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4) : '파라다이스 여행'과 '내적 체험'

2014년 8월의 추천 도서


토마스 머튼 윌리엄 쉐넌 (4)

'파라다이스 여행' '내적 체험'




*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시리즈

   (1) 고요한 등불(Silent Lamp)  http://spirituality.co.kr/258

   (2) 토머스 머튼: 생애와 작품(Someting of a Reble) http://spirituality.co.kr/282

   (3) 머튼 백과사전 (The Thomas Merton Encyclopedia) 외 http://spirituality.co.kr/288

   (4) 파라다이스 여행과 내적 체험 (Paradise Journey & Inner Experience) 


이 달은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머튼(Thomas Merton, 1915-1968)의 내적 체험과 이 책에 대한 해설이 담긴 윌리엄 쉐넌(William H. Shannon, 1917-2012)의 토마스 머튼의 파라다이스 여행를 소개합니다. 



1. 내적 체험 (The Inner Experience: Notes on Contemplation. Maryknoll, NY: HarperOne, 2003.)

 

    관상(contemplation)이란 무엇일까요? 이 질문은 머튼이 수도 생활 초기부터 가져왔던, 그리고 글과 강연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대답해 왔던 중요한 질문들 중의 하나입니다. 이 질문을 다루고 있는 그의 첫 번째 작품은 《관상이란 무엇인가What is Contemplation?》(1948)라는 책이고, 마지막 작품은 이 책을 개정한 《내적 체험》(1968)입니다.[각주:1] 사실 전작의 개정판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 내용과 분량에 있어서 관상에 대한 머튼의 성숙한 사상 이 《내적 체험》에 담겨져 있습니다. 머튼은 이 책에서 이전보다 넓은 관점에서 관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그가 그동안 동양 종교를 연구하거나 현대 과학기술 사회에 대해 숙고하며 얻은 통찰들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머튼은 선불교의 사토리(satori)를 언급하며 자연 질서 안에서 거의 "임상적으로 완벽한" 내적 자아 실현의 예라고 말합니다. 그는 사토리는 "영혼의 내핵이 폭발하듯 열려서 가장 깊은 자아를 드러내는 영적 깨달음"이라고 이해합니다(7). 그에 비해서 기독교의 신비 체험은 "내적 자아를 인식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한 초자연적인 믿음의 강화에 의해서 우리의 내적 자아 속에 현존하시는 하나님을 경험적으로 파악하는 것"입니다(12). 다시 말해 기독교적 관상은 내적 자아의 깨어남을 통해서 우리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을 체험적으로 접촉하는 것"입니다. 모든 지식을 넘어서 말입니다(42).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관상에서 중요한 것은 향유도, 즐거움도, 행복도, 평화도 아닙니다. 그것은 최상의 사랑 그리고 해방된 영적 사랑의 활동 안에서 진리와 실재를 초월적으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관상에서 중요한 것은 만족이나 안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깨달음과 생명과 창조성과 자유입니다. 사실 관상은 사람의 가장 높고 본질적인 영적 활동입니다. 그것은 사람이 신의 아들됨을 가장 창의적으로 그리고 역동적으로 확증하는 것입니다. …… 그것은 사람이 그의 하나님과 대면하는 것, 아들(the Son)이 그의 아버지와 대면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안의 그리스도가 깨어나는 것이며, 우리의 영혼 안에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지는 것입니다. 그것은 가장 깊은 '나' 안에 있는 진리(the Truth)와 신적 자유(the Divine Freedom)의 승리입니다. 그 가장 깊은 '나' 안에서 아버지가 아들과 하나가 되십니다. 믿는 자에게 주신 성령 안에서 말입니다. (34)


    또한 흥미롭게도 머튼은 TV시청자와 관상가를 비교하며, 신비한 매력에 끌려 수동적인 상태에 이르는 것은 서로 닮았지만, 사실은 무비판적으로 TV에 흡수되는 시청자의 모습은 욕망과의 치열한 싸움 뒤에 수동적인 연합(또는 infused contemplation)에 이르는 관상가의 삶의 정반대에 서 있다고 말합니다. 참된 관상에 이르기 위해서는 우리의 감각과 감정과 의지를 물질적 또는 일시적 수준에 묶어 두는 모든 것들과 아주 활발하게 그리고 고집스럽게 투쟁해야 합니다. 관상의 삶보다 활동적이고 강력한 형성(formation)을 요구하는 삶은 없습니다. 관상의 삶보다 외부적 요소들에 대한 의존에서 가차 없이 벗어나기를 강하게 요구하는 삶은 없습니다(126-27). 머튼에 의하면 관상은 삶의 일부가 아닙니다. 관상은 삶을 하나로 묶고 통합하게 합니다. "관상의 삶은 단순히 인간적 기술과 훈련이 아니라 우리 가장 깊은 영혼에 계시는 성령의 삶입니다"(45). 


      사실 이 책은 머튼이 출판을 보류해 놓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타계하였기 때문에,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2003년에야 윌리엄 쉐넌의 편집으로 정식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토머스 머튼의 묵상의 능력》(윤종석 옮김, 두란노, 2006)이라는 제목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번역판은 제목과 용어뿐만 아니라 장(chapater) 순서도 원서와 다르게 편집됨으로써 적지 않은 아쉬움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번역판이 출간되기 전에 대학원 수업 중에 이 책의 일부를 번역한 것이 있어서 개인 블로그에 올려 두었습니다. 제가 번역을 막 시작하던 때에 한 것이라 서투른 부분이 많지만, 책을 구입하기 전에 만약 《내적 체험》의 맛을 조금이라도 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내적 체험》 제13장 죄의식 http://nephesh.tistory.com/336.



2. 토마스 머튼의 파라다이스 여행 (Thomas Merton's Paradise Journey. Cincinnati, OH: St. Anthony Messenger, 1981

     《내적 체험》에 대한 아주 훌륭한 안내는 윌리엄 쉐넌의 《토마스 머튼의 파라다이스 여행》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관상에 대한 머튼의 주요 저작 9권에 대한 해설서입니다. 각 작품들의 집필과 출판에 관한 배경 이야기들은 매우 흥미롭고 각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리고 탁월한 머튼 학자 쉐넌은 책의 핵심 내용들을 아주 정확하고명쾌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니다. 이 책에 포함된 머튼의 저작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제1장 : What Is Contemplation?

제2장 : Seeds of Contemplation

제3장 :  The Ascent to Truth

제4장 : Thoughts in Solitude and "Notes for a Philosophy of Solitude"

제5장 : The Inner Experience

제6장 : New Seeds of Contemplation

제7장 : The Climate of Monastic Prayer

제8장 : Zen and the Birds of Appetite

제9장 : Is the World a Problem?


이 작품들에 대한 해설이 시기적으로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관상에 대한 머튼의 사상이 발전해 가는 모습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 책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 없는데 이전에 대학원 수업 때 동학들과 함께 나누어 번역했던 것들 중 제가 맡아서 번역한 일부분을 역시 제 개인 블로그에 올려 두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부족하나마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http://nephesh.tistory.com/333. 이것으로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시리즈를 마치며, 그동안 재미 없는 글도 관심을 갖고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권혁일


  


  1. 실제로 머튼이 개정작업을 한 때는 1959년 여름이지만, 최종으로 수정한 것은 1968년 그가 아시아 여행을 떠나기 직전이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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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3) : 머튼 백과사전 외

2014년 7월의 추천 도서


토마스 머튼 윌리엄 쉐넌 (3)

머튼 백과사전


*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시리즈

   (1) 고요한 등불(Silent Lamp)  http://spirituality.co.kr/258

   (2) 토머스 머튼: 생애와 작품(Someting of a Reble) http://spirituality.co.kr/282

   (3) 머튼 백과사전 (The Thomas Merton Encyclopedia) 외

   (4) 파라다이스 여행과 내적 체험 (Paradise Journey & Inner Experience) : 2014년 8월15일


지난 달에 이어 이 달의 추천 도서로 윌리엄 쉐넌(William H. Shannon, 1917-2012)이 쓰거나 편집한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 서적들을 몇 권 소개하고자 합니다. 



1. 토마스 머튼 백과사전 (The Thomas Merton Encyclopedia. Maryknoll, NY: Orbis, 2002.)

      한 인물에 대하여 이런 백과사전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그리고 연구의 가치가 있는 인물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20세기의 위대한 수도자, 작가 그리고 영적 지도자인 토마스 머튼은 많은 저작물들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매우 독특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의 글들은 여러 매체에 중복해서 출판되기도 하였고, 지금도 계속해서 새롭게 출판되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생각과 저술 주제는 개인적인 성장과 더불어 계속해서 변하고 발전하였습니다. 그래서 머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인생과 그의 글들의 탄생과 변화와 소멸을 제대로 '추적'하는 데에는 이 백과사전이 매우 도움이 됩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머튼을 연구하는 학자들 뿐만 아니라, 머튼에 대해서 좀 더 정확하게 알고 싶어하는 열정적인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아직 한글로 번역되어 있지 않아서 한국에서는 제한적인 연구자들과 독자들만 이 책을 접할 수 밖에 없는 점이 아쉽습니다.

      이 백과사전에는 (1) 머튼이 쓴 책들, (2) 그의 저술에 나타난 핵심적인 주제들, (3) 그의 삶에서 중요한 영향을 주고 받았던 사람들, (4) 그가 살았던 장소들에 관한 알찬 정보들이 알파벳순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윌리엄 쉐넌, 크리스틴 보센(Christine M. Bochen), 패트릭 오컨널(Patrick F. O'Connell)은 모두 국제토마스머튼학회(ITMS)의 창립멤버이며 회장을 지낸 탁월한 머튼 학자들입니다. 이들 중 연장자인 쉐넌은 이미 작고하였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여전히 머튼 연구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책이 출판된 지가 이미 십여 년이 훌쩍 넘었기 때문에 2000년 대에 출판된 자료들은 반영되지 않았고, 그의 책의 해외 번역본이나 머튼이 수도원에서 한 강의가 녹음된 오디오 자료들은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출판되고 있는 그의 강의 자료들이 어느 정도 완간이 될 때, 이 백과사전도 업데이트가 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2. 토마스 머튼의 편지 모음 (Collected Letters of Thomas Merton. 전5권. New York: Farrar, Straus, and Girous, 1985-1994.) 외

     한 인물의 인간적인 면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고 싶다면, 그가 쓴 일기와 편지 등의 개인적인 글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머튼은 수도원에서 참으로 많고 다양한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 받았습니다. 머튼 유작 관리위원회에서는 윌리엄 쉐넌를 총편집자로 선임하여 그의 편지들을 주고 받은 사람들과 주제 등을 기준으로 선택하여 다섯 권의 묶음집으로 출간하게 하였습니다. 이 중 쉐넌은 첫 번째 책인 The Hidden Ground of Love: Letters on Religious Experience and Social Concerns Witness to Freedom: Letters in Times of Crisis를 직접 편집하였습니다. 그리고 크리스틴 보센과 함께 이 다섯 권의 모음집 중 핵심적인 글들을 간추려서 Thomas Merton, A Life in Letters: The Essential Collection (2008)으로 출간하였는데, 이 축약본은 다섯 권의 편지 모음집들을 다 읽기 어려운 독자들에게 좋은 글이라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그는 머튼이 냉전 시대 때에 전쟁과 평화에 관한 주제로 쓴 편지들을 모은 Cold War Letters (2006)를 크리스틴 보쉔과 함께 편집하여 출판하였는데, 이 책은 다음과 소개할 책과 함께 머튼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사상을 잘 보여 줍니다.


  


3. 평화를 향한 열정 (Passion for Peace)

     이 책은 머튼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에세이들의 모음집입니다. 윌리엄 쉐논은 전쟁과 평화에 관한 머튼의 에세이 23편과 머튼의 유명한 <평화를 위한 기도>를 묶어  Passion for Peace: The Social Essays 라는 제목으로 1995년에 출간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다시 축약하여 Passion for Peace: Reflections on War and Nonviolence라는 제목으로 2006년에 다시 독자들에게 내놓았습니다. 아마도 쉐넌이 이 책을 이렇게 축약본으로 재출간한 것은 위의 편지글 모음집의 경우와 같이 두꺼운 책을 다 읽기 어려운 일반적인 독자들을 배려한 것이라 추측됩니다. 그런데 약 반 세기 전에 쓰여졌고, 이미 출간되었던 책이 십여 년 후에 축약본으로 다시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이 책이 일종의 '고전(classic)'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20세기 중엽에 쓰인 머튼의 글들이 21세기 초에도 여전히 유효한 지혜와 의미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서평은 필자가 영어로 쓴 졸고가 있는데 관심이 있으신 분은 참조하시길 바랍니다.(http://nephesh.tistory.com/254)



4. 깨달음의 기도 (Silence on Fire : The Prayer of Awareness)

     마지막으로 윌리엄 쉐논은 머튼의 1차 자료(에세이, 편지 등)를 편집하거나, 머튼에 대한 2차 자료(안내서, 평전, 백과사전, 논문 등)를 쓴 것 외에도, 자신이 머튼의 글을 읽고 연구하며 얻은 지혜와 통찰력을 가지고 신앙이나 삶에 대해 직접 쓴 책들도 여러 권 있습니다. 그 중에 한 권이 한국에 《깨달음의 기도》(은성, 2002)란 제목으로 번역되어 소개된 Silence on Fire : The Prayer of Awareness (New York: Crossroad, revised edition, 2000)입니다. 이 책은 관상에 이르는 침묵기도를 그 소재로 하고 있는데, 그것이 이 책의 제목인 "깨달음의 기도"입니다. 여기서 쉐넌이 말하는 '깨달음'이란 우리가 하나님의 현존(presence) 안에 있음을 '인식(aware)'하는 기도입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하나님의 현존 안에서 항상 기도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번역이 아주 흡족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글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으니 한국어 독자들에게는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음 달에는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머튼의 관상에 대한 성숙한 사상이 담겨져 있는 The Inner Experience와 이 책에 대한 쉐넌의 해설이 담긴 Thomas Merton's Paradise Journey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권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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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2) : Something of a Rebel

2014년 6월의 추천 도서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2)

토머스 머튼: 생애와 작품 (Something of a Rebel)





     지난 4월에 이어 이 달의 추천 도서로 윌리엄 쉐넌(William H. Shannon, 1917-2012)이 쓴 토마스 머튼 안내서를 한 권 소개하고자 합니다. 'Something of a Rebel' : Thomas Merton, His Life and Works : An Introduction (Cincinnati, OH: St. Anthony Messenger, 1997). 비교적 얇으면서도 다소 긴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영성가이자 작가 중의 한 사람인 토머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에 대한 간략하면서도 핵심적인 입문서입니다. 권위 있는 머튼 학자인 윌리엄 쉐넌은 "토마스 머튼을 잘 알지 못하거나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머튼을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쉐넌은 먼저 제1장에서는 머튼의 생애를 수도승이 되기 전과 후로 나누어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가장 짧은 제2장에서는 왜 머튼이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여전히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제3장에서는 머튼의 작품들에 나타나는 주제들 중 주요한 여덟 가지를 선정하여 그의 탁월한 식견을 바탕으로 명쾌하게 해설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머튼 도서관"이라는 제목이 붙은 제4장에서는 '머튼 독서'를 시작하는 이들이 그의 수많은 저작들 -머튼의 글과 강의는 지금도 계속 새롭게 출판되고 있습니다 - 에 입을 쩍 벌리고 포기하지 않도록, 처음에 읽으면 좋을 책들을 몇 권 추려서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일종의 '여행 안내서'입니다. '토마스 머튼'이라는 미지의 '여행지'로 떠나고자 하는 이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 또는 여행 도중에 손에 들고 참고해야 할 '여행 안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Something of a Rebel"이라는 이 책의 제목에 흥미를 느끼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쉐넌은 이 제목을 머튼이 영국에서 다니던 고등학교(Okaham School)의 교장선생님이 1942년 겟세마니 수도원장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에서 가져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탈보트 그리피스(G. Talbot Griffith) 교장에 의하면, 오캄 스쿨 재학시절 머튼은 "동료들 가운데 다소 전설적인 인물이었으며 분명히 어느 정도 반항아(something of a rebel)"였다고 합니다. 쉐논은 머튼이 부정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모든 삶의 국면에서 안락하고 생명력이 없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점에서 '반항아'였다고 말합니다. 쉐논은 그래서 "something of a rebel"이라는 어구가 그의 생애와 작품을 관통하는 묘사라고 믿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그가 어떻게 생명력이 없는 과거에 반항을 하였는지는 여러분들께서 직접 독서를 통해 파악하시도록 남겨 두고자 합니다. 이 책은 이미 10여년 전에 오방식 교수(장신대)에 의해 번역되어《토마스 머튼:  생애와 작품》(서울: 은성, 2005)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있으니, 머튼을 공부하는 이들 또는 머튼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활용하기 쉬운 좋은 자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쉐넌은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자신이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의도한 것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습니다. 


그[머튼]의 글들을 통하여 머튼은 당신과의 대화로 들어갈  것이다. 그는 당신에게 자신에 대하여 말할 것이며 당신은 그 안에서 거울에 비취는 당신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볼 것이다. - 토마스 머튼:  생애와 작품》(10).



*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시리즈


   (1) 고요한 등불(Silent Lamp)  http://spirituality.co.kr/258.


   (2) 토머스 머튼: 생애와 작품(Someting of a Reble) 


   (3) 머튼 백과사전 (The Thomas Merton Encyclopedia) 외 : 2014년 7월 15일


   (4) 파라다이스 여행과 내적 체험 (Paradise Journey & Inner Experience) : 2014년 8월15일




/ 권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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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1) : 고요한 등불

2014년 4월의 추천 도서


토마스 머튼윌리엄 쉐넌(1)

고요한 등불 (Silent Lamp)


사진1. The Merton Seasonal 표지에 실린 윌리엄 쉐넌의 초상화


     이 달의 추천 도서로 토머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 독서를 위한 윌리엄 쉐넌(William H. Shannon, 1917-2012)의 책들을 선정하였습니다. 쉐넌은 머튼을 좀 더 잘 알고자 하는 독자라면, 또는 머튼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안내자(guide)입니다. 그는 머튼의 타계 직후인 1970년대부터 그가 가르치던 나사렛 대학교(Nazareth College, Rochester, New York)에서 머튼 강의를 시작했고, 1887년에는 몇 명의 학자들과 함께 국제 토마스 머튼 학회(International Thomas Merton Society)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을 역임하였습니다. 머튼의 사후에 출간된 많은 머튼의 글들(1차 자료들)이 그의 손을 거쳤으며, 머튼에 관한 중요한 해설서, 평전, 사전, 논문들(2차 자료들)의 목록에도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습니다. 실로 그는 머튼 연구의 선구자이며, 탁월한 머튼 학자(Merton scholar)입니다. 그래서 2년 전인 2012년 4월 29일, 윌리엄 쉐넌이 94세를 일기로 타계했을 때, 국제 토마스 머튼 학회의 계간지 The Merton Seasonal은 쉐넌을 특집 주제로 다루며 그를 기념하였습니다(사진1). 이에 현재 국내에 번역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토마스 머튼 독서에 도움이 되는 쉐넌의 책들을 몇 번에 걸쳐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가 아직 학생으로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쓰는 까닭에 4월의 추천 도서로 이 글을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마무리 하는 데에는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사진2. Silent Lamp 영문판

   먼저, 머튼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쉐넌이 쓴 머튼 평전 《고요한 등불: 토마스 머튼의 이야기》(은성, 2008)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 번역본의 원전은 Silent Lamp: The Thomas Merton Story(NY: Crossroad, 1996)입니다. 나사렛 대학교에서 쉐넌 교수에게 직접 머튼을 배운 오방식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가 번역하였습니다. (제가 오방식 교수님을 통해서 머튼을 알게 되고 배웠으니, 쉐넌은 저에게 스승님의 스승님이 되는군요.) 


     한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그 사람의 생애를 아는 것은 매우 많은 도움이 됩니다. 토마스 머튼의 경우에는 유명한 자서전 《칠층산(The Seven Storey Mountain)》(1948)이 있지요. 물론 《칠층산》은 머튼의 입을 통해서 직접 듣는 그의 생애 이야기이지만, 비교적 초기의 작품이라 이후 약 20여년 간의 그의 삶은 담겨져 있지 않습니다. 머튼은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칠층산》이 출판 된 지 몇 년 후, 그는 "칠층산의 머튼은 이미 죽었다"라고 선언할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해 갔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역동을 담아 내고 있는 것은 머튼의 전기들입니다.


     현재까지 머튼의 전기들은 영어로 여러 종류가 출간되어 있는데요, 그중 가장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은 마이클 모트(Michael Mott)가 쓴 The Seven Storey Mountains of Thomas Merton[토마스 머튼의 칠층산](1984)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머튼의 일생에 대해 매우 자세한 내용까지 담고 있는 연구서이기 때문에 분량이 매우 두껍습니다. 그리고 머튼에 대한 다양한 모자이크 조각들을 담고 있어서 머튼 초보자들이 읽기에 쉽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한 아직 한국어 번역본도 없습니다. 쉐넌의 《고요한 등불》도 한국어 번역본이 564쪽에 이르기 때문에 결코 짧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토마스 머튼의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이야기식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독서하기에 버거운 정도는 아닙니다. 그의 생애와 관련된 세부적인 사건/사실들은 장(chapter) 중간 중간에 삽입된 연대기에 담겨져 있고, 본문에서는 각 장의 주제와 관련된 사건들만 선택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번역도 머튼을 전공한 학자가 했기 때문에 원문의 의미를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 저를 비롯한 몇 명의 대학원생들이 수 차례에 걸쳐 교열, 윤문 작업에 동참했기에 문장도 매끄러운 편입니다. 물론 완벽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머튼의 생애뿐만 아니라 그의 사상을 관통하고 있는 저자, 윌리엄 쉐넌이 쓴 평전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머튼에 대한 종합적이면서도 분명한 이해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림으로 비유하면 추상화가 아니라 사실주의적인 인물화라고 할까요? 그렇다면 이 책에서 쉐넌이 그리고 있는 머튼은 어떤 인물일까요? 그것은 이 책의 제목 "고요한 등불(Silent Lamp)"에 상징적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그가 이러한 제목을 붙이게 된 경위와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원래 "고요한 등불(Mei Teng)"이라는 말은 머튼이 《장자의 길(The Way of Chuang Tzu)》이라는 책을 쓰는 데 도움을 주었던 중국인 학자 존 우(C. H. Wu)가 1965년에 머튼에게 붙여 준 중국식 이름입니다. 쉐넌은 이 때가 머튼의 생애에 있어서 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난 때, 곧 완전히 은수자(hermit)로 살기 시작한 때이고, 이 이름이 머튼이 가톨릭을 넘어서 보편적인 영성을 향해 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말이라 생각해서 그것을 제목으로 채택하였다고 합니다. 나아가 쉐넌은 머튼을 많은 이들의 영적인 삶에 빛을 비추는 "등불"로, 그리고 시대와 공간과 전통과 문화를 넘어서도 그 빛을 잃지 않는 "보편적 인물(homo universalis)"로 묘사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머튼의 관상적 영성(comtemplative spirituality)에서 찾습니다.(29-34쪽). 그러므로 아마 이 책에서 그리는 머튼을 단 한 단어로 요약을 한다면 '관상가(contemplative)'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때 '관상가'라는 단어는 일종의 상징과 같아서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머튼의 경우, '작가', '사회비평가'라는 정체성이 '관상가'에 포함되지요. 그리고 머튼은 수도원에 들어 가기 이전부터, 그리고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 살 때부터 '관상가'였습니다.  

 

사진3. <고요한 등불>한글 번역판

   전기류의 글이면서도 특이하게도 이 책은 제1장을 토마스 머튼의 은사(gift)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쉐넌이 선정한 머튼의 주요한 은사 세 가지는 문재(文才, 글쓰기)와 신앙, 그리고 수도자로서의 소명입니다. 이 세 가지는 재능(talent)이라기보다는 하나님께서 머튼에게 주신 특별한 선물(gift)라는 관점에서 이해되는 것이 더 적당할 듯합니다. 이후에 전개되는 장들에서 이 은사들이 각각의 또는 공통의 흐름을 이루면서 이야기를 끌어 갑니다. 제2장부터 제6장까지는 수도자가 되기 이전까지의 머튼의 삶을 다섯 시기로 나누어 이야기합니다. 주로 자서전 《칠층산》에 담겨진 내용들이지만, (아마도 수도원 장상들의 뜻으로) 집필/출판 과정에서 생략되거나 완화된 뒷 이야기(behind story)들도 함께 담겨져 있어서 칠층산의 머튼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7장에서 제9장까지는 그가 겟세마니 수도원에 들어간 1941년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의 삶을 다루고 있는데, 각각의 장이 첫 번째 장에서 이야기한 세 가지 은사를 하나씩 제목으로 삼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세상으로 돌아옴"이라는 제목이 붙은 제10장은 '세상을 버리고' 수도원으로 들어 갔던 머튼이 1958년 결정적인 방향 전환(또는 성장)을 경험하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 온'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귀환' 이야기는 이른바 '성숙한 머튼(mature Merton)'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입니다. 이후 머튼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68년에 갑작스럽게 타계할 때까지 냉전과 평화, 인종 평등, 수도원 갱신, 종교 간의 대화 등의 사회적 이슈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글을 썼는데, 이 내용은 제11장에서 제14장에 담겨 있습니다. 탁월한 머튼 학자 쉐넌은 이 마지막 장들에서 각각의 주제와 관련된 머튼의 사상을 그의 생애를 바탕으로 명확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윌리엄 쉐넌이 이 책의 한국어판에 부치는 "감사의 글" 한 구절을 인용하고자 합니다. "한국에 계시는 친애하는 독자님들, …… 우리를 분리하는 것은 단지 지리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모두의 존재가 그 안에서 살아가고 우리의 존재를 발견하게 되는 사랑의 근원이신 한 분이신 하나님 안에서 연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16쪽). 저는 만약 머튼이 자신의 평전의 서문에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글을 쓴다면 바로 이렇게 썼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머튼은 "숨어 있는 사랑의 근원(the Hidden Ground of Love)"이신 하나님 안에서 모든 인류가 하나로 연합되어 있음을 경험하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토마스 머튼도, 윌리엄 쉐넌도 모두 이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가 그들이 남긴 글들을 읽고, 인류의 하나됨에 대한 그들의 사상에 동의한다면,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로 연합되어 있음을 경험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역시 쉐넌이 쓰고, 오방식 교수가 옮긴 《토머스 머튼: 생애와 작품》(은성, 2005)을 소개 드리겠습니다. 참고로 국내에 번역된 토마스 머튼의 또 다른 전기로는 《지혜로운 삶: 토마스 머튼의 생애(Living with Wisdom: A Life of Thomas Merton)》(분도, 1994)가 있습니다. 이 책도 머튼과 직접 편지를 주고 받던 평화운동가 짐 포리스트(Jamse H. Forest)가 쓴 훌륭한 전기이므로 머튼을 공부하는 분들에게는 일독을 권합니다. / 권혁일



*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시리즈


   (1) 고요한 등불(Silent Lamp)  


   (2) 토머스 머튼: 생애와 작품(Someting of a Reble) : 2014년 6월15일


   (3) 머튼 백과사전 (The Thomas Merton Encyclopedia) 외 : 2014년 7월15일


   (4) 파라다이스 여행과 내적 체험 (Paradise Journey & Inner Experience) : 2014년 8월15일





고요한 등불

저자
윌리엄 셰논 지음
출판사
은성 펴냄 | 2008-06-01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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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층산

저자
토머스 머튼 지음
출판사
바오로딸 | 2009-03-15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 제3권 『칠층산』. 21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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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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