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긍휼을 품은 사람은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

한 줄 묵상 2015.04.15 16:06

하지만 형제애에서 우러나는 긍휼을 품은 이는 그 슬픔의 원인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랄 것입니다. 


-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of Hippo: 354-430) 《고백록》, Book III, ii (3)


카르타고(Carthage)에서 유학하던 젊은 시절, 아우구스티누스는 극장에서 비극을 즐겨 보았다. 그것은 그가 비극 관람을 통해 얻는 '카타르시스(catharsis)' 그 자체를 즐겼기 때문이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람들이 자신은 슬픈 일을 당하기를 원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이들의 불행을 보는 것을 즐기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기 좋아하는 것은 참된 긍휼(misericordia)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참된 긍휼은 불쌍한 사람과 함께 슬퍼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슬픔의 원인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슬퍼하는 이들의 진정한 형제와 자매는 그 슬픔의 원인을 찾아, 그 원인이 제거되도록 행동하는 이들이다. 세월호 희생 1주기를 맞아 그저 슬퍼하고 눈시울을 적시는 데서 끝난다면, 그것은 참된 긍휼도 연민도 자비도 아니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이 돌아오고,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규명되어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바를 찾아 실천하는 것이 오늘 우리가 품어야 할 참된 긍휼이다. / 권혁일


posted by 바람연필

세 가지 상처 (노리치의 줄리안)

한 줄 묵상 2012.12.01 13:55
  • 요즘 세상에서는 '트라우마'라는 말이 유행이지요. 상처는 트라우마를 주어서 사람이 건강하지 못하게 된다는....
    신앙 안에서는 상처가 곧 우리를 낫게하는 치유라는 것.
    신앙의 모습,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살펴보게 된 것 같아 기쁨니다. 나도 상처를 약으로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되길 소망해 봅니다.

    BlogIcon 소리벼리 2012.12.02 06:37 신고

나는 사는 동안 세 가지 상처를 받기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참된 통회라는 상처, 깊은 동정이라는 상처, 그리고 하나님 향한 갈망이라는 상처. 


노리치의 줄리안(Julian of Norwich: ca.1342 – ca.1416),

《하나님 사랑의 계시 Showings》, LT, ch. 2.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열여섯 가지 계시'를 체험하고서 평생을 잉글랜드 노리치의 한 교회 부속건물에서 은수자(anchoress)로 살았던 여인 줄리안. 그녀가 1373년 '계시'(showings)를 보기 전에 늘 하나님께 구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세 가지 상처"를 지니고 살게 해달라는 기도였다. '통회'(contrition)라는 상처, '동정'(compassion)이라는 상처, (하나님을 향한) '갈망'(yearning)이라는 상처. 


왜 통회와 동정과 갈망이 '상처'일까? 

아마 그것들은 모두 '아픈' 것들이기 때문이리라. 그렇다. 그것들은 모두 '마음 아픔'과 관계된 것들이다. '통회'란 자기 죄에 대해 마음 아파하는 것이며, '동정'(com-passion)이란 다른 이의 고통(passion)에 대해 같이(com) 마음 아파하는 것이며, (영적) '갈망'이란 하나님을 마음 아프도록 그리워하는 것이다. 


후에 줄리안은 그 세 가지―통회, 동정, 갈망―를 "약"이라고 부른다. "통회는 우리를 정결한(clean) 사람으로, 동정은 우리를 준비된(ready) 사람으로, 갈망은 우리를 존귀한(worthy)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이 세 가지는 죄인인 우리를 치료해주는 약들이다."


그렇다. 정말 그렇다. 그 '상처'들이 바로 '약'이다. 

통회하며, 동정하며, 갈망하며 우리 마음이 아파야 비로소 우리 마음이 낫는다. 내 죄 때문에, 타인의 고통 때문에, 하나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 우리 마음이 아플 때, 우리 마음이 찢어질 때, 비로소 우리 마음이 낫기 시작한다. 병들었던 우리 영혼이 치유되기 시작한다. 


나는 지금 아픈가? 

하나님이 주시는 아픔을 지니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아픔이 우리를 살릴 것이다. / 산처럼


 al shal be wel

 and al shal be wel

 and al manner of thyng shal be wele

 - The Shewings, LT, 38 - 

posted by 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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