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영성가 읽기 : 헨리 나우웬

영성학 논문 2017.09.27 09:28

 

기독교 영성가 읽기

헨리 나우웬

 

이강학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기독교영)

1. 나와 헨리 나우웬

 

필자가 청년 시절에 우연히 처음 읽었던 헨리 나우웬의 책은 제네시 일기였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나우웬의 글이 삶의 근본적인 부분을 다루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해주는 것을 경험하면서 기독교 영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국 유학 시절에,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헨리 나우웬 소천 10주년 추모 컨퍼런스에 참여하여 한국 복음주의 목사의 관점에서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때 함께 논문을 발표한 미국 목사는 왜 미국의 복음주의자들이 나우웬의 글을 좋아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가톨릭 신부인 나우웬의 글이 미국과 한국의 개신교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 후 컨퍼런스에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헨리 나우웬의 영성이라는 강좌를 개설하게 되었다. 나우웬은 가장 개인적인 글이 가장 보편적인 글이다는 확신을 가지고 글을 썼다. 다시 말해서, 개인이 자기를 성찰하면서 깨달은 것을 나누면 다른 사람의 치유와 회복, 영적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우웬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2. 헨리 나우웬의 삶

 

헨리 나우웬은 1932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다. 1957년에 사제서품을 받았고, 니즈메겐(Nijmegen)에 있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1964년 미국으로 가서, 노트르담대학교, 예일대학교, 하버드대학교에서 강의했다. 그런데 나우웬은 교수의 삶에서 소명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는 주로 안식년을 인생의 다음 여정을 분별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1970년대에 제네시의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 몇 개월 안식년을 보냈다. 1980년대 초에 페루에서 빈민들과 함께 생활했다. 1985년 쟝 바니에(Jean Vanier)의 초대로 프랑스 트로슬리에 있는 정신지체장애우를 위한 라르쉬(L’Arche) 공동체에서 1년 동안 생활해본 후에서야 하나님의 부르심이 이 곳에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1986, 캐나다 토론토 근처에 있는 라르쉬 데이브레이크(Daybreak) 공동체에서 영성지도자로서 목회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1996년 소천하였다.


 

3. 나우웬의 글과 영성

 

나우웬이 그의 저작들을 통해 제시하는 중요한 영성의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영성일기, 영성 형성(세 가지 관계 : 하나님과의 관계, 다른 사람과의 관계, 나와의 관계), 성만찬의 영성, 사역과 영성, 공동체와 영성, 죽음의 영성/노년의 영성, 평화의 영성, 그리고 예술과 영성.

 

1) 영성일기 : 나우웬이 쓴 영성일기들 제네시 일기(The Genesee Diary), 주님, 감사합니다!(Gracias), 데이브레이크 가는 길(The Road to Daybreak), 그리고 안식의 여정(The Sabbatical Journey)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 어떻게 분별할 것인가를 잘 가르쳐준다. 날마다 자기를 성찰하면서 영성일기를 기록하는 것은 영적분별에 큰 도움이 되는 영성훈련이다. 필자는 나우웬의 영성일기를 책에 나오는 날짜에 맞추어서 읽어본 적이 있는데, 나우웬과 동행하는 느낌도 들면서 그의 경험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고 적용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2) 영성형성(세 가지 관계 : 나와의 관계, 다른 사람과의 관계, 하나님과의 관계). 영성형성(spiritual formation)이란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의 과정을 일컫는 표현이다. 영성형성이 잘 되면 영적으로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나우웬은 영적 발돋움(Reaching Out)에서 영성형성을 세 가지 관계의 변화라고 설명하고 있다. 나 자신과의 관계가 제대로 변화되면 외로움(loneliness)이 고독(solitude)으로 바뀐다. 여기에서 고독은 홀로 하나님과 함께 머무는 영적 경험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바람직하게 변화되면 적대감(hostility)이 환대(hospitality)로 바뀐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올바로 변화되면 불멸의 환상(illusion)이 하나님만 의지하는 기도(prayer)로 바뀐다. 이 세 가지 관계는 나의 영성형성 여정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표식을 제공해준다.

 

3) 성만찬의 영성 : 기독교 영성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경험이다. 성만찬은 예수님의 임재 또는 현존(presence)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나우웬은 뜨거운 마음으로(With Burning Hearts)라는 책에서 성만찬에서 경험한 것을 일상의 경험으로 확장시켜준다. 그것을 성찬적 삶(the Eucharistic life)이라고 한다. 성찬적 삶을 사는 사람은 일상의 경험 안에서 예수님의 현존을 알아차리고 예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사람이다. 가능한 한 자주 성만찬에 참여하고 그때의 경험을 일상 속으로 확장하려고 기도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3) 사역(ministry)과 영성 : 나우웬은 말한다. “모든 기독교인은 사역자이다.” 교회를 세워가는 사역과 복음을 전파하는 사역 그리고 세상의 필요를 채우는 사역에서 어떤 기독교인도 제외될 수 없다. 나우웬의 책들은 첫째, 사역 현장에서 무거운 짐을 홀로 지고 탈진상태에 빠진 목회자들이 회생할 길을 안내해주고, 둘째, 교회 공동체나 다른 소속된 공동체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사역에 참여하는 일반 성도들이 지녀야할 목회적인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소개해준다. 사역과 영성의 관계를 다루는 나우웬의 대표적인 책은 다음의 세 권이다. 새 시대의 사목(Creative Ministry), 상처 입은 치유자(The Wounded Healer), 그리고 예수님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The Living Reminder). 새 시대의 사목에서 나우웬은 목회자들에게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를 극복하고 영성생활을 할 것을 권한다. 상처 입은 치유자는 나우웬의 대표적인 책인데, 이 책의 요지는 목회자는 이 시대의 고통을 마음에 느끼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의 자원으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예수님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에서 나우웬은 목회는 기억”(remembrance)이고, 목회자는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나게 하는 사람”(a living reminder of Jesus Christ)이라고 정의한다.



 

4) 공동체와 영성 : 공동체는 영적 성장에 필수적인 환경을 제공해준다. 인생에서 가장 절실한 과제는 공동체 찾기이고,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열매는 공동체 만들기이다. 목회심리학자로서 나우웬은 인간의 성숙에 필수적인 요소는 친밀함(Intimacy)이라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그것을 경험할 수 있는 “home” 즉 공동체를 찾아다녔다. 나우웬은 마침내 라르쉬 공동체에서 그 공동체를 만났고 [데이브레이크로 가는 길, 탕자의 귀향(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 자신의 연약함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중증 장애우 아담(Adam)을 섬기면서 그 관계 안에서 예수님을 새롭게 경험한다. 나우웬의 글들은 신뢰와 친밀함을 경험할 수 있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그런 공동체를 찾고 만들고 싶은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5) 죽음의 영성 / 노년의 영성 : 일반적으로 세상 사람들은 잘 살기”(living well)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잘 살기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잘 죽기”(dying well)이다. 나우웬은 죽음과 관련해서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죽음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어떻게 나의 죽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이 될 수 있게 할까?”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나우웬의 답변은 죽음과 친해지기”(befriending our own death)이다. 어떻게 죽음과 친해질 수 있을까? 나우웬의 다음 네 권의 책이 도움이 된다. 죽음 가장 큰 선물(Our Greatest Gift), 거울 너머의 세계(Beyond the Mirror), 회상(In Memoriam), 위로의 편지(A Letter of Consolation). 아울러, 나우웬은 노인의 영광은 백발(Aging with Grace)에서 노년기가 흔히 어두움으로 가는 길로 여겨지고 있지만, 오히려 어르신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될 때, 노년기는 빛으로 가는 길이 되어 후손들에게 좋은 선물을 남기는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6) 평화의 영성 : 기독교인의 영적 경험의 핵심에 샬롬 즉, 평화가 있다. 나우웬은 평화만들기는 모든 기독교인의 풀타임 임무입니다. 평화 만들기(peacemaking)는 모든 기독교적 임무 중 가장 우선순위가 되어왔습니다.”라고 말했다[평화의 영성(Peacework)]. 실제로 그의 삶은 평화를 추구하는 활동으로 가득 차 있다. 1965년에 마틴 루터 킹이 이끄는 평화행진에 참여하는 것을 시작으로, 1970년대에는 대학가에서 베트남 전쟁 반대 연설에 나섰고, 핵잠수함 기지를 찾아가 평화미사를 올렸다. 1980년대에는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의 콘트라 전쟁에 반대하여 니카라구아 국경에서 열린 평화행진에 참여했다. 1991년에는 걸프전쟁 전야에 워싱턴디씨에서 반전 연설을 했다. 나우웬은 일관되게 평화, 정의, 반전을 외쳤다. 그는 올바른 기독교 영성은 기도와 실천의 두 다리에 균형을 잡고 걸어가는 것이라는 점을 삶으로 보여주었다.

 

7) 예술과 영성 : 아름다움은 하나님의 중요한 속성이다. 그러므로 성령 안에서 아름다움의 경험은 하나님 경험으로 인도될 수 있다. 나우웬은 그런 맥락에서 영성생활에서 예술을 소중하게 여겼다. 특히 그의 고국 네덜란드 출신의 예술가 렘브란트와 고흐의 삶과 작품을 영적 묵상의 대상으로 삼았다 (탕자의 귀향). 아울러 동방정교회 전통에서 중요한 영성훈련으로 자리 잡은 이콘 묵상도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주님의 아름다우심을 우러러(Behold the Beauty of the Lord: Praying with the Icons)]. 나우웬의 글들은 예술 묵상을 통해 우리를 하나님께로 초대한다.

 

이 외에도 나우웬의 글에서는 하향성(downward mobility)의 영성과 같은 더 많은 영성 주제들을 찾을 수 있다. 독자 여러분에게 나우웬의 글들이 하나님을 향해 가는 여정에서 소중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이글은 <빛과 소금> 2017 8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posted by 바람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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