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이 아닌 참여하고 체험하는 신앙 (밀란의 암브로스)

한 줄 묵상 2013.07.26 11:07

그(신랑)는 신부의 기도와 유혹, 즉 설교자의 유방을 밀쳐버리지 않는다. 그는 인자하게 신부를 집 안으로 인도한다. 마지막으로, 종종 멀리 떠나 신부가 찾아다니게 하거나 신부로부터 입맞춰달라는 부탁을 받곧 했던 신랑은, 신부의 감정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 벽 뒤에 서서 창으로 들여다보며 창살 틈으로 엿본다 (아 2:9). (이렇게 해서) 신랑은 완전히 밖에 있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안에 있는 것도 아니며, 신부를 불러 자기에게 오게 하여 서로 즐겁게 대화하며 뜨거운 사랑의 번제를 교환할 수 있게 된다 (시편 118편 주해).


밀란의 암브로시우스(Ambrosius of Milan, c. 340~397), Expositio Psalmi CXVIII, M. Petschenig 편집, CSEL 62. 5 (Vienna: Tempsky-Freytag, 1913), Bernard McGinn,  The Foundations of Mysticism: Origins to the Fifth Century (New York: Crossroad, 2004), 325에서 재인용.



요즘 기독출판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책이 있다. 《성서의 에로티시즘》(차정식 지음, 꽃자리 출판)은 교회에서 금기시 되어온 성의 이야기를 교회 안으로 끌고 들어온 신선한 면도 있지만, 성서의 이야기와 인물들을 성의 관점으로 풀어낸 그만의 통찰을 볼 수 있는 다부진 책이다. 특히 그의 책은 말과 글에 익숙한 '계몽주의 키즈'들을 좀 더 감각적인 글 읽기, 좀 더 참여적인 사색의 공간으로 불러내어 - 성을 소재로 - 하나님과의 연합을 경험하게 한다. 사실 이런 성의 대한 이야기는 고대 교부들의 중요한 고민이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어거스틴)이다. 그는 하나님을 동경하는 갈망에 대해서 어떤 신비주의자보다 더 자주 언급했지만, 하나님과 영혼의 만남을 묘사하기 위하여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성적 표현의 사용은 피했다. 심지어 성을 하나님과의 사이를 '교란시키는 영구한 대적'으로 금기시하기도 하였다(Peter Brown, Body and Society, 419). 


그러나 그의 스승 암브로시우스(Ambrose of Milan, 또는 Aurelius Ambrosius)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그는 성에 대한 과감한 표현을 서슴치 않고 사용한다. "신부를 불러 자기에게 오게 하여 서로 즐겁게 대화하며 뜨거운 사랑의 번제를 교환할 수 있게 된다." 그의 관심은 성적 표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타락하지 않는 순결한 몸의 회복이 하나님과의 영적 연합임을 말하는 것이다. 버나드 맥긴은 암브로시우스의 표현에 대해 이렇게 기술한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순결한 몸과 접촉함을 통해서만 구원을 받으며, 마지막 날에 변화된 몸으로 부활할 것이다." (The Foundations of Mysticism, 328). 이렇듯 고대 신비주의의 힘은 순결한 신부(인간)와 거룩한 신랑(하나님) 사이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에로틱하게 표현한데서 오는 감각적이며 체험적인 하나님 경험에서 온다고 볼 수 있다. 


종교개혁 이후의 개혁교회의 신앙은 고대 그리고 중세의 체험적이며 살아있는 경험의 신앙유산을 말과 글의 딱딱한 관념으로 가둬놓지는 않았는지 반추해보게 된다. 그것은 지존자와의 만남, 절대자와의 만남은 말과 글로 표현될 수 없는 각 개인의 참여와 체험을 통해 얻는 살아있는 경험의 열매들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하나님의 성품과 임재를 관념과 통념 속에서만 만나고 있지는 않는가?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가족과 갈등하고 해결하면서, 현실 정치를 위한 촛불을 높이 들면서 만나는 '하나님 체험'을 잊은 채 말이다. 나무잎사귀 / 이경희  


posted by 비회원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 전기

  • 피터 브라운, amazing한 학자이지요. <성인숭배>(새물결)라는 책도 대단히 흥미롭고 훌륭한데, "본서는 '천상'과 '지상'의 연합에 관한 책이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책이지요. 새판 출간 소식 고맙습니다.

    BlogIcon 산처럼 2012.11.29 06:53 신고

역사를 통틀어 (성서 기자들을 제외하고)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 of Hippo, 354-430) 만큼이나 유명한 기독교 저자가 또 있을까? 진리 찾아가는 한 영혼의 영적 여정을 담은 그고백록은 약 1600여 년 동안 수많은 이들을 자신과 같이 영적 여정에 오르도록 격려해왔고, 서구 문학에서 '자서전'(Autobiography)이라는 장르의 효시가 되는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물에 관한 좋은 평전이 최근에 한국에서 새롭게 번역 출간 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자서전이 자신의 내적 여정과 회심 과정을 1인칭으로 이야기한 고백이라면, 아우구스티누스에 관한 피터 브라운의 평전은 어거스틴의 삶과 사상을 후기 로마시대라는 사회 역사적 상황을 고려하여 제3자의 관점에서 전체적으로 조망한 글이. "아우구스티누스는 급속하고 극단적인 변화의 시대에 살았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 또한 계속적으로 변화했다"는 피터 브라운의 서문처럼 이 책은 아우구스티누스의 변화를 그의 시대의 변화 속에서 연대기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Society and the Holy in Late AntiquityBody and Society 등 후기 로마시대와 고대 기독교 연구에 관한 중요한 글들을 저술한 피터 브라운(Peter Brown)이 저자라는 사실이 이 책을 주저 없이 선택하게 만든다. 


원래 미국에서 초판은 1967년에 나왔고, 2000년에 그간의 아우구스티누스 연구 동향과 새롭게 발견된 자료들을 반영한 개정판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1998년에 호남신학교 차종순 교수가 초판을 번역하여 《어거스틴 생애와 사상》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장로교 출판사에서 출간하였고, 최근에 개정판이 새롭게 번역되어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제목으로 새물결에서 나왔다. 해외에 있으면서 번역본을 재빠르게 구해서 읽고 비교할 형편이 되지 못해서 현재로서는 새로운 번역본에 대한 평가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역사학을 전공한 학자이지만 "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고, 신학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다"고 말하는 옮긴이가 기독교 사상과 영적 경험에 대한 내용을 어떤 식으로 옮겼는지가 궁금하다. 만만치 않은 책 가격이 부담스럽겠지만,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혼자서 읽다가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나 아우구스티누스를 연구하기 원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서 피상적으로나마 정보를 제공한다. / 바람연필




아우구스티누스

저자
피터 브라운 지음
출판사
새물결 | 2012-10-25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아일랜드 태생의 역사학자 피터 브라운의 『아우구스티누스』. 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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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틴 생애와 사상

저자
피터 브라운 지음
출판사
한국장로교출판사 | 1998-05-20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어거스틴의 생애와 사상을 기독교적 시각으로 분석한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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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ine of Hippo : A Biography

저자
Brown, Peter 지음
출판사
California | 2008-03-06 출간
카테고리
문학/만화
책소개
A new expanded edition of Peter B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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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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