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신수련(Spiritual Exercises)

(7)
소명과 식별 소명과 식별 필자가 영성지도를 하다가 만난 신학생 가운데에는, 목사인 아버지의 뜻을 따라서 신학교에 들어온 경우가 있었는데,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학생은 소명이 없이 신학교를 다니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또 어떤 신학생은 번듯한 직장 생활을 갑자기 그만 두고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았다고 확신에 차서 신학교에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 그런 신학생 가운데 어떤 사람은 마침내 선교사가 되어 사역을 활발하게 잘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중도에 포기하고 다시 사회생활로 돌아간 사람도 있다. 소명은 개인의 일생에 큰 영향을 주기에, 소명을 잘 식별하는 일이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식별을 잘 안내해주는 커리큘럼을 한국 교회 안에서 찾기 힘든 실정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소명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소명 식별..
영적 분별이란 무엇인가 : 개념과 유형들 우리의 삶은 분별과 선택의 연속이다. 그리고 성경은 분별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태초에 아담과 하와는 뱀의 유혹을 받고서 자신들의 잘못된 욕망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여, 금지된 열매를 따먹는 치명적인 선택을 했다. 그러나 수천 년 후 예수는 사탄의 유혹과 고난에 대한 두려움에 직면했지만, 정확한 분별과 자기희생적 선택을 통해, 첫 남자와 여자의 실패로 죽음의 어둠 속에 빠진 인류에게 구원의 빛이 되었다. 그래서 분별과 선택은 성경과 기독교 역사에서 때로는 명시적으로, 때로는 암시적으로 매우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져 왔다. 영적 분별 또는 식별(spiritual discernment)은 폭넓게 정의하면 개인이나 공동체가 자신(들)이 체험한 어떤 영적 경험이나 현상, 또는 내면의 생각과 정서가..
홀로된 너에게 여자 친구와 헤어 졌다고 금방 다른 여자로 그 자리를 채우지 말 것. 특히, 그 허전함 때문이라면 더욱 더. 연애는 쉬어서는 안 된다 거나, 그냥 한번 만나보자며 은근슬쩍 소개팅 자리로 끌려가지 말 것. 그렇게 아무 준비도 없이, 인연을 만들어 가지 말 것. 사람 사이의 관계는 까닭 없이 맺고 풀리는 것이 아니기에, 연을 맺을 때는 맺을 만한 이유를 충분히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풀렸을 때도 그 까닭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서, 앞선 관계, 즉 앞선 인연이 네게 전달해 주는 삶의 메시지를 다 들었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어디 남녀관계의 인연만 까닭이 있겠는가? 우리 삶에 일어나는 모든 것은 다 “까닭”이 있다. 특히, 네 존재 자체가 하나의 “까닭”이야. 네가 좀 머리 아파하고 늘 무슨 소린지 모..
오늘, 식사는 잘 하셨나요? 오늘, 식사는 잘 하셨는지요? 체중 감량해야 하는데 왕성한 식욕에 이끌려 오늘도 후회가 남는 식사를 하셨다구요? 요즘 밥맛이 통 없어서 모래알 씹듯 하시다구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 오랜만에 유쾌하셨다구요? 비즈니스 때문에 먹는 밥이라 가시방석이었다구요? 애들 밥 챙기느라 먹은 건지 전쟁 치른 건지 모르겠다구요? 오늘 저녁은 뭘 해 먹나 벌써 고민이라구요? 하루 두세 번의 식사, 그리고 사이사이에 먹는 음료와 간식. 우리는 참 많이 먹고 마시고, 거기에 기울이는 시간과 에너지도 상당합니다. 이 ‘먹는 것’과 영성 생활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요즘, 저는 ‘먹는 것’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느낌들, 특히 죄책감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과식했을 때, 주부로서 식사를 잘 챙기지 못했을 때,..
'하고 싶다' 추석 연휴가 정신없이 흘러갔다. 태풍이 한바탕 휘몰아치고 지나간 것 같다. 약간 멍하고, 졸음 때문에 무거운 눈꺼풀을 껌벅이면서 책상 앞에 앉아있다. 흐트러진 감각을 옷매무새 정리하듯 가다듬으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겠다. 일상의 삶에서 침묵기도를 뿌리내리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고군분투한다. 잠을 근간으로 하는 몸 상태, 결혼과 육아의 살림살이, 교회의 일반사역과 영적지도 사역, 개인 공부, 기타 사회활동 등의 요소 속에 하루 1시간 이상의 침묵기도와 성찰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기가 쉽지 않았다. 도반들의 경우를 살펴봐도 9-10개월짜리 일상에서의 영신수련이라고 일컫는 ‘19번 피정’을 어떻게 해냈을까 싶을 만큼, 매일매일 침묵기도를 꾸준히 수행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고 한다. 교회의 영성 훈..
엄마 마음 삑삑삑삑 현관문이 열리고 “학교 다녀왔습니다”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가방이 휙 던져집니다. 현관 앞에 나가보면, 가방 주인은 벌써 사라졌고 거꾸로 쳐박힌 책가방과 신주머니만 뒹굴고 있습니다. 저녁밥 때가 다 되어 돌아온 가방주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먼지 범벅에 땀내가 진동합니다. 한마디로 때 구정물이 쪼르르 흐릅니다. 할머니의 성화에 마지못해 씻고 머리 말리고 자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어느새 보면 맨바닥에 곯아떨어져 있습니다. 그러기를 며칠하더니, 머리를 북북 긁어댑니다. 아니나 다를까, 머릿니가 생겼습니다.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머리를 꼼꼼히 감기고, 헤어드라이기로 말리고, 참빗질을 곱게 해 머릿니를 잡아줬습니다. 깨끗이 씻은 몸에서, 곱게 빛은 머리칼에서 차르르 윤기가 돕니다.문득, ‘철없는 아이..
내 어린 시절 그리움이 말을 걸어올 때 친구야! 여름을 알리는 빗소리가 반가운 이른 아침, 오늘따라 네가 참 보고 싶다. 지난 번 너를 보려고 어려운 길을 찾아간 날, 짧게 얼굴만 마주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과 그때 하지 못한 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빗소리에 취해 글을 불러내는구나. 나, 이번 달에 세 번에 걸쳐서 비슷한 꿈을 꾸었다. 아빠에 관한 것이야. ‘아빠’가 내 삶에 던지는 ‘화두’가 무엇인지는 너도 익히 알고 있지? 그 꿈에 내가 어릴 적 참 많이 좋아하던 동화 속 인물 ‘키다리 아저씨’ 같은 사람이 등장했어. 나는 어둠 속에서 밝은 쪽을 향해 계단을 통통통 올라가고 있었는데, ‘키다리 아저씨’가 내 목덜미를 휙 낙아 채더니, 나를 꽉 안아주었어. 다리가 들려 동동 안겨있는 그 품이 얼마나 크고 깊던지……. 꿈인데도 긴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