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그리고 참여 (안토니의 생애)

2013년 6월의 추천고전


안토니의 생애 (The Life of Antony)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영성 고전을 소개하고 싶다안토니의 생애 (The Life of Antony)》는 수도원 운동의 창시자라고 불리우는 이집트의 안토니우스(Antonius of Egypt 또는 Ant(h)ony the Great)를 소개한 책이다. 비록 이 책은 약 1700여년 전에 쓰여졌지만, 순전한 삶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지금까지 애독되어 왔고, 지금도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한 번 쯤 곱씹고 고민해볼 만한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예를 들면, 안토니우스의 가르침과 설교의 주요 주제들은 무엇인가? 저자 아타나시우스는 안토니우스를 통해 당시 아리우스주의자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안토니우스의 부르심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안토니우스의 교회론은 오늘날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가? 오늘날 개신교는 안토니우스의 수도 생활, 은둔 생활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등이다. 

 


·         시대적 배경


      이 책의 저자 아타나시우스(Athanasius, 296-373)는 기독교 초기, 변증과 이단 논쟁을 통해서 기독교 교리가 확정되어 가던 격동기를 살아온 인물이다. 그는 초기 기독교 역사에서 매우 큰 영향을 끼쳤던 밀란 칙령(The Edict of Milan, 313)과 니케아 회의(The Nicaea Council, 325)를 직접 경험하였다. 무엇보다 신플라톤주의 철학에 기반을 둔 아리우스주의자들과의 설전은 그를 평생 기독론과 삼위일체론의 투사로 기억되게 만들었다. 그는 아리우스를 경계하며 안토니우스의 입을 빌어 이렇게 권면한다.

 

안토니가 자신들과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잘못된 주장을 아리우스파가 펼쳤을 때, 그는 흥분하며 그들에게 분노했다. “그러므로 그분(예수님)이 존재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분의 신성을 모독하는 것입니다. …… 하나님 아버지의 아들이자 말씀이신 분을 피조물이라고 말하는 그들은 창조주 하나님보다는 그분이 만드신 것을 더 경배하며 섬기는 ( 1:25) 이방인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습니다” (69).

 

믿음의 자녀들이여, 낙심하지 마시오. …… 여러분 자신을 아리우스파와 상대함을 더럽히지 마시오. 그들의 가르침은 사도들에게서 온 것이 아니며 마귀들과 그들의 아버지인 사탄에게서 온 것이오. 정말로 사탄은 생명이 없고 지각이 없으며 무분별한 노새들처럼 올바르게 이해하지도 못한다오.” (82).

 


·         안토니우스의 삶


      그렇다면 안토니우스는 누구인가? 그는 251년 이집트의 작은 마을 코마(Coma)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스무 살쯤에 부모를 여의고 모든 재산을 상속 받는다. 그러나 그에게는 초기 기독교인들의 순수한 신앙을 따르려는 열정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배 중에 네가 완전하려거든 가서 네가 가진 모든 것을 나누라라는 말씀을 듣고 문자적으로 순종하여 그의 재산을 처분하고 수도생활을 시작하였다.

       처음에 그는 자신이 살던 마을 근처에서 금욕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는 그곳에서 다양한 금욕주의자들을 만나보고 그런 삶을 공부했으며 서로의 가치를 배웠다. 그 후, 그는 그의 거처를 마을 근처의 무덤으로 옮겼다. 그곳에서 수많은 야수의 모양을 한 악령들과의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15년후, 그는 완전한 고독으로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부터 그를 단절시켰다. 나일강 동쪽 피스피르(Pispir)라는 곳에 자리를 잡은 안토니우스는 거의 20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은둔 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그는 더 나아가 나일강과 홍해 사이의 한 곳을 정하여 자신을 격리시켰다. 그러나 안토니우스는 완전한 은둔이 아닌 필요에 따라 자신에게 조언을 구하며 찾아오는 이들을 만나거나 도시로 나가는 현실 참여적인 수도의 삶을 45년간 살다가 105세에 그의 생을 마감하였다.  

 


·         은둔인가, 참여인가?


《안토니의 생애》를 소개하면서 은둔인가 참여인가라는 화두는 참으로 아이들 말로- 생뚱맞다. 왜냐하면 그는 은둔과 금욕의 대명사이지, 현실 참여의 영성은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우리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특히 거꾸로만 향하는 정치인들의 작태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타나시우스는 그가 철저한 참여의 영성을 소유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번은 수도자들이 그에게 간청하기를, 잠시 동안만이라도 그들에게 와서 그들의 생활을 감독해 달라고 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온 수도자들과 함께 길을 떠났으며, 낙타 한 마리가 그들의 빵과 물을 운반하였다. 그 사막은 온통 건조해서 그의 암자가 있는 산속을 제외하고는 물이 없었으므로 그들은 거기에서 물을 걸어왔다. 바야흐로 숨 막힐 듯 한 열기가 온 땅에 가득 차고 물마저 도중에 떨어졌으므로, 그들 모두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들은 여러 곳으로 물을 찾아 헤매었지만 허사였고, 더 이상 길을 걸을 수 없어서 땅 위에 드러누었으며 삶을 포기한 채 낙타를 풀어주었다. 늙은 안토니는 모두가 위험에 처한 것을 보자 몹시 괴로워하고 깊이 탄식하면서 그들을 떠나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갔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손을 내밀며 기도를 드렸다. 즉시 주님은 그가 기도하는 곳에서 물이 펑펑 쏟아지게 하셨다. (54)

 

며칠 후 그는 다시 산 속으로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방문했고, 그 중에서도 고통 받는 사람들은 그에게 담대히 다가갔다. 찾아온 모든 수도자들을 위해서 그는 어김없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55)

 

귀족 한 사람도 마귀에게 시달림을 당하며 그에게 왔다. 그 마귀는 너무 흉악해서 그에게 사로잡힌 사람은 자신이 안토니에게 가고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그의 상태는 너무나 심각해서 자신의 배설물까지 삼킬 정도였다. 그를 데려온 사람들은 안토니에게 그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애원했다. 안토니는 그 젊은이를 측은하게 여기고 기도를 드렸으며, 온 밤을 그와 함께 새웠다. (64)

 

             그는 죽어가는 자들과 함께 있었으며 그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였고 (54), 방문하는 자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었고 (55), 또한 귀신들린 자를 긍휼히 여겨 그와 온 밤을 지새우기도 하였다 (64). 그의 삶은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처럼 은둔의 삶 만이 아니었다. 그는 그 은둔이 무엇을 위함인지 철저하게 알았기에 그의 삶은 아픈 자들과 소외된 자들과 함께 한 현실 참여의 삶이었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사회운동가들처럼 참여만을 외치는 영성가가 아니었다. 그는 우리의 참여는 반드시 고독에서 만나는 하나님과의 경험에 기초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언젠가 그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로부터 또 이런 간청을 받게 되었다. 군대의 지휘관 한사람이 많은 전령사를 보내 그에게 와줄 것을 청했다. 그는 가서 구원에 대한 몇 마디 말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충고를 전한 후, 서둘러 돌아가려고 했다. 공작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그에게 머물러 달라고 간청했으나 그는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공손하게 해명하며, 그 공작을 설득했다.

물고기가 마른 땅 위에 잠시 나와 있으면 죽게 되듯이 수도자들도 여러분과 함께 머뭇거리며 시간을 보낼 때 수도를 게을리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물고기가 바다로 가듯 우리는 산속으로 속히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여러분 사이에 남아 있으면서 우리 안에 있는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85)

 


·         은둔이다 그리고 참여다


      요즘은 정의가 땅에 뭍히고법을 준수하는 자가 냉소와 조소를 받는 시대이다. 이러한 때에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거대한 기득권들에 대항하여 목소리를 내다 지쳐버려아니 해도 해도 안되는 것을 운명처럼 여겨 버리고 급기야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자주 느끼는 듯하다. 국가기관의 권력을 남용하여 선거에 개입하였던 전 국정원장과 국정원 직원들의 잘못은 모른 체하고, 그것에 물을 타기’ 위해 이미 고인이 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발언 등을 문제 삼는 모습은 세상에 하나님의 공평과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의지를 더욱 꺾어버린다. 그래서 많은 이들로 하여금 세상을 등지고 은둔하게만 만들어 간다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안토니의 생애》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가그의 영성은 은둔의 영성인가 참여의 영성인가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부조리 가운데서, 그리고 약한자들이 처절하게 밟히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무엇을 해야하는가


      《안토니의 생애》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참여다! 무엇인 진리인지 고민하지 않는 영성,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 신앙은 죽은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은둔이다! 그 참여의 영적 밑동’(영적 뿌리)은 한 발 물러나서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이다. 《안토니의 생애》는 다시 한 번 이 갑갑하고 떠나가고 싶은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자극을 제공한다. 그것은 그가 105세의 삶을 살면서 타인의 삶에 참여했지만 뒤로 물러나 하나님을 만났기에 가능했던 은둔에 뿌리를 둔 참여의 영성이다 / 나무 잎사귀 이경희




성 안토니의 생애

저자
아타나시우스 지음
출판사
은성 | 2009-02-28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
가격비교



Athanasius : The Life of Antony and the Letter to Marcellinus

저자
Gregg, Robert C. 지음
출판사
Paulist | 2010-06-25 출간
카테고리
문학/만화
책소개
Athanasius (c. 295-373) Bishop of A...
가격비교


posted by 바람연필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