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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절(Ad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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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의 회복 : 한 해의 마무리와 시작을 위한 기도 안내 대림절을 시작으로 신앙력은 이미 한 해가 시작되었어요. 새해인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의 시간은 한 해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갑니다. 신앙력과 세상력의 사이에서, 우리는 전자에 의한 고요한 기다림과 출발보다는 후자가 주는 힘에 더 압도되는 것 같아요. 모임도 많고 마음도 분주합니다. 커다란 박스를 꺼내놓고 12월 31일까지 한 해의 모든 것을 다 쓸어 담고 테잎으로 서둘러 봉인해 버리는 듯합니다. 그리고 1월 1일을 장모가 사위 맞듯 그렇게 가슴만 두근거리는 채 일거리에 쌓여서 정신없이 맞아들입니다. 지난 한 해를 음미할 시간도, 새해를 조용히 가늠해볼 시간도 빼앗긴 채, 우리는 고속도로를 그저 질주합니다. 지나온 길에 대해 조용히 생각하며 방향과 속도를 조정하는, 즉 성찰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위협..
희망과 사랑처럼 : 대림절 그리고 윤동주의 〈사랑스런 추억〉 대림절(Advent). 기다림의 계절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기다린다.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리고, 누군가의 전화나 편지를 기다리고, 용돈날이나 월급날을 기다리고, 학교나 직장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은 합격 통보를 기다린다. 그 외에 모든 이들은 어떤 좋은 소식을, 또는 그리운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런데 특히 한 해의 마지막이 되면 그 어느 때보다 기다림과 그리움이 깊어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성탄절이 있다. 저마다 성탄절을 기다리는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대림절과 성탄절을 과거에 사람의 몸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기억하고, 장차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때로 삼아 왔다. 그러다보니 ‘오늘’은 ‘어제’와 ‘내일’ 사이에서 늘 소외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성탄 절기 속에 ..
정의를 비처럼 내리게 하라 (Roráte Caéli-대림절 찬송) 너 하늘들아, 위로부터 이슬을 내려라. 그리고 구름들이 정의를 비처럼 내리게 하라!Roráte caéli désuper, et núbes plúant jústum.- 대림절 찬송 "Rorate Caeli"에서 지금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오랜 가뭄 끝에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수 년 동안 가뭄을 겪으니 이 노래에 담긴 기다림이 얼마나 간절한지 좀 더 마음에 와닿는다. 이 노래는 아주 오래전부터 독일어권의 교회들을 중심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그레고리안 성가(Gregorian chant)이다. 주로 대림절(Advent)에 가톨릭 교회에서 불려졌으며 메시야의 오심을 대망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모두 4절로 이뤄져 있으며, 이사야 45장 8절의 라틴어 번역(Vulgata)에서 가져온 첫 구절(위의 인용구)이 후렴구..
기다리는 즐거움 (마르틴 루터) 마음을 준비하여 그리스도의 오심을 즐겁게 기다리기 위한 기도 사랑하는 주님, 저희를 깨워 주시옵소서. 저희들을 준비시켜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주님의 아들께서 오실 때에 그분을 기쁘게 맞게 하소서. 그분을 순결한 마음으로 섬기게 하소서. 자비를 베푸셔서 그날이 속히 오게 하소서. 저희에게 은총을 베푸사, 저희가 지혜와 힘으로 준비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그날이 올 때까지 저희로 지혜롭고 올바르게 걷게 하소서. 저희로 주님의 친애하시는 아드님의 오심을 즐겁게 기다리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슬픔의 계곡을 벗어나는 은총을 누리게 하소서. 아멘. -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 Luther’s Prayers (Minneapolis, MN: Augsburg, 1994), 106. 기다..
크리스마스의 기적 (W.H. 오든) 죽을 인생에 절실한 건 기적. 영원이 시간 속 사건이 되고무한이 유한한 사실이 되는 것이 어찌 가능할까. 가능한 일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하나니. 죽을 인생에 절실한 건 기적. We who must die demand a miracle.How could the Eternal do a temporal act,The Infinite become a finite fact?Nothing can save us that is possible:We who must die demand a miracle. W. H. Auden, FOR THE TIME BEING, 'A Christmas Oratorio' 우리에게 필요한 건기적. 그래서 주신'크리스마스의 기적'. 예수님은 '기적'이시다. 참 하나님이요 참 사람이신 기적. ..
내 마음, 주님이 장사(葬事)되신 곳 (마카리우스) 무덤에 관해 말하는 것을 들을 때, 눈에 보이는 무덤만을 떠올려서는 안 됩니다. 왜냐햐면 그대의 마음이 곧 무덤이요 묘지이기 때문입니다. 사탄과 그의 졸개들이 당신의 마음과 생각에 요새를 건설하고, 또 그 안에 길을 내고, 고속도로를 뚫어 여기 저기에서 활개치고 다닌다면, 그대는 지옥이며, 무덤이며, 묘지요, 하나님에 대하여 죽은 자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 마음과 생각 속에서 사탄은 위조지폐을 찍어내고, 쓰디쓴 잡초의 씨를 퍼뜨리고 있으며, 옛 누룩으로 그것들을 부풀리고 있습니다. 이제 인간의 마음은 탁한 진흙탕물을 토해내는 구덩이가 되었습니다. - 이집트의 마카리우스(Macarius of Egypt)c.300-390) 『신령한 설교』 (은성), 11. 11. 마카리우스가 여기서 그리고 있는 인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