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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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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깊이 뉘우치며 간구한 아빠 (김교신) 1932년 3월 31일 목요일.…… 젖먹이 정옥(正玉)의 기침병이 점점 심하여 적십자의원에서 진찰을 받았으나 별 효과 없다. 나 자신의 신앙인답지 않은 생활을 깊이깊이 뉘우치다. 1932년 4월 1일 금요일.…… 젖먹이의 병의 원인은 나의 영적 나태함에 있는 듯하여, 그 병이 심할수록 깊이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김교신 지음,《김교신일보》(서울: 홍성사, 2016), 46-47. 김교신 선생은 당시 소사역 앞의 감리교회(지금의 부천제일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하던 중인 1932년 1월 30일 넷째 딸을 얻었다. 당시 그는 그 기쁨을 그날 일기에 이렇게 기록하였다. "태모(胎母)가 염려되어 7시 반 차로 소사를 출발하여 집에 오니, 오전 5시 20분경에 일녀(一女)를 더하니, 이것으로 제4녀가 생겼다. ..
헬조선을 성서조선으로! 우리는 다소의 경험과 확신으로써 금일의 조선에 줄 바 최진최절(最珍最切)[가장 귀하고 가장 간절함]의 선물은 신기하지도 않은 구·신약 성서 한 권이 있는 줄 알뿐입니다. … 〈성서조선〉아, 너는 … 조선 혼을 소지한 조선 사람에게 가라. 시골로 가라. 산촌으로 가라. 거기에 초부[나무꾼] 일 인을 위로함으로 너의 사명을 삼으라. - 김교신 지음(1901-1945), KIATS 엮음, 《김교신》(서울: 홍성사), 167, 168. 교회는 민초들이 나무뿌리만 먹으며 지냈던 조선말기와 일제강점기부터 사람들의 혼을 책임지는 ‘의식 공동체’였다. 춥고 배고픈 시절이지만‘조선을 성서 위에 세우겠다’고 일갈하던 김교신, 함석헌, 유동식 같은 어르신들이 있었기에 지옥과 같던 ‘헬조선’은 ‘성서조선’이 되었다. 교회가 ..
신앙생활은 기술이 아니다 (김교신) 신앙생활이라 하여 복술자[점을 치는 사람]처럼 길흉화복을 예측하거나 특별한 청탁으로써 하나님의 총애를 편취[치우쳐 취함]하는 것을 능사로 아는 것은 대단한 오해입니다. 신앙생활은 기술이 아니라, 천하의 대도, 공의를 활보하는 생활입니다.‘망하면 망하리라’는 각오로써. (성서조선 제63호, 1934. 4.)- 김교신 지음(1901-1945), KIATS 엮음, 《김교신》(서울: 홍성사), 40-41.예나 지금이나 '기술자'가 대우받는 모양이다. ‘대우받음’을 꼭 돈에 비유하는 자본주의식 발상이 맘에 들지는 않지만, '기술자'들이 늘 연봉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또한 교회에서도 '종교적인 기술자'가 더 대우받는 모양이다. 귀신 잘 쫓아내는 권사, 본당 쩌렁쩌렁 울리게 기도하는 목소리 큰 집사, 전도사보다 더..
그리스도의 탄생과 가치의 전복 (김교신) 성탄일은 벌써 조선에 있어서도 명절화하였습니다. 신자도 이 날을 축(祝)하고 불신자도 이 날을 하(賀)합니다. …… 이 날을 축하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그의 팔로 힘을 보이사 저의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를 흩으셨고 권위 있는 자를 그 지위에서 내리치셨으며 낮은 자를 높이셨고..." (눅 1:51-52). 마리아가 그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찬미한 것은 단지 평화의 신, 자비의 신인 연고가 아니었습니다. …… 예수의 탄강은 인간 가치의 총 전복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 인생의 갈구하던 행복의 표준이 전도되었습니다. …… 그리스도의 탄강으로 말미암은 이 변혁과 이 척도의 전도(거꾸로 넘어짐)에 능히 견딜 자가 누구입니까? 성탄을 축하하는 자에게 깊은 생각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 김교신 지음 (..
조와 (弔蛙, 개구리의 죽음을 애도함) (김교신) 봄비 쏟아지던 날 새벽, 오래간만에 친구 와군(개구리)들의 안부를 살피고자 담 속을 구부려 찾았더니 오호라, 개구리의 시체 두세 마리 담 꼬리에 부유(죽어서 물위에 떠다님)하고 있었습니다. …… 혹한에 동사한 개구리 시체를 모아 매장하여 주고 보니, 담저에 아직 두어 마리 기어 다닙니다. 아, 전멸은 면했나 봅니다!- 김교신 지음 (1901-1945), KIATS 엮음,《김교신》(서울: 홍성사), 174. 이 글은 신사참배를 강제하는 일제강점기에서도 변절하지 않는 신앙인이 남아있음을, 전멸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이 글로 인해 김교신이 발행하던 이 폐간당하고, 그는 일본경찰에 의해 취조를 받는 고초를 겪었다. 선생은 이러한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민족독립정신을 일깨운 지사였다. 그렇게 세운 나라가 이 땅이..
사실을 사실대로 합시다 (김교신) “모 연석에서 타교 신자인 청년 문학사가 권주하여 말하되, “우리는 술을 술로 마시지 않고 반야탕이라 변칭(變稱)하여 마신다. 너희 기독 신자가 만일 계명에 주저하는 바가 있거든 우리를 모방하여 술의 명칭을 변경함이 양책(좋은 계책)이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 술을 마시면 불가한 줄로 알았던 것이 반야탕이라 변칭하면 양심의 가책 없이 마실 수 있는 겁니까? …… 술은 술이라하고 물은 물이라 합시다. 종교 신자가 되기 전에 정직한 학도가 되고 충실한 시민이 됩시다. … … 사실을 사실대로 합시다.”- 김교신 지음 (1901-1945), KIATS 엮음,《김교신》(서울: 홍성사), 35-7. 김교신 선생은 종교인(신앙인)이 종교 이전에 충실한 시민이 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술을 변칭하여 물이라고 하는 ..
믿음의 주인 (김교신) "생명이 그 귀중함을 망각하고 그 자존심을 투기(내던져 버림)할 때에 그 생명은 일단(계단의 한 층계)을 비약한 생명이요, 한 층 더 고귀한 생명입니다. 우리는 그 생명의 극도의 완성을 예수 그리스도에게 봅니다. 말씀이 육으로 되사 세상에서 생활하셨으나 저는 보내신 이의 의사에 반하여서는 한 가지도 한 것이 없었고, 보내신 이의 뜻에 순종하였기 때문에 십자가에까지 무능한 자처럼 달려 버렸습니다."- 김교신 지음(1901-1945), KIATS 엮음, 《김교신》(서울: 홍성사), 46. 맨 날 죽으란다! 예수님처럼 또 죽으란다! 투기한(내 던져진) 생명이 고귀한 생명이란다! 휴! 힘들다. 그 길을 걷기가 참 벅차다.김교신의 글을 읽다가 같은 맥락의 갈라디아서 2장 20절을 보게 된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
그 사람을 가졌는가? (김교신) "우치무라 선생은 여하간 위대한 선생입니다. …… 마침 우치무라 선생 일생의 대 사업인 로마서 강의가 시작되어 초회부터 비상한 열심으로써 참석하였습니다. …… 당시에 우치무라 선생의 저서를 읽은 것은 독서하였다기보다 기갈(굶주림과 목마름)하였던 자가 몰체면하고 음식물을 탐식한 것이었습니다. …… 다시 말하노니 저는 선생을 가진 사람입니다. …… 우치무라 간조란 인간의 지도를 통하여 복음의 오의(奧義/깊은 뜻)를 가르침 받았다는 것입니다."- 김교신 지음(1901-1945), KIATS 엮음, 《김교신》(서울: 홍성사), 120, 127, 131.      우리에게 '무교회주의자'란 주홍글씨로 폄하되어 알려진 김교신은 사실, 한국교회가 세계에 내세울 만한 탁월한 교육가이며, 민족운동가요, 기독교 사상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