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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평화의 신비: 우리는 이리가 아닌 양이다 (요한네스 크리소스토무스)

적들의 마음을 바꾸어서 그들로 하여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 그들을 죽이는 것보다 훨씬 더 좋고 놀라운 일이다. 특히 [사도들은] 오직 열두 명인데 세상은 이리들로 가득 차 있었음을 생각하면 이것은 더욱 분명하다. 사도들과는 아주 다르게 행동하고 우리의 대적들을 향해서 이리들과 같이 돌격하는 우리 자신을 우리는 수치스럽게 생각해야한다. 우리가 양이기만 하면 승리는 우리에게 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이리라면 우리는 패배하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이때 목자의 도움은 우리로부터 떠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양을 먹이지 이리를 먹이지 않는다. …… 만약 우리가 [그리스도의] 어린 양을 먹는 이리가 된다면, 양과 같이 초장으로 인도함을 받고서 노략질하는 사자처럼 행동한다면, 뭐라 변명할 수 있겠는가? 이 [성찬의] 신비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우리는 폭력으로부터만이 아니라 모든 원한으로부터, 비록 그것이 아주 가벼운 것이라할지라도, 깨끗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평화의 신비이다.

- 요한네스 크리소스토무스(Johannes Chrysostomus: c.347-407), "마태복음 설교" 33장.


우리의 대적 마귀가 그리스도인들을 충동하여 폭력을 행하게 하는 것을 우리는 이상히 여기지 말아야 한다. 세상의 이리들은 양을 잡아 먹음으로써가 아니라, 양을 도발하여 이리가 되게 함으로써 승리를 쟁취한다. 그러므로 목자되신 주님의 양인 우리는 우리를 도발하는 모든 폭력에 철저히 비폭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내적인 원한까지도 깨끗해져야 한다. 진정 사람을, 나아가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폭력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에 뿌리 박은 비폭력이다. 비폭력의 십자가로 세상의 폭력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성찬을 받을 때마다 이 평화의 신비를 기억하자. / 권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