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1) : 고요한 등불

2014년 4월의 추천 도서


토마스 머튼윌리엄 쉐넌(1)

고요한 등불 (Silent Lamp)


사진1. The Merton Seasonal 표지에 실린 윌리엄 쉐넌의 초상화


     이 달의 추천 도서로 토머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 독서를 위한 윌리엄 쉐넌(William H. Shannon, 1917-2012)의 책들을 선정하였습니다. 쉐넌은 머튼을 좀 더 잘 알고자 하는 독자라면, 또는 머튼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안내자(guide)입니다. 그는 머튼의 타계 직후인 1970년대부터 그가 가르치던 나사렛 대학교(Nazareth College, Rochester, New York)에서 머튼 강의를 시작했고, 1887년에는 몇 명의 학자들과 함께 국제 토마스 머튼 학회(International Thomas Merton Society)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을 역임하였습니다. 머튼의 사후에 출간된 많은 머튼의 글들(1차 자료들)이 그의 손을 거쳤으며, 머튼에 관한 중요한 해설서, 평전, 사전, 논문들(2차 자료들)의 목록에도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습니다. 실로 그는 머튼 연구의 선구자이며, 탁월한 머튼 학자(Merton scholar)입니다. 그래서 2년 전인 2012년 4월 29일, 윌리엄 쉐넌이 94세를 일기로 타계했을 때, 국제 토마스 머튼 학회의 계간지 The Merton Seasonal은 쉐넌을 특집 주제로 다루며 그를 기념하였습니다(사진1). 이에 현재 국내에 번역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토마스 머튼 독서에 도움이 되는 쉐넌의 책들을 몇 번에 걸쳐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가 아직 학생으로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쓰는 까닭에 4월의 추천 도서로 이 글을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마무리 하는 데에는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사진2. Silent Lamp 영문판

   먼저, 머튼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쉐넌이 쓴 머튼 평전 《고요한 등불: 토마스 머튼의 이야기》(은성, 2008)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 번역본의 원전은 Silent Lamp: The Thomas Merton Story(NY: Crossroad, 1996)입니다. 나사렛 대학교에서 쉐넌 교수에게 직접 머튼을 배운 오방식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가 번역하였습니다. (제가 오방식 교수님을 통해서 머튼을 알게 되고 배웠으니, 쉐넌은 저에게 스승님의 스승님이 되는군요.) 


     한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그 사람의 생애를 아는 것은 매우 많은 도움이 됩니다. 토마스 머튼의 경우에는 유명한 자서전 《칠층산(The Seven Storey Mountain)》(1948)이 있지요. 물론 《칠층산》은 머튼의 입을 통해서 직접 듣는 그의 생애 이야기이지만, 비교적 초기의 작품이라 이후 약 20여년 간의 그의 삶은 담겨져 있지 않습니다. 머튼은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칠층산》이 출판 된 지 몇 년 후, 그는 "칠층산의 머튼은 이미 죽었다"라고 선언할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해 갔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역동을 담아 내고 있는 것은 머튼의 전기들입니다.


     현재까지 머튼의 전기들은 영어로 여러 종류가 출간되어 있는데요, 그중 가장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은 마이클 모트(Michael Mott)가 쓴 The Seven Storey Mountains of Thomas Merton[토마스 머튼의 칠층산](1984)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머튼의 일생에 대해 매우 자세한 내용까지 담고 있는 연구서이기 때문에 분량이 매우 두껍습니다. 그리고 머튼에 대한 다양한 모자이크 조각들을 담고 있어서 머튼 초보자들이 읽기에 쉽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한 아직 한국어 번역본도 없습니다. 쉐넌의 《고요한 등불》도 한국어 번역본이 564쪽에 이르기 때문에 결코 짧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토마스 머튼의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이야기식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독서하기에 버거운 정도는 아닙니다. 그의 생애와 관련된 세부적인 사건/사실들은 장(chapter) 중간 중간에 삽입된 연대기에 담겨져 있고, 본문에서는 각 장의 주제와 관련된 사건들만 선택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번역도 머튼을 전공한 학자가 했기 때문에 원문의 의미를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 저를 비롯한 몇 명의 대학원생들이 수 차례에 걸쳐 교열, 윤문 작업에 동참했기에 문장도 매끄러운 편입니다. 물론 완벽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머튼의 생애뿐만 아니라 그의 사상을 관통하고 있는 저자, 윌리엄 쉐넌이 쓴 평전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머튼에 대한 종합적이면서도 분명한 이해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림으로 비유하면 추상화가 아니라 사실주의적인 인물화라고 할까요? 그렇다면 이 책에서 쉐넌이 그리고 있는 머튼은 어떤 인물일까요? 그것은 이 책의 제목 "고요한 등불(Silent Lamp)"에 상징적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그가 이러한 제목을 붙이게 된 경위와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원래 "고요한 등불(Mei Teng)"이라는 말은 머튼이 《장자의 길(The Way of Chuang Tzu)》이라는 책을 쓰는 데 도움을 주었던 중국인 학자 존 우(C. H. Wu)가 1965년에 머튼에게 붙여 준 중국식 이름입니다. 쉐넌은 이 때가 머튼의 생애에 있어서 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난 때, 곧 완전히 은수자(hermit)로 살기 시작한 때이고, 이 이름이 머튼이 가톨릭을 넘어서 보편적인 영성을 향해 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말이라 생각해서 그것을 제목으로 채택하였다고 합니다. 나아가 쉐넌은 머튼을 많은 이들의 영적인 삶에 빛을 비추는 "등불"로, 그리고 시대와 공간과 전통과 문화를 넘어서도 그 빛을 잃지 않는 "보편적 인물(homo universalis)"로 묘사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머튼의 관상적 영성(comtemplative spirituality)에서 찾습니다.(29-34쪽). 그러므로 아마 이 책에서 그리는 머튼을 단 한 단어로 요약을 한다면 '관상가(contemplative)'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때 '관상가'라는 단어는 일종의 상징과 같아서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머튼의 경우, '작가', '사회비평가'라는 정체성이 '관상가'에 포함되지요. 그리고 머튼은 수도원에 들어 가기 이전부터, 그리고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 살 때부터 '관상가'였습니다.  

 

사진3. <고요한 등불>한글 번역판

   전기류의 글이면서도 특이하게도 이 책은 제1장을 토마스 머튼의 은사(gift)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쉐넌이 선정한 머튼의 주요한 은사 세 가지는 문재(文才, 글쓰기)와 신앙, 그리고 수도자로서의 소명입니다. 이 세 가지는 재능(talent)이라기보다는 하나님께서 머튼에게 주신 특별한 선물(gift)라는 관점에서 이해되는 것이 더 적당할 듯합니다. 이후에 전개되는 장들에서 이 은사들이 각각의 또는 공통의 흐름을 이루면서 이야기를 끌어 갑니다. 제2장부터 제6장까지는 수도자가 되기 이전까지의 머튼의 삶을 다섯 시기로 나누어 이야기합니다. 주로 자서전 《칠층산》에 담겨진 내용들이지만, (아마도 수도원 장상들의 뜻으로) 집필/출판 과정에서 생략되거나 완화된 뒷 이야기(behind story)들도 함께 담겨져 있어서 칠층산의 머튼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7장에서 제9장까지는 그가 겟세마니 수도원에 들어간 1941년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의 삶을 다루고 있는데, 각각의 장이 첫 번째 장에서 이야기한 세 가지 은사를 하나씩 제목으로 삼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세상으로 돌아옴"이라는 제목이 붙은 제10장은 '세상을 버리고' 수도원으로 들어 갔던 머튼이 1958년 결정적인 방향 전환(또는 성장)을 경험하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 온'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귀환' 이야기는 이른바 '성숙한 머튼(mature Merton)'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입니다. 이후 머튼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68년에 갑작스럽게 타계할 때까지 냉전과 평화, 인종 평등, 수도원 갱신, 종교 간의 대화 등의 사회적 이슈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글을 썼는데, 이 내용은 제11장에서 제14장에 담겨 있습니다. 탁월한 머튼 학자 쉐넌은 이 마지막 장들에서 각각의 주제와 관련된 머튼의 사상을 그의 생애를 바탕으로 명확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윌리엄 쉐넌이 이 책의 한국어판에 부치는 "감사의 글" 한 구절을 인용하고자 합니다. "한국에 계시는 친애하는 독자님들, …… 우리를 분리하는 것은 단지 지리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모두의 존재가 그 안에서 살아가고 우리의 존재를 발견하게 되는 사랑의 근원이신 한 분이신 하나님 안에서 연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16쪽). 저는 만약 머튼이 자신의 평전의 서문에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글을 쓴다면 바로 이렇게 썼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머튼은 "숨어 있는 사랑의 근원(the Hidden Ground of Love)"이신 하나님 안에서 모든 인류가 하나로 연합되어 있음을 경험하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토마스 머튼도, 윌리엄 쉐넌도 모두 이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가 그들이 남긴 글들을 읽고, 인류의 하나됨에 대한 그들의 사상에 동의한다면,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로 연합되어 있음을 경험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역시 쉐넌이 쓰고, 오방식 교수가 옮긴 《토머스 머튼: 생애와 작품》(은성, 2005)을 소개 드리겠습니다. 참고로 국내에 번역된 토마스 머튼의 또 다른 전기로는 《지혜로운 삶: 토마스 머튼의 생애(Living with Wisdom: A Life of Thomas Merton)》(분도, 1994)가 있습니다. 이 책도 머튼과 직접 편지를 주고 받던 평화운동가 짐 포리스트(Jamse H. Forest)가 쓴 훌륭한 전기이므로 머튼을 공부하는 분들에게는 일독을 권합니다. / 권혁일



*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시리즈


   (1) 고요한 등불(Silent Lamp)  


   (2) 토머스 머튼: 생애와 작품(Someting of a Reble) : 2014년 6월15일


   (3) 머튼 백과사전 (The Thomas Merton Encyclopedia) 외 : 2014년 7월15일


   (4) 파라다이스 여행과 내적 체험 (Paradise Journey & Inner Experience) : 2014년 8월15일





고요한 등불

저자
윌리엄 셰논 지음
출판사
은성 펴냄 | 2008-06-01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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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층산

저자
토머스 머튼 지음
출판사
바오로딸 | 2009-03-15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다시 읽고 싶은 명작' 시리즈, 제3권 『칠층산』. 21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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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성경 읽기

조각이나 그림을 감상할 때에 그 작품의 각 부분을 곰곰이 살펴본다면, 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경을 읽을 때) 이 놀라운 광경 (지붕을 뚫고 내려진 중풍병자를 고치신 일) 앞에 잠시 멈추어 서서 (너의 이성을 동원해서) 경건한 호기심을 가지고 내용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 제임스 트래이시(James Tracy), "인문주의자들의 성서 이해: 영혼의 양식," 《기독교 영성 II》, 질라이트 편집(Jill Raitt), 엄성옥 이후정 공역 (은성), 386.


요즘 십여 명의 청년들과 함께 제자훈련이라는 이름으로 만나고 있다. 총 세 단계의 훈련 과정인데 첫 번째 과정을 수료한 친구들과 이제 막 두 번째 과정으로 들어왔다. 대견하고 기특하다. 공부하고 일하는 시간을 쪼개서 렉시오 디비나, 말씀 암송, 자기 관리표 작성 등을 기쁨으로 감당하는 청년들을 보며 늘 도전받는다.

오늘이 두 번째 과정(14)에 들어가는 첫 날이다. 이런 저런 숙제들을 설명하다 함석헌 선생님의뜻으로 본 한국역사》등 몇 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오라는 말에 청년들은 아연실색이다. 그 착한 청년들이 금방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갈 기세다. 한 술 더 떠, 이게 성경과 관련된 책이냐며 앙탈을 떤다. 대박…!


왜 교회에서 인문학은 치외법권인가?   

중고등학교 시간에 배워 익숙한 르네상스의 아버지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 of Rotterdam, 1466-1536)는 사실 인문학자이기 이전에 가톨릭 사제이며 복음적 영성가였다. 그는 당시에 팽배했던 금욕주의적 기독교보다 인문주의의 접근이 더 세상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를 포함한 인문주의자들은 지식을 지적인 것들의 영역에 한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식이란 하나님을 더 알고자하는 인간의 마음을 꿰뚫는 의지를 형성하는 전인적 경험(Holistic Experience)이라 이해했다. 그들에게 인문학은 절대 하나님을 등지기 위함이 아닌 하나님 등에 업혀 못 보았고 못 들었던 지성의 세계를 열어 그분을 더 깊이 알아가고자 함이었다.


위에서 트레이시가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는 성경을 대할 때, '이것은 몇 년도 조각된 누구의 작품입니다. 다음 작품은요……'라는 설명으로 조각품 감상을 급하게 훑듯 성경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조각품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이곳저곳 뜯어보며 조각가와 대화하듯 경건한 호기심으로 물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이성의 잠자던 미세신경까지 깨워 본문에 드러나지 않은 행간에 숨겨진 하나님을 읽어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성경을 읽을 때에 경제학, 미술사, 정치학, 건축학, 역사학 등의 인문학은 성경이 꽁꽁 싸맨 그만의 맨살을 볼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그런 의미에서 함석헌 선생의 그 책을 난감해하던 나의 청년들이 시간이 지난 후 인문학을 통한 하나님과의 전인적 경험을 기뻐할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 나도 그러했기에 그들이 더욱 기대가 된다. / 이경희



기독교 영성 2

저자
질라이트 외편 지음
출판사
은성 | 1999-03-01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세계 기독교 영성 시리즈. 중세시대와 종교개혁기의 영성, 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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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Spirituality Vol. 2: High Middle & Reformation

저자
Bernard McGinn, Jill Raitt, John Meyendorff 지음
출판사
Crossroad Publishing Company | 1989-09-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A multivolume series with more t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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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모래와 함께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 (방성규 지음)

2012년 12월의 추천 도서

 

방성규 지음, 《모래와 함께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 사막 수도자들의 영성과 삶》(이레 서원, 2002).

 

봉쇄수도원에서 일상을 만나다

2002 신학대학원 졸업을 학기 남겨두었을 , 교회에서 파트타임 전도사로 사역을 하며, 모자란 학비를 벌기 위해 과외, 출판사 일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다. 졸업 후의 진로와 결혼, 여러 가지 일상에서의 삶의 문제들 앞에서 점점 지쳐가고 있던 학기, 신대원 수업의 일환으로 교수님과 학우들과 함께 인천에 있는 봉쇄 수도원을 방문했다. 봉쇄 수도원은 바깥 출입을 제한하며 곳에서 평생 머물면서 수도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당시 나는 수도원을 현세 도피적이고 비성경적이라 여기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이들은 마치 군대 훈련소 주간에 방문했던 영창 속의 사람들을 생각나게 했다. 그 만큼 봉쇄 수도원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무섭고, 낯설었다. 그들을 수는 있었지만 수도 중이던 그들과 이야기를 수도 없었고, 그들 또한 우리에게 관심이 없는 듯 하였다


미리 교수님의 부탁이 있었던지 수도자가 나와서 수도원을 안내해 주었고, 그리고 우리에게 마디 말을 했다. "개신교 신학생들이 보기에 우리가 어떻게 보일 알 만합니다. 속세를 떠난 사람들처럼 도피한 사람들로 보일 수도 있지요. 세상 안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딪치며 살아가는 삶이 어쩌면 맞는 것이겠지요.  교회는 세상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실어 나르는 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라는 바다 속에서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그런데 배도 때때로 길을 잃지요.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들이 길을 잃었을 때에 잠시 바라보며 길을 되찾는 등대처럼, 저희 수도자들은 세상 속의 교회가 길을 잃었을 때에 번이나마 빛을 비추어 있는 그런 소망을 가지고 매일 매일 똑같은 일상을 훈련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때로 우리도 교회 목사님들의 설교를 듣거나 읽습니다. 그들의 말씀의 깊이와 기도의 분량에 때때로 도전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신문을 보면 많은 목사님들이 때로 사사로운 일상의 문제 안에서 넘어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넘어짐이 결코 말씀이 없거나 기도가 모자라서 생긴 같진 않습니다. 일상에 대한 훈련, 삶에 대한 연습이 좀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가 여기서 수행하는 것은 반복적인 매일 매일 속에서 일상에 대한 훈련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상에 대한 훈련!"

매일 매일 일상 속에서 지쳐 그리스도의 은혜마저 볼 수 없 때에 수도사의 마디는 내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고, 일상 속의 많은 문제가 그들의 반복되는 일상의 훈련 속에서 정말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수도원의 방문은 삶을 조금씩 바꾸었고 미국에서 영성을 공부하게 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미국에 와서 지나 나를 수도원으로 데리고 갔던 교수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가슴 한 편이 아련해져 왔다. 한국에 잠시 기회가 있어서 방문하던 때에 그분의 유작처럼 남아 있던 권의 책을 가지고 돌아왔다. ' 교수님'의 ' 책'이 바로 방성규 교수님의모래와 함께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 사막 수도사들의 영성과 이다.

 

오늘도 말을 걸어오는 모래 바람의 이야기

이 책은 3세기 콘스탄틴 황제가 즉위한 후의 초대교회 교부들에 대한 책이다. 박해 받아 순교자가 넘쳐나던 기독교가 기독교 공인 오히려 이방 타인들을 탄압하던 '종교' 되었던 때에,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 동참하는 진정한 의미의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몇몇의 무리가 이른바 ' 다른 순교'(white martyrdom)를 하기 위해 사막으로 들어가 수도자들이 되었다. 책은 이들 사막수도자들의 훈련의 기쁨과 육체, 감정, 생각, 영성, 공동체에 관한 구체적인 훈련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책에는 막연히 초대교회사를 공부하고자 유학을 갔던 저자가 어떻게 사막 수도사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에 대해 공부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좁은 신학, 편견에서 벗어나 기독교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풀어가는지의 여정이 나타나있다. 중세 시대의 유물로서 타락의 온상지로만 여겨졌던 수도원과, 현실의 도피자로서만 여겨졌던 수도사들이 고대 기독교 삶의 영적 원천이었고, 오히려 교회를 새롭게 했던 적극적인 헌신자들이었다는 것은 방성규 목사님께 충격이었고 도전이었으며 발견이었다.


성경 안의 '광야' '사막'과의 관계, 모래 바람이 되고자 했던 수도자들의 소박한 꿈에 대한 이야기는 좁은 신학의 테두리에 갇혀 있는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우리가 근거하고 있는 신앙과 비전에 대한 넓은 시각을 열어준다. 초대 교회 사막에서 살았던 수도자들을 현대인의 독자에게 전해 주기 위해 과거에 살았던 이들이 남긴 책과 자료, 그리고 그것에 대한 묵상과 기도를 통해 깊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을 시공간을 넘어 오늘을 사는 현대인에게 말을 걸어오도록 고민한 그의 글은 영성을 공부하는 나의 고민과 정확히 일치한다.


학기의 수업. 그리고 번의 수도원 방문, 그리고 방성규 교수님의 삶과 그분이 남긴 유작모래와 함께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 예전 수도사가 말한 대로, 내가 다시 일상의 문제에 빠져 허덕일 때마다 틈틈이 들여다보며 잃어버린 길을 되찾는, 나에게 있어서 등대 같은 책이다. 비록 이책은 출간된지 10년이 넘었지만 사막의 수도자들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나 일상 생활에서 깊은 영성의 뿌리를 내리길 원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것이다.  /소리벼리



모래와 함께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

저자
방성규 지음
출판사
이레서원 | 2002-07-31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사막 수도사들의 영성과 삶을 소개한 책. 사막의 수도자들과의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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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리벼리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 전기

  • 피터 브라운, amazing한 학자이지요. <성인숭배>(새물결)라는 책도 대단히 흥미롭고 훌륭한데, "본서는 '천상'과 '지상'의 연합에 관한 책이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책이지요. 새판 출간 소식 고맙습니다.

    BlogIcon 산처럼 2012.11.29 06:53 신고

역사를 통틀어 (성서 기자들을 제외하고)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 of Hippo, 354-430) 만큼이나 유명한 기독교 저자가 또 있을까? 진리 찾아가는 한 영혼의 영적 여정을 담은 그고백록은 약 1600여 년 동안 수많은 이들을 자신과 같이 영적 여정에 오르도록 격려해왔고, 서구 문학에서 '자서전'(Autobiography)이라는 장르의 효시가 되는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물에 관한 좋은 평전이 최근에 한국에서 새롭게 번역 출간 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자서전이 자신의 내적 여정과 회심 과정을 1인칭으로 이야기한 고백이라면, 아우구스티누스에 관한 피터 브라운의 평전은 어거스틴의 삶과 사상을 후기 로마시대라는 사회 역사적 상황을 고려하여 제3자의 관점에서 전체적으로 조망한 글이. "아우구스티누스는 급속하고 극단적인 변화의 시대에 살았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 또한 계속적으로 변화했다"는 피터 브라운의 서문처럼 이 책은 아우구스티누스의 변화를 그의 시대의 변화 속에서 연대기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Society and the Holy in Late AntiquityBody and Society 등 후기 로마시대와 고대 기독교 연구에 관한 중요한 글들을 저술한 피터 브라운(Peter Brown)이 저자라는 사실이 이 책을 주저 없이 선택하게 만든다. 


원래 미국에서 초판은 1967년에 나왔고, 2000년에 그간의 아우구스티누스 연구 동향과 새롭게 발견된 자료들을 반영한 개정판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1998년에 호남신학교 차종순 교수가 초판을 번역하여 《어거스틴 생애와 사상》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장로교 출판사에서 출간하였고, 최근에 개정판이 새롭게 번역되어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제목으로 새물결에서 나왔다. 해외에 있으면서 번역본을 재빠르게 구해서 읽고 비교할 형편이 되지 못해서 현재로서는 새로운 번역본에 대한 평가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역사학을 전공한 학자이지만 "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고, 신학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다"고 말하는 옮긴이가 기독교 사상과 영적 경험에 대한 내용을 어떤 식으로 옮겼는지가 궁금하다. 만만치 않은 책 가격이 부담스럽겠지만,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혼자서 읽다가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나 아우구스티누스를 연구하기 원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서 피상적으로나마 정보를 제공한다. / 바람연필




아우구스티누스

저자
피터 브라운 지음
출판사
새물결 | 2012-10-25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아일랜드 태생의 역사학자 피터 브라운의 『아우구스티누스』. 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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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틴 생애와 사상

저자
피터 브라운 지음
출판사
한국장로교출판사 | 1998-05-20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어거스틴의 생애와 사상을 기독교적 시각으로 분석한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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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ine of Hippo : A Biography

저자
Brown, Peter 지음
출판사
California | 2008-03-06 출간
카테고리
문학/만화
책소개
A new expanded edition of Peter B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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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연필

영성을 살다: 기독교 영성회복의 일곱 가지 길





"전통주의는 산 자들의 죽은 신앙이고, 전통은 죽은 자들의 살아있는 신앙이다" - 자로슬라브 펠리칸(Jaroslav Pelican)


이 책은 독자를 “기독교 영성 전통”이라는 고색(古色) 창연하고 오색(五色) 찬란한 세계로 안내한다. 이 드넓은 세계에 들어가보면, 3세기 알렉산드리아의 "최초의 기독신학자" 오리게네스가 이교의 교양인들에게 "아파테이아"론을 설파하고 있는가 하면, 20세기 미국의 트라피스트 수도사 토마스 머튼이 방콕을 방문하여 동서양 영성의 만남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골교회 목사 조지 허버트가 성례를 행하듯 시를 쓰고 있는가 하면, 아빌라의 테레사나 노르위치의 줄리안 같은 여성 영성가들이 남성 신학자들이 헤아리지 못한 신성과 인성의 깊이를 헤아리며 성육신의 신비를 관상하고 있다.


왜 기독교 영성 전통을 공부해야 하는가? 책의 첫머리에 인용된 가다머의 말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다: "전통 안에 서 있다는 것, 그것은 지식을 얻을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다시 말해, 전통에 굳게 발 딛고 서 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지성의 영역에서뿐 아니라 특히 영성의 영역에서 더욱 맞는 말이다. <영적 훈련과 성장>이라는 기념비적 저서를 통해 현대 그리스도인들을 영성훈련의 도량(道場)으로 이끌어 내었던 리차드 포스터가 이번에는 자신의 친구와 더불어, 그런 기독교 영성훈련들을 낳은 어머니(母體)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 영성의 신학적 역사적 "전통"에 대해 개괄하는 책을 썼다. 더더구나 이 책은 두 사람이 스승과 제자로서 맺었던 우정의 산물이자, 공동 연구자로서의 동역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이 책은 질서, 여정, 앎, 관계, 체험, 관상/행동, 등반이라는 일곱 가지 키워드를 통해 기독교 영성의 다양한 면모를 알차게 개관해주는데, 특별히, 각 영성가에 대한 소개 뒤, 리차드 포스터가 성숙한 시각을 담아 겸손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반추와 반응'은, 전통을 나름대로 소화하여 “우리 것 삼는다”(appropriation)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일례로, 포스터는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해, 회심 뒤 그가 동거녀를 버리지 않고 결혼해 함께 사랑하며 살았더라면 더 좋은 모델이 되지 않았을까라며, 그리스도께서 그를 성(性)으로부터 "좀 지나치게" 자유케 하신 것 같다고 말하며, 독자들에게 눈을 찡긋한다. 서구 영성사에 심원한 영향을 끼쳤던 그 저명한 주교의 영성에 대한 오늘의 재해석의 일면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 책은 우리 앞서 하나님의 영을 들이쉬고 내쉬며 살았던 분들의 숨결을 느껴보라는 초대다. "영"("루아흐", "프뉴마")이라는 말이 "숨"을 뜻한다면, 영성이란 그 숨의 결, 즉 "숨결"을 뜻할 터이다. 칼뱅과 위(僞)디오니시우스, 누르시아의 베네딕트와 조지 폭스는, 했던 "말"(신학)에 있어서는 많이 달랐다. 하지만 "숨결"에 있어서는 서로 통하지 않았을까? 모두, 하나님의 숨, 곧 성령을 호흡했던 분들이니 말이다. 먼저 영성의 길을 걸어간 이들의 숨결을 가까이서 느껴보는 것보다 지금 우리의 거칠어진 숨결을 골라주는 것이 또 있을까? 일독 후 우리의 숨이 깊어졌다면, 이는 그분들의 말이 아니라 “숨”이 우리에게 와 닿았기 때문이리라.


이종태


IVP 북뉴스 2009년 7-8월호


posted by 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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