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투명합니다 (토마스 머튼)

한 줄 묵상 2015.05.12 12:08


저는 모든 것들이 투명해지는 것을 봅니다. 그것들은 더 이상 불투명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숨기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직면해야 하는 것은 삶은 이것처럼 단순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완전히 투명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것을 통해 항상 빛나고 계십니다. 


-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 Solitude: Breaking the Heart (Kansas City, MO: Credence Cassettes, 1988).


영성이 깊어 진다는 것은 세상을 투명하게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죄와 상처, 이기심과 교만, 재난과 사고 등 우리의 눈을 가려 하나님을 숨기는 것들을 넘어서 이 세상 가운데 항상 밝게 빛나고 계신 주님의 현존을 뵙고 그 가운데 사는 사람이 깊은 영성의 사람입니다


토마스 머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세상이 지금 우리의 세상과 달리 평온하여 하나님의 임재가 투명하게 나타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가 살았던 20세기 초중반은 두 번에 걸친 세계 대전과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등으로 세계 곳곳에 화약냄새와 비탄이 가득했던 때였습니다. 심지어 사람들은 "하나님은 죽었다."라고 외치기도 하였지요


또는 그가 '세상과 분리된' 수도원 안에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한가한' 말을 한 것도 아닙니다. 젊은 시절 머튼은 세상을 등지고 수도원에 들어갔지만, 그는 수도원의 깊은 고독 속에서 자신 안에 있는 세상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는 근원적인 차원에서 자신이 아우슈비츠와 같은 세상의 비극에 깊이 연루되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면 머튼은 어떻게 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완전히 투명하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요? 


그 비결은 아마도 '고독'과 '침묵'일 것입니다. 고독은 우리의 눈을 덮고 있는 '비늘'(행9:18)이 드러나게 하고, 그것을 벗기시는 주님의 은총의 빛에 우리를 노출 시킵니다. 침묵은 우리의 틀에 갇힌 생각과 말들을 잠잠하게 하고, 직관의 눈을 뜨게 하여 사람의 언어에 제한되지 않는 주님의 현존을 보게 합니다. 고독과 침묵은 깜깜한 밤에도 사방을 덮고 있는 어둠이 아니라 그 속에 희미하게 존재하는 빛을 발견하고 주목하게 합니다. 그러면 점차 어둠이 투명해지고 하나님이 세상 속에서 항상 충만하게 빛나고 계신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 권혁일

posted by 바람연필

깊은 어두움으로 뛰어드는 잠수부 (마카리우스)

한 줄 묵상 2013.01.18 00:16
  • 자신의 욕구의 추구를 최상의 가치로 삶는 생각의 뿌리에는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발달심리학에서 말하는 유아적인 상태와 통한다. 그러나 잠수부처럼 우리의 욕구 중심에 깊이 내려가면 그속에서 우주의 중심이신 하나님을 향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영적 성숙일 것이다.

    BlogIcon 바람연필 2013.01.18 00:27 신고

신중한 사람들은 욕망이 일어나기 시작할 때 그것에 복종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에 화를 내며 등을 돌리고, 자기 스스로를 원수처렴 여긴다.  이런 이들은 이를테면 잠수부와 같다. 잠수부들은 왕관을 장식할 진주를 얻기 위해, 혹은 임금의 옷을 자주빛으로 채색할 염료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바다밑까지 헤엄쳐 들어간다. 금욕의 삶을 사는 수도자들은 이런 잠수부들과 같다. 그들은 세상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깊은 어두움 속으로 내려간다. 거기에서 그리스도의 왕관과 거룩한 교회와 새 세상과 빛의 도성과 천상의 성도들에 어울리는 값진 보석들 모아 온다.  


- 마카리우스(c.300-390) 『신령한 설교』 (은성), 15. 51.

 

마카리우스는 이 설교에서, 사람들이 자기 밖의 세상에 대해서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자기 자신의 마음(내면)을 들여다보고 점검하는 데는 서툴고 무관심하다고 지적한다(§ 48). 우리의 소원과 욕구가 만들어지는 자리인 마음에는 무질서도 있고, 오류도 있고, 어두움도 있으며, 악에 오염된 부분도 있다 (§ 49-50). 그러므로 참된 것을 얻으려면 먼저 우리에게 어떤 욕구가 생기면 그것을 얻기 위해 바로 행동에 나서지 말고, 먼저 그것을 잠시 내려 놓고 그 욕구가 일어나는 우리의 마음을 잘 점검하고 그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더하여 깊은 어두움으로 들어가는 일은 세상과 그 문화, 그리고 나의 지식과 가치 체계 일체를 벗어 놓고 물러나는 일도 포함한다. 이런 자기 부정의 모험을 감행할 때 사람은 비로소 참으로 값진 것, 참되고 영원한 것, 즉 우리가 마땅히 원해야 할 것을 발견하게 된다고 이 초대의 수도자는 말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욕망의 성취에 적극적인 시대이다. ‘내가 가지고 싶은 것’, ‘내가 되고 싶은 것을 향해 돌진하는 인생에 갈채를 보내며, 그런 목표를 성취한 사람들을 성공한 사람으로 높인다. 이런 만큼 우리는 우리가 가진 소원의 바탕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것을 만들어내는 우리의 마음은 얼마나 순수하고 선한 동기들을 담고 있는지, 우리의 소원과 욕구의 추구는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야만 한다.

 

끝으로 우리들의 마음과 거기서 생겨냐는 욕구를 그냥 절대시하고 추종해서는 우리가 행복해 질수도, 성숙해 질 수도, 거룩해 질수도 없다고 말하는 이 수도자는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으로 들어가, [세상을 향해 열린] 문을 닫고서, 숨어 계시는 네 아버지께 기도해야 한다” (6:5)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담긴 의미를 잘 깨달아 살아낸 지혜로운 신앙의 선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 새결새김

posted by 새결새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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