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폐지는 교회의 의무이다 (토마스 머튼)

한 줄 묵상 2015.08.16 16:53

따라서 우리의 의무는 우리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서 교회가 진정으로 전쟁을 폐지하고자 노력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 토마스 머튼 지음, 조효제 옮김《머튼의 평화론》(분도, 2006), 272.


며칠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일명 "킬러 로봇(Killer Robot)"이라 불리는 공격용 전투 로봇 도입에 관해 토론하는 것을 보았다. 다양한 찬반 의견들이 있었는데, 공통된 것은 모든 패널들이 '전쟁이 필요하다'는 대전제 위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었다. 오늘날 전쟁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세상 속에 들어와 있다. 국제적, 민족적 분쟁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서 전쟁에 대한 '인기가 식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오락(entertainment), 곧 영화나 게임, 심지어 아이들의 장난감 속에도 전쟁은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토마스 머튼에 의하면 전쟁은 폐지되어야 한다. 특히 핵무기와 화화무기 등과 같은 대량살상무기로 인해 인류가 대재앙 속에 빠질 위험이 현존하는 오늘날, 교회는 가능한 모든 힘을 다해서 전쟁 폐지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실제적으로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간에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교회의 의무이다. 


최근 광복 7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남북이 분단되어 휴전선에서 지뢰가 폭발하는 오늘날, 일본이 평화헌법을 수정해 동북아에서 무력 행사를 정당화하려는 이 때에, 우리 한국 교회는 무엇을 해야할까? 분명한 것은 '민족정신' 또는 '애국심'이 다른 이들에 대한 증오를 유발하여 전쟁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왜곡되지 않도록 교회가 깨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휴전(休戰)을 넘어 종전(終戰)이 이루어지고, 나아가 동북아에서 전쟁이 폐지되도록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모든 힘을 다해 구체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 권혁일


<상생의 손>, 포항 호미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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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회를 사랑합니다 (도로시 데이)

한 줄 묵상 2013.10.26 19:10

“나는 볼 수 있는 그리스도이신 교회를 사랑합니다. 교회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나 자주 교회는 나에게 스캔들이었습니다 …… 그러나 교회가 십자가이기 때문에, 그 위에서 그리스도가 못 박혔던 십자가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떼어놓아서는 안 됩니다.”

도로시 데이(Dorothy Day, 1897-1980), <<Long Loneliness>>, 149-150.


몇몇 교회 목사님들이 교회에 모여 고 박정희 대통령의 추모예배를 드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사진을 보니 십자가가 있어야 할 강대상에는 십자가 대신 고인의 영정이 꽃장식이 되어서 걸려 있었다. 그가 기독교인이었던가? 그래서 고인의 신앙을 추모라도 하는 것일까? 기사를 읽어보니 그가 기독교에 공헌을 해서 추모를 하였댄다. 그 공헌이라는 것이 구국기도회를 만들어 참여했다는 것, 재정적으로 지원한 적이 있다는 것... 지금까지도 기독교의 수치로 남아있는 정권을 옹호하고 축복을 남발하게 한 교회의 수치스러운 역사가 그에게 '공헌'이라는 말로 덧붙여졌다. 그렇게 추도하는 분들은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지 않아도 교회에 헌금하고, 몇가지 공헌을 하면 누구도 하나님 나라에서도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래서 그 분이 천국시민임을 믿고 추모예배를 드리는 것일까? 아니면 구원받지 못한 자의 추모예배를 십자가를 치우고 예베를 드릴 만큼 간절하고 깊은 이유가 있는 것일까? 예배를 주관한 사람들은 나와는 너무도, 너무도 다른 생각들을 하는 듯하다. 그러한 사람들이 뚝 하고 버티고 서 있는 교회에 내가 같은 목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그들과 같이 서 있을 수 있을까?

 

우연찮게 읽었던 도로시 데이(Dorothy Day, 1897-1980)에 대한 신문기사에서 미국에도 한때 지금의 대한민국의 상황과 유사한 때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 시대에 돌입하면서 미국에서는 노동조합과 사회 정의를 부르짖는 사람을 무조건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McCarthyism). 추기경까지 나서서 노동조합을 만들어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공산주의로 몰아 비판하는 성명을 내어 신학생들로 하여금 그들의 일을 대신하게 하였다. 도로시 데이는 용감하게도 노동자들과 함께 호화로운 추기경의 사저 앞에서 시위에 참여하며 그들의 편에 섰다. 교회로부터 수많은 경고와 질책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교회를 떠나지 않고 그 안에서 묵묵히 저항하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었다. 교회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있는 그녀의 말은 그렇기 때문에 더 진정성있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녀에게 있어서 교회는 제도 조직이나 건물이 아니라, 눈으로 볼 수 있는 그리스도였다. 그녀는 교회를 증오해서가 아니라, 교회를 사랑했기에 저항하였다. /소리벼리(정승구)

posted by 바람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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