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사랑 _ 개암 비전 III (노리치의 줄리안)

한 줄 묵상 2013.01.12 14:06

나는 그것 [창조된 만물 전체]이 존속되고 있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어찌나 작고 미약(微弱)한 것인지 금방이라도 없어져 버리고(sink into nothingness) 말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노리치의 줄리안(Julian of Norwich: ca.1342 – ca.1416),

《하나님 사랑의 계시 Showings》, LT, ch. 5.



'계시' 가운데 창조된 만물 전체를 일별하게 된 줄리안은 놀랐다. 그 광대한 존재에 놀란 것이 아니라, 그렇게 미소(微小)한 것이 여태도 존재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금방이라도 '무'(nothingness)로 돌아가버릴 것만 같은 그 자그마한 것이 지금도 존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었다. 그 사랑의 능력 덕분이었다. 


"만물이 존속하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다."


아니, 그것이 애초에(in the beginning) 존재하게 된 것 자체가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었다. 하나님께서 태초에 만물을 '무(無)로부터' (out of nothing) 창조하셨다(creatio ex nihilo)--당신 '사랑의 능력'으로 창조해내셨다.


그렇기에 우리는 믿는다. 지금 당장이라도 무(無)로 돌아가버릴 것 같은 내 존재, 허무(虛無) 속으로 떨어져버릴 것 같은 내 실존을, 나를, 너를, 우리를, 우리에게 주신 이 세상을, 사랑이신 주님께서 당신 사랑의 전능으로 지켜주고 계시다는 것을.


그래서인가 보다. 우리가 이 세상을, 인생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은 동시에 우리가 그것을 너무도 '부서지기 쉬운'fragile 것으로 느끼는 순간이기도 한 것이... 


그런 '순간'은 영원과 시간이 교차하는 순간인가 보다. 


지금 이 순간도 '창조'의 일을 하고 계시는--'사랑'의 일을 하고 계시는--하나님을 흘낏 보게 되는 순간인가 보다.  / 산처럼


 al shal be wel

 and al shal be wel

 and al manner of thyng shal be wele

 - The Shewings, LT, 38 - 



posted by 산처럼

무한사랑 _ 개암 비전 II (노리치의 줄리안)

한 줄 묵상 2012.12.30 03:48

이 계시에서 주님께서 내게 어떤 자그마한 것을 하나 보여주셨는데, 

보니, 개암 크기만하고 동그란 무언가가 내 손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내가 유심히 보며 물었다, "이게 대체 뭘까?"

대답이 들려왔다, "창조된 만물 전체이니라."(It is all that is made)

나는 그 조그마한 것이 존속되고 있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어찌나 미미한지 금방이라도 없어져 버리고(sink into nothingness) 말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깨닫게 해주시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것은 지금까지 존속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나님이 그것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만물이 존속하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다."


노리치의 줄리안(Julian of Norwich: ca.1342 – ca.1416),

《하나님 사랑의 계시 Showings》, LT, ch. 5.


"개암(hazelnut) 크기만하다"는 말은 중세 유럽에서 주부들의 요리 용어였다고 한다("버터를 개암 크기만하게 썰어넣고...").  우리 식으로 말해보면 "콩알만하다"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세상 전체가, 이 어마어마한 우주 전체가 "콩알"만했다는 것이다. 

하나님 앞에서는, 또 하나님을 만난 주부[각주:1] 줄리안에게는 말이다. 


그렇다. 우주는 콩알만하다. 


흔히 우리는 우주를 무한하다고 상상한다. 잘못된 상상이다. 


우주는 무한하지 않다. 

무한한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다. 


오직 하나님의 사랑만이 무한하다. 

그리고 무한한 그 사랑이 온 세상 만물을 지탱하고 있다. 


그렇다. 하나님을 만날 때 우리는 깨닫게 된다. 

우리는 무한한 우주 공간 속에 내던져진, 우주의 미아(迷兒)가 아니다. 

우리는 무한한 사랑이신 하나님의 품 안에 안겨 있는, 그분의 자녀다. 


 / 산처럼


 al shal be wel

 and al shal be wel

 and al manner of thyng shal be wele

 - The Shewings, LT, 38 - 




  1. 은수자가 되기 전까지의 줄리안의 개인사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학자들은 그녀를 자녀를 낳고 양육해본 경험이 있는 여성이었을 것이라 말한다. [본문으로]
posted by 산처럼

"자그마한 것" _ 개암 비전 I (노리치의 줄리안)

한 줄 묵상 2012.12.17 16:39
  • 저 개암 속의 나, 현미경으로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존재를 주님이 아시고 이름을 부르신다. 그리고 내 안에 끝을 알 수 없는 우주보다 크신 주님이 계신다. 놀라운 신비이다.

    BlogIcon 바람연필 2012.12.17 16:59 신고

이 계시에서 주님께서 내게 어떤 자그마한 것을 하나 보여주셨는데, 

보니, 동그랗게 생기고 개암 크기 만한 무언가가 내 손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내가 유심히 보며 물었다, "이게 대체 뭘까?"

대답이 들려왔다, "창조된 것 전체이니라."


노리치의 줄리안(Julian of Norwich: ca.1342 – ca.1416),

《하나님 사랑의 계시 Showings》, LT, ch. 5.



구글 크롬 실험 싸이트의 한 팀이 만든 것으로서, 나사(NASA)와 유럽우주기구(European Space Agency) 등에서 가져온 이미지와 데이터를 이용하여 10만개가 넘는 별의 위치를 3D로 시각화하여 놓은 것이 있다. 한번 꼭 보시기를 권한다(크롬 브라우저에서만 작동) :  


http://workshop.chromeexperiments.com/stars


이 어마어마한 우주가 


겨우 개암 크기 만한 무엇이었다


는 것이다. 


하나님에게는.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는. 


 / 산처럼



 al shal be wel

 and al shal be wel

 and al manner of thyng shal be wele

 - The Shewings, LT, 38 - 


posted by 산처럼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