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선조를 통한 분별 (요한 카시아누스)

한 줄 묵상 2015.06.30 13:33

그때 모세가 말했다. "참 분별은 오직 겸손할 때 얻어진다. 겸손의 그 첫 번째 증거는, 되어진 모든 일들이나 생각들이 우리의 (신앙) 선조들의 조사에 맞춰질 때이다. … 자신의 결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신앙 선조들의 모델에 의해서 사는 사람(수도자)은 결코 속임을 당하지 않는다.

- 요한 카시아누스(John Cassian: 360-435), John Cassian: Conferences(New York: Paulist Press, 1985), Conference 2 no.10, p.67.

매일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찾고 따르겠다고 다짐하지만, 실존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는 분별과, 영적 자유를 향한 여정의 순수성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이럴 때 믿음의 선조들이 걸어온 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은 숙연해지고, 영적 분별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모든 노력을 내려놓게 된다. 

〈손양원 목사님 순교 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나의 분별이 얼만큼 초라하고, 자기 중심적이며, 실존의 한계에 묶여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아들을 죽인 청년을 아들로 삼으면서까지 복음을 철저히 삶속에서 살아내고자 했던 그 실행만큼 확실하고 강력한 영적 분별의 열매는 없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나의 한계를 인식하고, 다시금 성령님의 인도하심과 긍휼히 여기심을 구하는 겸손의 자리로 돌아올 때, 참 분별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 이주형


posted by 구름위 햇살

걱정은 절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손양원)

한 줄 묵상 2015.06.16 13:21

밤마다 꿈속에 당신의 마음의 근심과 몸이 불안한 것을 보았는데, 아마 근심 걱정에 눌려 병이 된 모양 같습니다. 그러나 근심과 걱정은 절대 할 필요가 없습니다. 걱정이랑 병 중에 병이요, 죄 중에 큰 죄가 되는 것이외다.


-손양원 (1902~1950), "부인 정양순 사모에게 보낸 편지 2," 《손양원》(홍성사, 2009), 131.


손양원 목사님이 1942년 10월 14일 옥중에서 쓴 편지의 일부이다. 매달 정해진 날에 면회를 오던 아내가 찾아오지 않자, 그는 밤마다 꿈속에서 불안과 걱정 가운데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 그것은 아마도 사모님의 불안이 목사님께 전해졌다기보다, 목사님 당신의 마음속에 걱정이 자라났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 편지에서 아내에게 절대 걱정하지 말라며 당부하는 말씀은, 곧 당신 자신에게 하는 말씀이기도 할 것이다. 손양원 목사님에 의하면, 걱정은 "병 중에 병"이며, "죄 중에 큰 죄"이다. 왜냐하면 걱정 우리의 자비로운 부모가 되시는 하나님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은 기도할 때에 걱정(care)을 하나님께 내어 던지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스스로를 걱정하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진정 우리를 돌보시기(God do take care of us) 때문이다. 머튼은 이러한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것은 아마도 기도 중에 걱정으로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자신이 직접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위대한 믿음의 사람 손양원 목사님도, 뛰어난 영성가 토마스 머튼도 모두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 인생의 어느 순간 그들에게도 걱정이 찾아왔다. 그러나 그들은 그 걱정에 휘둘리거나 정복 당하지 않았다. 걱정을 하나님께 내어 던졌다. 혹시 오늘 기도를 하려고 눈을 감았을 때 근심과 염려가 먼저 떠오른다면, 또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거나 안절부절하게 된다면,  그 걱정들을 하나하나 주님께 아뢰자. 그분께서 그것을 기쁘게 받아 주실 것이다. / 바람연필 권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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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입는 것보다 중요한 것 (손양원)

한 줄 묵상 2012.12.06 16:03

사랑하는 양순 씨에 회답


…… 나는 내년에 졸업해도 절대 예금이나 논밭을 살 계획은 하지 않겠습니다. 부모와 형제를 구제하기도 부족이 많을까요? 내가 지금 아무리 학비에 이같이 군속[묶여 있는 것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게 어려움]을 당하고, 집안에 아버지와 아내와 자식이 굶주려도, 하나님의 진리를 어기면서 잘 먹고 잘 입고 살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손양원 (1902~1950), "부인 정양순 사모에게 보낸 편지1" 《손양원》

(홍성사, 2009), 128-29.


이 글은 손양원 목사가 1937년 경 평양신학교에서 공부할 때에 고향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을 키우며 살림을 꾸려나가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 중의 한 구절이다. 편지 곳곳에 아내와 가족들에 대한 애정이 묻어 있고, 어려운 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들어 있어 글을 읽을 때에 가슴이 찡해진다. 


그러면서도 손양원 목사는 공부를 마치고 난 후에서도 학력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부를 축적하거나 추구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굶주리더라도 자신과 자신의 가족은 하나님의 진리에 따라 바르게 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오래 공부하다 보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사소한 불법이나 편법은 행해도 되지 않나'라는 유혹도 받고, 공부를 마친 후에 고생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그러나 손양원 목사는 오늘 우리에게 공부(학위)를 부와 명예를 추구하는 수단으로 삼지 말라고 말한다. 진리를 벗어나는 삶, 또는 부정직하게 사는 삶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핑계 삼지 말라고 당신의 삶으로 강력하게 말한다. / 바람연필



* 손양원 목사는 일제시대 때에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신앙을 지키다가 수년간 투옥되기도 하였고, 해방 후 여순 사건 때(1948년) 자신의 두 아들을 살해한 원수를 용서하고 양아들로 삼아 '사랑의 원자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여수 애양원에서 한센병 환우들을 보살피고 섬겼으며, 1950년 한국전쟁 때에 공산군이 밀려내려오는 중에도 도망가지 않고 교회와 교인들을 지키다가 순교한 그는 한국교회의 영적 거장 중의 한 명이다.

posted by 바람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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