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교제와 분별(요한 카시아누스)

한 줄 묵상 2014.12.30 13:00

사탄적 환영에 빠져 영적 숭고함에서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그 노인을 기억하라. 그는 지난 50여년 동안 사막에 기거하면서, 그 절제와 혹독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독거의 삶이 주는 은밀함을 사랑했던 사람으로 기억된다. …… 분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며, 영적 동료들과 대화와 조언을 구하기보다 자신의 생각대로 (영성 생활을) 인도하길 선호했기 때문이다.

- 요한 카시아누스 (Johannes Cassianus, 360-435)  《담화집》 Conferences II.5.


카시아누스는 동방 교회의 수도 영성을 서방 교회에 최초로 소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훌륭한 영적 전통은 받아들이되, 한계와 약점은 보완하면서 비판적으로 수용했다. 그 건설적 비판의 중심엔 영적 공동체를 통한 영적 소통과 교제가 위치해 있다. 

50여년 동안 독거하며 절제의 수도 생활을 살았던 영적 거인이 한 순간에 사탄적 환영에 빠져 시험엔 든 이야기를 카시안은 그의 《담화집》에서 여러차례 거론한다. 그러면서 이 은둔과 극한 절제의 삶으로 생긴 폐단을 영적 독단과 교만으로 규정하고, 그 이유를 '영적 분별력'의 부재로 들었다. 은둔의 삶이 영성 생활에서 중요하지만, 극단적 은둔으로 인해 그 수도자의 영적 독단이 강화되어 그가 영적 분별력을 잃어버리게 되었다고 카시아누스는 한탄했다.  

그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수도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공동체 내에서 영적인 교제와 소통을 통해 자신의 영적 경험을 돌아보고, 영적 지도자로부터 인도를 받아 건강하고 바른 영성 생활을 점검받는 것이야 말로, 영적 오류와 독단에 빠지지 않는 최선의 방법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영성 생활에 있어서 수도 공동체의 필요성과 영적 분별력을 훈련하고 기르는 방법으로서 영적 소통과 영적 지도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영적 경험은 극히 개인적인 경험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신비한 경험은 교회 공동체의 성경 해석과 신학적 고백 아래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 한 개인의 영적 경험이 교우 사이에서 나누어질 때, 교회를 든든히 세워가는 공동의 경험 또는 공동의 영적 자산이 된다.

하나님은 삼위 가운데 친밀한 교제와 소통을 통해 일체를 이루시는 분이시다. 이처럼 우리의 영성 생활도 공동체 내의 영적인 교제와 친밀한 소통을 통해 영적 독단과 오류로부터 자유해질 수 있고, 나아가 영적 분별력을 기를 수 있게 된다. / 이주형





posted by 구름위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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