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의 징표 (귀고 2세)

한 줄 묵상 2014.04.04 12:41
  • 산책길에 집필진이 되심을 축하드리며 사순절에 꼭 필요한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BlogIcon 정승구 2014.04.04 14:48 신고

내면의 흠집들을 씻어주고 죄의 불을 꺼주는 저 눈물은 참으로 복됩니다. 내 영혼아, 이 눈물 안에서 네 신랑이신 분을 알아 모셔라 …… 한숨과 눈물, 바로 이것이 네 신랑께서 네게 주시는 놀라운 선물이며 위로이다. 이러한 눈물은 그분이 네게 마시라고 주시는 은혜로운 음료이다. 이 눈물이야말로 너의 일용할 양식이 되게 하여라. 이 양식은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하며, 꿀과 벌집보다도 더 달콤하다

-귀고 2(Guigo II, ?-1188) 《관상생활에 관한 편지(The Letter on the Contemplative Life)》 VIII


12세기 카르투지오회 수사인 귀고 2세는 《관상생활에 관한 편지》에서 읽기, 묵상, 기도, 관상이라는 4가지 영성훈련의 단계를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하나님의 임재에 온전히 잠겨 영혼의 기쁨과 평안을 누리는 관상의 단계를 설명한 후에, “그러나 주님, 주께서 이런 일을 이루실 때를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무엇이 당신이 오고 계시다는 징표입니까?”라고 묻는다. 귀고 2세가 얻은 답은 “한숨과 눈물”이었다. 눈물 그 자체에 집착해서는 안 되지만, 주님의 온전한 은총으로 인간의 영이 주의 영과 하나가 되는 관상의 증거는 깊은 탄식과 내면 깊숙한 곳에서 쏟아지는 설명할 수 없는 눈물이다.


회개하고 싶어도 자복할 죄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선함의 증거가 아니라 은총에서 멀어졌다는 증거입니다.

울고 싶은데 눈물 한 방울 나지 않습니다.

평안의 복을 누리고 있는 징표가 아니라, 은총이 떠나가는 심판의 징표입니다.

주님이 다가오시면 내면의 더러움이 밝히 드러나겠지요.

그러면 어찌 한숨짓지 않을 수 있을까요?

주님이 다가오시면 그 부끄러움이 은총의 옷으로 덮어지겠지요.

그러면 어찌 눈물짓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은총으로 부으시는 한숨과 눈물을 갈망합니다.

그 한숨과 눈물에서 참 위로와 기쁨을 누리고 싶습니다.  / 김종수




posted by 바다 달팽이

습관을 고치는 부끄러움 (베네딕트의 규칙서)

한 줄 묵상 2013.01.09 06:00

그러므로 우리가 그들을 맨 마지막 자리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떨어진 자리에 세우도록 결정한 것은 그들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함으로써 부끄러움을 느껴 [지각하는] 습관을 고치도록 하기 위함이다.


누르시아의 베네딕트(Benedict of Nursia, 480-ca.547), 《베네딕트의 규칙서》 

권혁일, 김재현 옮김, ch 43, 7. (서울: KIATS, 2011), 88.



베네딕트는 그의 규칙서에서 야간기도(Vigil) 시간에 늦는 수사들은 다른 이들로부터 떨어져 별도로 지정된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히 그 사람을 '징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부끄러움'을 느껴 자신의 잘못된 습관을 고치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마귀가 틈을 탈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인류가 가장 먼저 부끄러움을 느낀 때는 아담과 하와가 최초의 죄를 짓고 자신들이 벗었음을 깨달았을 때이다. 사실 그들은 자신들의 '벗은 몸' 때문이 아니라 '벗은 영혼'으로 인해 부끄러워 해야했다. 오늘날도 많은 이들이 정작 부끄러워 해야할 것에는 뻔뻔하고,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에는 수치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구형 휴대폰, 낡은 자동차, 값싼 옷이나 가방 등에 부끄러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입고 있는 낡고 때묻은 '습관'으로 인해 얼굴과 마음이 빨개지도록 부끄러워 해야 하지 않을까? 


올 한 해 내가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주님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볼 때 드러나게 될 것이다. / 바람연필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 윤동주 <참회록> 일부

posted by 바람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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