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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참된 긍휼을 품은 사람은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

하지만 형제애에서 우러나는 긍휼을 품은 이는 그 슬픔의 원인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랄 것입니다. 


-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of Hippo: 354-430) 《고백록》, Book III, ii (3)


카르타고(Carthage)에서 유학하던 젊은 시절, 아우구스티누스는 극장에서 비극을 즐겨 보았다. 그것은 그가 비극 관람을 통해 얻는 '카타르시스(catharsis)' 그 자체를 즐겼기 때문이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람들이 자신은 슬픈 일을 당하기를 원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이들의 불행을 보는 것을 즐기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기 좋아하는 것은 참된 긍휼(misericordia)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참된 긍휼은 불쌍한 사람과 함께 슬퍼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슬픔의 원인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슬퍼하는 이들의 진정한 형제와 자매는 그 슬픔의 원인을 찾아, 그 원인이 제거되도록 행동하는 이들이다. 세월호 희생 1주기를 맞아 그저 슬퍼하고 눈시울을 적시는 데서 끝난다면, 그것은 참된 긍휼도 연민도 자비도 아니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이 돌아오고,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규명되어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바를 찾아 실천하는 것이 오늘 우리가 품어야 할 참된 긍휼이다. / 권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