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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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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먼 곳에? (아빌라의 테레사) 이처럼 숭고한 선물을 받은 영혼은 그것을 주신 주님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해서, 인생은 고통스럽지만 즐거운 고문이 된다. 그리고 죽음을 갈망한다. 그런 사람은 자주 눈물로 하나님께 호소한다. 모든 게 너무 지치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땅에서 제발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 아빌라의 테레사(Teresa of Avila: c. 1515-1582), 《영혼의 성(The Interior Castle)》, 6궁방, 6장. 1절. 주님을 만날 수 있는 길이 죽음 밖에 없다면, 나는 무엇을 택할 수 있을까? 최근 한 인상적인 영상을 보았다.(http://insight.co.kr/view.php?ArtNo=4890) 주인과 2년여 떨어져 있었던 강아지는 주인을 만난 날 극도의 기쁨과 흥분으로 기절하고 만다..
그리워하면 깊어진다 (히포의 어거스틴) (하나님을) 그리워하면 마음이 깊어진다 (Longing makes the heart deep). Augustine, Tract. in Joh. 40, 10. quoted in Peter Brown, Augustine of Hippo: A Biography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0), 150. 마음이 깊지 못하다. 그래서 깊은 슬픔을 모르고깊은 위로를 모른다. 인생이란 깊은 슬픔이 아니고 무엇일까.믿음이란 깊은 위로가 아니고 무엇일까. 하느님을 그리워하면 마음이 깊어진다. ("desiderium sinus cordis") 하느님은 마음의 본향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본디 '마음 둘 곳'이기 때문이다. 본향을 떠나왔다. 마음 둘 곳이 없다. 그래서 ..
사랑하겠다는 의지가 아니고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 그리스도교 사랑의 뿌리는 사랑하겠다는 의지가 아니고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입니다.-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 《새명상의 씨(New Seeds of Contemplation)》 사람 사이에 생기는 불일치에 대해 우리는 미움과 증오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해결책이 아닌 것을 알기에 우리는 미움과 증오를 싸워서 이겨내려고 한다. 계명을 지키고 착한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은 귀한 일이다. 그러나 의지로 해결할 수 없다. 불일치를 일으킨 상대방이 자격이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한 미움과 증오는 뽑아도 피어나는 여름의 잡초처럼 계속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머튼은 사람이 가치가 없고 보잘것없어도 하나님에게 사랑받는다는 믿음으로만 미움과 증오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악한 생각을 태우소서 어떤 형제가 한 운둔자를 찾아와 말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 생각이 저를 너무도 괴롭힙니다.”은둔자가 대답했다. “그대는 가공할 무기, 곧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던져버리고, 대신에 갈대로 만든 막대기, 곧 사악한 생각을 손에 쥐고 있구려. 다시 불을 움켜쥐시오. 불을, 가공할 무기를,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움켜쥐시오. 그러면 사악한 생각들이 접근할 때에 마치 불이 갈대를 사르듯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그것들을 온통 파괴할 것이오. 악한 생각들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을 압도할 수 없소이다.” - 사막 교부들 지음, 배응준 옮김, 《깨달음》, (서울: 규장, 2006), 88-89. 꿈에서 이 분이 등장한 게 벌써 세 번째이다. 간헐적이긴 하지만 이렇게 지속적으로 내 꿈에 등장..
십자가 위에서 약혼하다 (아빌라의 테레사) 여기(6궁방)의 영혼은 다른 신랑은 그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으려는 굳은 결심이 벌써 딱 서 있습니다. 그렇다고 신랑은 약혼을 서두르는 그 영혼의 열렬한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이시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가 약혼을 더더욱 갈망하게 하시고, 이 최대의 행복을 얻기 위해 약간의 희생을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 아, 이 영혼이 제 칠 궁방(하나님과의 연합)에 들기에 앞서 안팎으로 치러야 할 시련은 얼마나 쓰라린 것이겠습니가? - 아빌라의 테레사(Teresa of Avila: c. 1515-1582), 《영혼의 성(The Interior Castle)》, 6궁방, 1장. 1절. 16세기 스페인의 신비가 아빌라의 테레사는 영적 여정을 7단계의 궁방(mansion)으로 묘사한다. 그녀에 의하면 마지막 단계인 '하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사막 교부) 임종이 가까이 왔을 때 압바 아가돈은 삼일 동안이나 계속 눈을 뜬 채 누워 있었다. 제자들이 그의 몸을 흔들며 물었다, "압바 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그가 말했다, "나는 지금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 있다네." 그들이 물었다, "두려우신가요?" 그가 말했다, "나는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며 살고자 최선을 다해왔지. 하지만 나는 인간일 뿐. 내 행한 일을 과연 하나님께서 기뻐하실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겠나?" 제자들이 물었다, "경건하게 살아오신 삶에 대해 확신이 없으신가요?" 압바가 말했다, "하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나. 하나님의 심판/판단과 사람들의 심판/판단은 다르기 때문이지." 그들이 계속 더 말씀해주길 청하자, 그가 말했다, "청컨대, 내게 말을 시키지 말아주게나...
이성과 신앙의 결합 (존 웨슬리) 열광과 편견이 이성(理性)의 이라는 이름으로 행세하면서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성과 신앙을 결합시킴으로서, 이러한 시류에 최선을 다해서 대항하는 것이다.존 웨슬리 (John Wesley: 1703-91), “조셉 벤슨(Joseph Benson)에게 보낸 편지,” 1770. 지금 우리 앞에는 지난 두 세기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일이 큰 숙제처럼 놓여 있다. 지난 두 세기는 흔히 “이성의 시대”라고 불린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이 시대는 인간의 광기, 편견, 충동, 탐욕 등이 그 어느 때보다 적나라하게 분출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서 인류는 이전엔 생각할 수조차 없었던 규모의 폭력, 학살, 전쟁들을 겪었고, 분열, 차별, 억압 속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런 일들을 떠올리고..
은혜의 새겨짐 (리처드 백스터) 구원하시는 은혜의 역사가 우리의 영혼에 완전히 새기어졌는지의 여부를 먼저 살펴야겠다.- 리처드 백스터 (Richard Baxter: 1615-1691) 《참된 목자(The Reformed Paster)》(크리스챤다이제스트, 2011), 57. 리처드 백스터는 참된 목자가 첫 번째로 해야할 일은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성찰의 첫 시작은 구원의 은혜가 내 안에 새겨져 있는지의 여부다. '적셔짐'과 '새겨짐'의 차이를 생각해 보게 한다. 은혜로 적셔지면 은혜가 충분하다 여겨지지만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말라버린다. 언제 은혜가 있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해진다. 적셔진 은혜가 내 안에 배어들어 새겨지도록 해야 한다. 새겨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피부의 변색처럼 변화도 필요하다. 살갗의 따가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