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다시 괴로워지는 마음 (하나님 임재 연습)

한 줄 묵상 2014.12.11 02:31

내가 더 우선적으로 여기는 것은 가능한 한 자주 그분과 함께 영혼 가장 깊숙한 곳으로 물러나 앉아 있는 것이라네. 그분과 함께 거기 거할 때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네. 하지만 일단 그분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나기만 하면 나는 금방 괴로워진다네.

-로렌스 형제(1605-1691)지음, 윤종석 옮김,하나님의 임재 연습 (The Practice of the Presence of God)》 (서울: 두란노, 2000), 41.


미국 미용실 서비스는 한국과 비교하면 형편이 없다. 그래서 종종 한국의 미용실이 그립다.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기만 하면 모든 것이 저절로 다 된다. 머리는 단정하게 깍이고, 알아서 머리를 감겨주며, 젖은 머리를 정성스럽게 말려주고, 평소에는 꿈도 못 꿀 헤어스타일로 멋을 내준다. 가만히 눈을 감고 즐거운 상상을 하거나, 피로에 깜빡 졸다 보면 어느새 모든 것이 다 끝나 있다.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우리는 종종 기도의 자리에서 그런 서비스를 받기 원하는 것 같다. 가만 앉아 있기만 하면 슬픔과 괴로움이 평안으로 채워지는 마법 같은 서비스 말이다. 그래서 기도의 자리로 더 자주 나오라는 권고를 듣는 사람은 많지만, 그분의 임재 안에 머무는 ‘연습’을 지도 받은 이는 드물다. 

평생을 충성스런 평신도 수사로 살았던 로렌스는 주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 자매에게 보낸 편지에서 “주님은 자매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까이” 계시는 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주님이 아무리 가까이 계셔도 주의 임재는 저절로 경험되는 것이 아니다. “밥을 먹을 때나 허드렛일을 할 때에도 심령을 그분께 올려 드리십시오.”라는 그의 충고처럼 하찮아 보이는 일을 할 때조차도 우리의 심령을 주님께 올려드리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흔히 ‘의지’는 ‘은총’을 흐리는 불순물로 취급한다. 그러나 '의지' 또한 하나님이 주신 은총의 선물이 아니던가! 괴로운 마음으로 털썩 기도의 자리에 앉는다고 저절로 주의 임재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줄 기도자는 주변에 즐비하다. "그분과 함께 영혼 가장 깊숙한 곳으로 물러나" 앉는 일은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 없는 기도로는 주님과 함께 머물지 못한다. '금방 다시 괴로워지는 마음'이 그 증거다.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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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의 징표 (귀고 2세)

한 줄 묵상 2014.04.04 12:41
  • 산책길에 집필진이 되심을 축하드리며 사순절에 꼭 필요한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BlogIcon 정승구 2014.04.04 14:48 신고

내면의 흠집들을 씻어주고 죄의 불을 꺼주는 저 눈물은 참으로 복됩니다. 내 영혼아, 이 눈물 안에서 네 신랑이신 분을 알아 모셔라 …… 한숨과 눈물, 바로 이것이 네 신랑께서 네게 주시는 놀라운 선물이며 위로이다. 이러한 눈물은 그분이 네게 마시라고 주시는 은혜로운 음료이다. 이 눈물이야말로 너의 일용할 양식이 되게 하여라. 이 양식은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하며, 꿀과 벌집보다도 더 달콤하다

-귀고 2(Guigo II, ?-1188) 《관상생활에 관한 편지(The Letter on the Contemplative Life)》 VIII


12세기 카르투지오회 수사인 귀고 2세는 《관상생활에 관한 편지》에서 읽기, 묵상, 기도, 관상이라는 4가지 영성훈련의 단계를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하나님의 임재에 온전히 잠겨 영혼의 기쁨과 평안을 누리는 관상의 단계를 설명한 후에, “그러나 주님, 주께서 이런 일을 이루실 때를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무엇이 당신이 오고 계시다는 징표입니까?”라고 묻는다. 귀고 2세가 얻은 답은 “한숨과 눈물”이었다. 눈물 그 자체에 집착해서는 안 되지만, 주님의 온전한 은총으로 인간의 영이 주의 영과 하나가 되는 관상의 증거는 깊은 탄식과 내면 깊숙한 곳에서 쏟아지는 설명할 수 없는 눈물이다.


회개하고 싶어도 자복할 죄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선함의 증거가 아니라 은총에서 멀어졌다는 증거입니다.

울고 싶은데 눈물 한 방울 나지 않습니다.

평안의 복을 누리고 있는 징표가 아니라, 은총이 떠나가는 심판의 징표입니다.

주님이 다가오시면 내면의 더러움이 밝히 드러나겠지요.

그러면 어찌 한숨짓지 않을 수 있을까요?

주님이 다가오시면 그 부끄러움이 은총의 옷으로 덮어지겠지요.

그러면 어찌 눈물짓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은총으로 부으시는 한숨과 눈물을 갈망합니다.

그 한숨과 눈물에서 참 위로와 기쁨을 누리고 싶습니다.  / 김종수




posted by 바다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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