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버린 커피

영성 생활/시 한 송이 2012.11.18 08:33
  • 제목은 "식어버린 커피"인데, 시를 읽으니 마치 뜨거운 커피를 마신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BlogIcon 바람연필 2012.11.18 08:59 신고


어제 저녁 마시다 만 커피

아침 책상머리에서

식다 못해 싸늘해진 놈을 한 모금 삼켰다.

싸하면서도 고소함에 흠칫 입이 놀랐다.


아직 맛이 살아있는 놈을 다시보게 된다.

 

지난 여름

빼곡하여 하늘까지 가렸던

나뭇잎들의 추락이 아침부터 하염없다.

햇빛 가득 어제 하늘이

오늘은 싸늘한 겨울비로 잿빛 충만이다.

 

한때 뜨거웠다가도 식어버리고,

얼어 붙었다가도 다시 타오르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 아니던가. 

 

커피는 뜨거울 때에만

맛이 있는 줄 알았다.

온기와 열정을 담고 있어야만 

제대로된 인생인 줄 알았다.

 

인생의 맛은

뜨거울 때라야만 논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냉랭한 커피잔을 비운다.

 

이른 시간부터 잎을 떨구는 저 나무는

겨울비로 몸을 맑혀

더 단단한 나이테를 제 몸에 채우겠지.



/ 오래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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