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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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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과 피식웃음 초콜릿과 피식 웃음 며칠 전 어떤 성도 한 분이 당 떨어지는 여름에 힘내시라고 초콜릿 한 통을 주고 가셨습니다. 당 떨어지는 여름을 걱정하는 마음이 작은 손 편지에 배어있었습니다. 비싼 선물은 아니지만 힘들 때마다 하나씩 드시면서 ‘피식 웃음’ 지으라는 편지글에 미안하게도 ‘함박웃음’이 지어졌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에게 크고 특별한 것을 주고 싶습니다. 특별한 시간, 특별한 이벤트, 특별한 선물을 주어야 사랑인 시대니까요. 그러나 사랑이 없다 싶어 서운했던 순간들을 돌이키면 대개 작은 순간들입니다. 작은 말 한 마디, 작은 눈빛 한 번, 작은 숨 한 호흡이 마음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특별한 것을 준비하는 노동같은 애씀보다 사랑하는 이에게 작은 순간을, 작은 눈빛을, 작은 숨을 보내고 싶습니다. 인생..
흐르는 강 흐르는 강 자신의 몸매지나왔던 길꼭 가보고 싶은 곳 집착않으니끊임없이 흐른다 고이지 않고 순간순간 흘러마침내 바다에 이른다자유다 오래된 오늘 임택동
병상 묵상 2 : 반복되는 충실함이 생명을 일군다. 병상묵상 2. 반복되는 충실함이 생명을 일군다 아버지는 모두 6번의 항암주사를 맞으셨다. 어떤 회 차에는 가려움증이, 어떤 회 차에는 부종이, 어떤 회 차에는 탈모와 극심한 통증이 아버지를 괴롭혔다. 소화불량과 배변의 어려움은 계속되는 고통이었다. 처음에는 통증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하시고 힘을 냈셨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운이 빠지고 연약해지셨다. 일반적으로 항암주사를 맞고 나면 첫 주는 아주 힘들지만 둘째 주가 지나면서 회복되어 3주가 지나면 다시 항암을 맞을 정도의 상태가 된다. 그런데 차수가 진행될수록 몸의 회복력이 저하되었다. 갈수록 입맛이 없으니 음식을 먹기도 힘들고, 소화가 잘 안 되니 음식도 맛이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항암주사를 맞은 후 병원에 가서 하는 정기점검에서 항암일정을 연기해야 ..
한 사람 한 사람 새벽 4시. 어김없이 알람이 울리면 습관적으로 눈이 떠진다. 잠시 동안 잠자리에 누워 씨름하다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후다닥 옷을 입고 교회로 향한다. 교회에 도착하면 4시 15분. 두 시간이 채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난 말씀을 준비한다. 하루 동안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만나를 섭취하는 영의 식사 시간. 그런데 6시가 가까울수록 만나를 통한 기쁨을 뒤로 하고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마음 속 깊은 구석에서부터 꿈틀대기 시작한다. ‘오늘은 혹시 못 오시지 않을까? 오늘도 또 오실까?’ 언제부터인가 마음속에서 성도를 기다리는 한편의 마음과 성도가 안 오기를 바라는 또 한편의 마음이 치열하게 대립한다. 나의 기대를 비웃기나 하듯, 6시가 되면 한 영혼이 계단을 올라온다. 오늘도 늘 그렇게 어김없이 찾아온 한..
병상 묵상1. 함께 하는 것이 사랑이다. 병상 묵상 1. 함께 하는 것이 사랑이다. 아버지가 몇 개월의 투병생활을 마치셨다. 아직 몸을 추슬러야 하는 과정이 남았지만, 두 종류의 암을 이겨내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가슴 벅차다. 아버지는 병마와 싸워 이기신 것만이 아니라 투병과정을 통해 내게 많은 선물을 주셨다. 아버지가 혈액암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지난 12월은 가족 모두에게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었다. 여러 번 고향으로 가서 담당의와 상의하면서 6차례 이상의 항암치료를 본가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어려움은 아버지의 간병이었다. 항암치료는 3~4일의 입원이면 가능하지만, 항암을 마치고 돌아온 환자가 다시 항암할 때까지 돌보는 3주 정도의 기간을 어떻게 지내실지가 고민이었다. 건강도 좋지 않은 어머니가 간병을 해야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큰 짐이 되었다...
사람이 그립다 사람이 그립다 여름엔 낙동강을 옆에 끼고 살다시피 했다집에서 좀 떨어진 어가골이란 곳에 가면어린 내가 쉽사리 들어갈 수 없는 깊은 물이 제법 있었다 젖가슴 높이 보다 더 깊은 물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는 어머니의 신신당부를 가슴에 안은 채나는 그곳을 두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얕은 곳을 흐르다 깊어진 곳에 다다른 물은소용돌이치며 보조개를 씨익 머금은 채 조용히 웃음을 건네 오곤 하였다 깊어진 가슴 때문에 언제나 소용돌이가 있고또 소용돌이 때문에 깊어진 가슴들이 있다세차게 휘돌아 가슴을 뒤집어 놓는 싱긋, 깊어진 웃음하나 건네 줄 수 있는강물 같은 사람이 그립다. 오래된 오늘 임택동
내가 보는 아름다운 것들 Point Reyes By King of Hearts - Own work, CC BY-SA 4.0, Link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 해안을 따라 차로 한 시간 정도 가면 포인트레이즈(Point Reyes)라는 곳에 당도할 수 있습니다. 넓고 푸른 초지를 한참 동안 지나 차에서 내려 바닷가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면 육지끝 바위에 예쁘장하게 서 있는 등대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망망대해를 바라다보는 아담한 등대의 자태를 눈에 담노라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 십상입니다. 나아가 그곳 오른편에 펼쳐진 끝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길게 뻗은 원시 해안을 보게 되면 그 광활함에 절로 입이 벌어지곤 합니다. 하지만 그곳에 갈 때마다 저의 시선을 가장 크게 사로잡는 광경은 등대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나..
아름다움이 부른다 아름다움이 부른다 시인 박목월 선생님의 시 중에 「개안」(開眼)이라는 시가 있다. 나이 60에 겨우꽃을 꽃으로 볼 수 있는눈이 열렸다. 신이 지으신 오묘한 그것을 그것으로볼 수 있는흐리지 않는 눈어설픈 나의 주관적인 감정으로채색하지 않고있는 그대로의 꽃불꽃을 불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고충만하고 풍부하다. 신이 지으신있는 그것을 그대로 볼 수 있는지복한 눈이제 내가무엇을 노래하랴. 신의 옆자리로 살며시다가가아름답습니다. 감탄할 뿐신이 빚은 술잔에축배의 술을 따를 뿐. 시인은 술에 취했던 것 같다. ‘새 술’(행 2:13)에. 그렇기에 저리 ‘방언’을 쏟아 놓았을 터다. 산문 일색 세계에서 시는 새로운 언어, 곧 방언이다. 시인은 꽃을 ‘불꽃’이라고 명명한다. 아니 호명(呼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