겨낼 능력과 인내를 달라고 간절히 구하고 있습니다. [중략] 용기를 내세요. 님의 고통을 끊임없이 하나님께 아뢰세요. 온갖 고난을 이겨낼 만한 힘을 달라고 간구하세요. 다른 무엇보다 하나님과 자주 대화를 나누는 습관을 기르시고, 님께서는 할 수 있는 한 하나님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세요. 병약한 가운데 하나님을 경배하시고, 마치 희생제물을 드리듯이 시시때때로 하나님께 님의 병약함을 아뢰세요. 가장 심각한 고통이 찾아왔을 때에는, 마치 어린 아이가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말하듯이, 겸손하고 다정하게 하나님께 구하세요. 하나님의 거룩하신 뜻을 순순히 따르고 하나님의 은혜로운 도우심을 내려..
겸손을 훈련할 때 (누르시아의 베네딕트) 겸손의 네 번째 단계는 이와 같이 [상급자]에게 순종할 때에 그것이 어렵고 [자신이 원하는 것과] 반대의 일이라 할지라도, 또는 심지어 어떤 종류의 피해를 입는다고 해도 마음으로 잠잠히 고통을 품고, 약해지거나 도망치려고 하지 않고 그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다. 누르시아의 베네딕트(Benedict of Nursia, 480-ca.547), 《베네딕트의 규칙서》 권혁일, 김재현 옮김, 제7장. 35-36. (서울: KIATS, 2011), 43. 《베네딕트의 규칙서》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 중의 하나는 겸손의 열두 단계를 설명하고 있는 제7장이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은 수도자가 높으신 하나님의 완전한 사랑에 도달하기 위해서 지녀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다. 그리고 그 겸손을 훈련하는 방법이 바로 공동체 안에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