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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내 집을 고쳐라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가서 내 집을 고쳐라. 내 집이 완전히 폐허가 되어 가고 있단다."

 

-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Francis of Assisi, 1181-1226),  Francis and Clare: The Complete Works, Classics of Western Spirituality (New York: Paulist Press, 1982), 3.

 

유학을 와서 제일 처음 들었던 수업이 바로 프란치스코의 삶에 대한 수업이었다영성 전공으로 왔지만 기독교 영성의 역사에 문외한 이었던 나에게 그나마 들어본 이름이 프란치스코였다그러나 그의 삶그의 회심그의 영성어느 것 하나 난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가서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 ( 19:21)

"여행을 위하여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 ( 9:3)"

"누구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 16:24) 


프란치스코는 항상 이 세 가지 본문을 마음에 새기고끈기 있고 한결같이 그리스도를 본받는 삶을 살았다그의 영성은 단순하게 말하면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이었다. 프란치스코에게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은 곧 자원하여 가난을 택하여 겸손히 교회와 이웃을 섬기는 삶이었다

 

     프란치스코에 대해 잘 몰랐던 나는,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가난"을 자원한다는 그의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서 가난해야 한다는 소리를 한국에서 들은 적이 있었던가? 가난은 죄의 결과이며 게으름의 결과로 듣지 않았던가! 가난함이 어떻게 하나님께 영광이 될 수 있을까점차 프란치스코를 이해하게 되면서도 여전히 남는 걱정은 과연 그의 영성이, 물질적인 축복이 곧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개신교인들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프란치스코가 살았던 세계는 자본주의의 태동기라 할 수 있는 시대였다봉건제도가 균열되고 화폐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신분제도도 변화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물질적인 추구가 점점 극렬해지는 시대에 교회는 점점 타락해가면서 프란치스코가 경험한대로 폐허가 되어 가고 있었다성 다미아노 성당의 십자가 아래에서 기도하던 중 프란치스코는 "내 집을 고쳐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된다그는 이 말씀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기가 입던 옷과 가진 것들을 팔아 폐허가 된 교회를 수리하기 시작한다이것이 그의 수도자적 삶의 시작이었다그는 평생 '가난'을 외치며 교회를 '수리'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본받기 위해서 교회가 아닌 그에게로그가 속한 공동체로 모여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프란치스코가 외친 가난을 통해 물질과 성공과 욕심으로 폐허가 된 교회들을 수리하는 데 동참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라 하는 한 노 목사님의 헌금으로 네 믿음을 증명해보라는 식의 외침과 가난을 통해 폐허가 된 교회를 고쳐라하는 프란치스코에게 들린 하나님의 음성이 묘하게 귓가에 맴돈다. /정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