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 줄 묵상

영적 분별을 위한 규칙 1: 쾌락은 위안인가 유혹인가 (로욜라의 이냐시오)

규칙 1: 대죄(mortal sin)에서 대죄로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원수는 노골적인 쾌락을 제시하고, 감각적인 쾌락과 즐거움을 상상하도록 하여서 악덕과 죄들을 유지하고 더욱 키워가게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선한 영은 이성의 분별력으로써 양심을 자극하고 가책을 일으키는 등 정반대의 방법을 쓴다. 

- 로욜라의 이냐시오(Ignatius of Loyola: 1491-1556) 지음, 정제천 옮김, 《영신 수련》, no. 314.

 

로욜라의 이냐시오는 수많은 영적 경험들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우리 영성 생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영적 분별(discernment of spirits)의 원칙을 정립했다. 영적 분별이란 우리의 “심정의 여러 변화들을 어떤 식으로든지 느끼고 알아차려서 선한 것들은 받아들이고 나쁜 것들을 배척하는” 일을 말한다.(《영신수련》, no. 313). 

먼저 이 첫 번째 규칙은 신앙 생활의 많은 국면에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이 규칙은 우리 삶에서 쾌락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삶의 즐거움과 기쁨은 분명 축복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것은 우리를 큰 영적 어두움과 위험으로 빠뜨리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 규칙은 이런 것을 깨닫게 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에서 — 신앙 생활에서도 —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동기와 목적으로서 쾌락을 추구하는 일은 그 즐거움이 영적이든 육적이든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우리의 삶을 들여다 볼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삶의 방향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방향성 여부에 따라 쾌락은 우리의 삶에서 정반대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참으로 복된 길을 가고 있는 중에 그 길을 더 열심히 가게하려고 성령께서 내려 주시는 위안(treat)일 수 있다. 하지만 혹여 내가 현재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는 삶을 살고 있다면, 쾌락은 내가 그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미혹(迷惑, illusion)이 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지금 하나님은 어디에 계신가를 묻는 것이다. 이 질문이 현재의 나와 하나님 사이의 거리와 관계를 점검하게 하고, 내 삶의 방향성이 그분께 점점 더 가까워 지는 쪽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를 점검하게 한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을 떠올릴 때마다 필자는 요한 복음서의 첫 장, 그리스도와 제자들의 첫 만남에 관한 보도를 떠올리게 된다. 거기서 제자들은 주님께 이렇게 묻는다. ”주님, 어디에 머물고 계십니까?”(1:38). 이 질문은 영적인 삶을 시작하려는 이들, 사람으로서 궁극적이고 올바른 길을 가려는 이들이 던지게 되는 첫 질문일 것이다./ 새결새김 남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