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드라마를 이젠 끝내자

뭉크 <절규(The Scream)>


     왜 후회할 짓을 자꾸 반복하게 되는 것일까? 나는, 우리는, 과연 이 짓을 그만 둘수 있기나 한 걸까?

     우리는 늘 반복해서 죄를 짓고, 하나님은 그런 우리를 언제나 자비롭게 용서하고. 또 우리는 죄를 짓고, 하나님은 또 우리를 한량없이 용서하는 이 드라마를 우리는 언제까지 찍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언제나 변함없이 항상 나쁜 죄인 역할이고, 하나님은 언제나 그런 우리를 '단지' 용서하시기만 하는 그런 역할을 보기가 이제 좀 슬슬 지겨워지지 않는가 말이다. 혹자는 이렇게 질문하지 않겠는가?  "무슨 신이 자기 사람을 맨날 나쁜 역할에 앉혀 두냐?" 고.

     우리가 인간은 응당 나쁜 짓을 하는 존재라 여기고, 죄인의 역할을 당연시하고 안주할 때, 제기되는 가장 큰 도전은 그러한 안주가 하나님을 욕보이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내가 구원을 받고 안 받고, 관계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안 받고, 심리적으로 마음이 죽을 맛인지 아닌지를 떠나 있다. 우리 자신이 변화되지 않는 것은 '하나님은 도대체 어떤 분인가?'를 믿지 않는 세계에 노출시키는 꼴이 된다. 우리가 하나님을 나 자신보다 더 극진히 사랑하고 있다면, 아니 그러해야 하는 것에 당위적으로라도 동의한다면, 이제 진지하게 우리가 사랑하는 그분이 불신의 세계에서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하고, 그분의 이미지를 좀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우리 하나님께서 이 진부한 드라마를 그만 찍어도 되시게, 이제 뭐라도 좀 해 봐야지. 그런데, 왜 자꾸 안 되냔 말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자신의 유년시절 사건 하나를 이야기한다. 친구들과 배를 도둑질하던 이야기. 여기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런 말을 한다. 도둑질이 재미있었다고.

     후회하면서도 자꾸 반복하는 그것에는, 반드시 '쾌락적 요소'가 있다. 거기에는 나름의 재미와 즐거움이 들러붙어 있다. 그것도 아주 유치한. 그래서 하고 나면 후회하지만, 그 쾌락이 주는 맛에 끌려 반복하게 된다. 따라서 진정으로 변화되기 위해서는 그 행동을 아주 주의 깊게 관찰해서, 어떤 쾌락이 있는지를, 어떤 맛에 끌리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자기가 끌리는 그 쾌락적 요소를 진실로 보게 되면, 그것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얼마나 유치한지 확 다가온다. 내가 묶여있는 쾌락이 밝혀지면, 혐오감, 무질서함, 지긋지긋해 하는 것, 싫어하고 밀쳐내고픈 경험이 올라오는데, 이 환영하고 싶지 않은 총체적 불쾌감이 우리를 변화로 인도한다.  《영신수련》에 따르면, 첫째 주간에 자기 변화를 위해 받아야 할 아주 귀한 은총이기에 더욱 깊게 깊게 받아내려야 한다.


"첫째, 내 죄들에 대한 내적 인식과 혐오감. 둘째, 내 행동의 무질서함을 느낌. 이를 지겨워하고 개과천선하여 질서를 회복하기 위함이다. 셋째, 세상에 대한 깨달음. 이로써 세속적이고 헛된 것들을 미워하고 떨쳐 버리려는 것이다." - 로욜라의 이냐시오, 《영신수련》, 정제천 옮김, 63번.


     우리 사회는 지금,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추악한 죄, 개인적이고 조직적인 죄를 너무나 밝히 보고 있다. 또한 거기서 올라오는 엄청난 혐오감과 무질서함, 그리고 이제 참을 만큼 참은 지긋지긋함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실체를 자각하게 하며, 미워하고 밀쳐내고 싶은 괴로움과 어른들에게 기대했던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 앞에서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큰 칼 하나가 가슴으로 푹 들어와 심장을 관통하듯이, 차가운 철 기운에 뜨거운 피가 솟구치며 절규하게 한다. 

     이 모든 것을 하나도 흘리지 말고, 더 깊게 깊게 받아내자. 쾌락을 얻었던 모든 것이 밝히 드러나게 하자. 그래서 더욱 깊이 깊이 혐오감을 느끼고 지겨워하고 미워하고 싫어하자. 그리고 그 힘을 모아, 반드시 개과천선해 내자.

반드시!

/ 주선영


                                                                                           

'영성 생활 > 수필 한 조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짜와 가짜  (0) 2014.08.11
엄마 마음  (1) 2014.07.10
사과  (0) 2014.06.25
내 어린 시절 그리움이 말을 걸어올 때  (0) 2014.06.06
진부한 드라마를 이젠 끝내자  (0) 2014.05.09
그리스도의 수난은 우리를 강하게 하소서  (0) 2014.04.10
posted by 해'맑은우리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