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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zine 산책길/산책길 인터뷰

이강학 교수 인터뷰 "말씀을 읽듯이..."

웹진 <산책길> 2, no. 1 게재. 


"말씀을 읽듯이 영성 고전을 읽으세요"

이강학 교수 인터뷰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 기독교 영성)

 

 

이 인터뷰는 2013113일 저녁 7시에서 8시 사이에 서울 근교의 이강학 교수 댁 기도실에서 진행되었다.  

 

1. 교수님은 학부 때에는 기계설계학을 전공하시고, 이후에 10년간 캠퍼스 선교단체 간사로 활동하신 독특한 이력을 갖고 계십니다. 교수님의 지난 영적 여정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대학시절 성경공부를 통해 그리스도를 만나다>


    제 영적 여정이 시작된 것은 대학교 때 기독대학인회(Evangelical Student Fellowship, 이하 ESF)라는 선교단체에 들어가면서부터입니다. 형님이 거기에 가서 성경공부도하고 친구들도 사귀어 보라고 소개해 줬죠. 대학교 생활하면서 참 힘들었어요. 1984년에 학원 자율화가 시작되어 학생들이 데모도 많이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인생의 방향을 상실한 상태였는데, 성경공부를 하면서 방향을 잡게 된 것 같아요. 예언자들의 삶이 그리고 예수님이 참 감동적이더라구요. 성경공부하면서 감동을 많이 받고, 그러면서 마음도 편안해지고,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한 거죠. 예수님처럼 예수님 말씀대로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영적인 경험도 좀 하고, 그렇게 대학생활을 보내었어요. 전공은 기계설계학과를 들어갔지만, 사실은 성경공부를 중심으로 더 많이 하게 되었죠. 거기에서 더 많은 마음의 위로를 경험하게 되니까. 학교 전공은 기설(기계설계)이지만, 졸업은 기설(기도설교)로 하게 된 셈이에요.

 

<다른 이들에 도움이 되는 삶을 추구하다>

  

      졸업하고 나서는 공대를 졸업한 다른 친구들 취직하듯이 가기가 싫더라구요. ‘좀 더 다른 쪽의 삶에서 나오는 기쁨이 뭘까?’ 그렇게 진로를 찾다가, 한때는 신문이나 방송국 피디 쪽으로도 관심이 생기고 준비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향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삶이었어요. 그런 동시에 ESF에서 후배들에게 성경공부를 가르쳐주는 파트타임 간사를 한 1년 했는데, 그때가 정말 좋더라구요. 그래서 1년 지난 후에 결정을 한 거죠. 대학생 시절에 저에게 일대일로 성경공부를 안내해주신 분이 지금 숭실대 김회권 교수님이거든요. 김회권 교수님이 정말 잘 가르쳐주셔서, 김회권 교수님을 따라다니면서 저도 목자 생활해야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러고 나서 10년 동안 선교단체 간사를 한 거죠. 김회권 교수님께서 유학가신 후에는 ESF 관악지구 책임간사로 한 5년 반 있었구요. 그러다가 동시에 다일교회를 다니게 되었는데, 다일교회에서 영성수련원이 생겼어요. 1999년에 최일도 목사님이 영성수련을 시작을 하셨는데, 그때 영성수련에 참여하고 나서 공부하는 방향을 영성 쪽으로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는 유학 계획을 세운 겁니다. 그 전에는 우리 선교단체는 성경 공부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성서학 쪽으로 계속 나는 공부를 해야지 하는 그런 생각만하고 있었는데, 영성 경험을 하니까 한국교회에도 영성수련이 도움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유학을 가게 된 거죠

 

<오늘 속에서 어제를 만나다>


       물론 그 전에도 헨리 나우웬과 같은 분들의 책은 많이 읽었어요돌아보니까 읽었던 책들이 까를로 까레또의 사막에서 온 편지》 같이전 알고 가서 읽은 것은 아닌데어떻게 책방에서 가서 책을 고르다 보면 그런 영성가들의 책이 저한테 많이 다가왔나 봐요과거에 성경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도움이 되었어요. 스스로가 성경을 통해서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영성 훈련 중에서도 성경을 중심으로 하는 묵상, 특별히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복음 관상 이런 쪽에 관심이 많이 가게 되었죠. 이렇게 돌아보면 제가 영성 공부를 하면서 대학생 선교단체에서 했던 영성 훈련들이 아주 깊이 있고 오래된 뿌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뿌리를 발견하는 기쁨이 있었죠. 예를 들면 아침에 일용할 양식이라는 큐티 교재를 가지고 아침마다 말씀을 묵상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것이 아주 오래 전부터 계속 되어온 말씀 묵상의 현대적인 모양이구나, 개신교적인 모양이구나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었죠. 그 다음에 우리가 묵상한 다음에 소감 쓰는 것도 했거든요. 그것도 어떻게 보면 영성일기, 저널링(journaling)의 훈련이죠. 성경공부도 일대일로 많이 했거든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일대일 영성지도하고도 연결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선교단체에서 받았던 훈련들과 동떨어진 것을 한 것이 아니고, 제가 대학생 시절에, 그리고 선교단체 간사 시절에 훈련받고 그리고 훈련을 지도하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영성을 공부하면서 뿌리를 찾을 수 있었고, 그 안에서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2. 교수님은 현재 횃불트리니티대학원대학교’(이하 횃불)에서 기독교 영성을 가르치고 계신데, 기독교 영성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횃불트리니티에 개설된 영성형성 또는 영성훈련 관련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십시오.

 

일단 MiDiv. 과정에 영성 형성을 위한 필수과목이 각 학년마다 하나씩 있어요. 먼저 1학년Christian formation이라는 과목을 듣게 되는데, 영성훈련의 기본적인 이론을 배우고 간단한 영성훈련을 실습합니다. 렉시오 디비나와 의식 성찰을 1년 내내 하죠. 다음으로 2학년 필수과목은 Personal Formation입니다. 개인적인 영성훈련에 더 초점을 두고, 다양한 영성 훈련을 소개하죠. 말씀 묵상, 의식 성찰, 관상적 기도, 영성 일기 쓰는 법, 영성 지도, 영적 분별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실습은 상상력을 활용한 복음서 묵상을 많이 하죠. 마지막으로 3학년Ministerial Formation이라는 과목을 영성이 목회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과목들을 각각 1학기 때는 두 시간, 2학기 때는 한 시간 씩 합니다.

 

그리고 선택과목으로 제가 학기 중에 하는 것은 영적 분별영성 지도두 과목이 있어요. 3학점씩. ‘영성 지도는 영성지도의 이론을 배우고 실습을 합니다. 다음에 영적 분별, 영적 분별의 다양한 부분을 조금 소개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결정내리기(decision making)하고 관련해서 영적 분별을 어떻게 해나가는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구체적으로 자기가 결정을 내려야하는 주제를 하나 선정하고 그걸 한 학기 내내 다양한 방식으로 기도해 나가면서 분별을 하는 방식이죠. 그리고 방학 중에 하는 선택과목으로 영성훈련’(Spiritual Practices)라는 1학점짜리 과목이 있어요. 34일 프로그램인데, 여름 방학 때는 영어로, 겨울 방학 때는 한국어로 진행이 됩니다.

 

제 목표는 일단 수업을 제대로 따라오고 이수한 신학생이면, 졸업하고 나서 기본적으로 기독교 영성에서 이야기하는 영성훈련과 영성지도를 알고 경험해서 목회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신학과 학생들 뿐만 아니라 우리학교 기독교 상담, 기독교 교육학과(MA) 학생들도 들을 수 있고 또 많이 들어와요.

 

목회자 프로그램은 학교 차원에서 하는 것은 아직 없지만 계획은 세우고 있습니다. 당장에는 평생교육원 차원에서 목회자들을 위한 영성 목회 프로그램을 빠르면 올해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일단 신학교에서 신학생들을 위해서 했던 프로그램들을 목회자들에게 맞게 2년 프로그램으로 바꿔서, 목회자들에게 필요한 영성지도와 목회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영성훈련들을 경험할 수 있게끔 하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영성센터를 학교 안에다가 설치해야겠지요.




 3. 횃불의 영성 관련 교과목은 교수님께서 부임하시면서 처음 개설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업을 개설하고 진행하면서 경험한 어려움이나 즐거움이 있으신지요?

 

    필수과목의 체계는 기독교 교육학과 교수님이 그 필요성을 느끼시고 제가 학교에 들어가기 2년 쯤 전에 만들어 놓으셨어요. 그런데 제가 하는 것과 방향이나 내용은 다른 것 같아요. 처음(2011)에는 영성훈련, 특별히 침묵으로 하는 영성훈련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이 있어서, 그 학생들의 궁금증과 오해들을 풀어주는 것이 과제였는데, 2년째(2012)가 되니까 그런 게 많이 없어지더라구요. 선배들한테 들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영 엉뚱한 질문들은 많이 줄어들고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질문들이 많이 나오더라구요. 신입생으로 오는 학생들도 영성에 대한 관심 때문에 우리학교에 들어왔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학교가 초교파라서 대체로 보면 학생들이 다양합니다. 복음주의라는 것은 같죠. 복음주의라는 쪽으로 정체성을 가져가는 학교이고. 하와이 열방대학 DTS를 하고 오는 학생들도 많은데 그곳에서 하는 훈련과 같지는 않지만 연결이 돼요.


     제가 이 학교에 와서 개설한 선택과목들은 다 새로운 과목들이거든요. 반응이 굉장히 좋습니다. 매주 실습 후에 제출하는 피드백이나, 한 학기 끝날 때 제출하는 페이퍼에 보면 반응이 아주 좋고, 인원제한을 해야 될 정도로 일단 많이들 신청을 해요. 방학 때 하는 34일 영성훈련도 항상 대기자가 있어요. 장소(가락재 영성원, 경기도 가평)가 협소해서 학생들을 좀 더 받지는 못하거든요.

 



4. 목회자들은 보통 목회현장에서 교인들을 상담하거나 지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이후에는 다른 이들로부터 영성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고, 설사 기회가 있더라도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회자들이 영성지도를 받는 것이 개인의 영적성장과 목회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그리고 목회자들이 꾸준하게 영성지도(또는 supervision)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체계가 필요할까요?

 

    일단은 제가 여러 기회들을 통해서 목회자들을 만나보면, 영성 지도가 목회자들에게 참 필요하다는 확신이 듭니다. 목회자들이 자기들의 삶 속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을 솔직하게 나눌 사람들이 너무 없는 거예요. 담임목사들은 더 그렇구요, 그리고 기관목회를 하는 목사들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목회자들 가운데서도 하나님과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그러니까 하나님과의 의사소통 방법을 너무 모르는 가운데 목회를 계속해 나가고 있어요. 그래서 기도, 기도생활 그러면, 하나님 앞에 기도제목들 갖고 부르짖는, 계속 통성으로 부르짖는 이런 기도만 생각하지, 하나님과의 사귐, 만남, 하나님 안에서 쉼을 맛보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도 무지한 가운데 목회를 해나가고 있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목회자들이 어려움을 겪잖아요. 특별히 영적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거기에 대한 대책이 너무 없거든요. 그러다가 영성지도를 경험하게 되면, 그중에 어떤 분은 내가 정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게 된 것 같다’, ‘마치 목회에 빛이 비춰진 것 같다이렇게 경험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영성지도가 정말 필요하고, 목회자들이 정말 영성지도를 경험하면 좋겠다는 확신이 듭니다.


   

     그렇다면 목회자들이 영성지도에 관심이 생긴다면 영성지도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우리 개신교는 그것까지는 잘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영성 교수가 있는 신학교의 신학생들은 어느 정도 기회가 있죠. 그런데 신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목회자들을 위한 영성지도를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은 있기는 있는데 많이 부족하거든요. 그래서 제대로 될려면 이것은 교단 총회 차원에서 해결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개신교 교단들이 영성지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총회차원에서 목회자 영성지도를 실시하고 있어요. 그런데 한국 개신교 교단들이 아직은 이쪽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 잘 모르거든요. 그래서 총회 차원에서, 각 교단 차원에서 영성지도 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목회자들을 영적으로 돌볼 때 그것을 전담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는 그게 될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수가 없으니까, 그 다음 차원에서 신학교들이 영성 센터 또는 영성훈련 연구소를 통해서 영성 지도자를 양성해 내고, 그런 영성지도자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영성지도를 받기를 원하는 목회자들과 연결시켜주는 거죠. 이를 위해서는 신학교 총장님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셔야 하고, 그것을 운영할 수 있는 영성교수들이 있어야겠죠. 이것을 설립하면 목회자들의 많은 수요가 있을 것이다 저는 확신하거든요


    그 다음으로는 대형 교회들이 움직이면 목회자들을 도울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 갈 수 있는데, 그 중의 하나의 예로 <예수 영성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분당한신교회가 좋은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목회자들을 도와 줄 수 있는 영성지도 센터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찬가지로 그러려면 그 센터를 운용할 수 있는 기독교 영성 박사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 연구소나 센터를 맡겨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하나님께서 대형교회에 주신 사명,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섬기는 사명을 잘 감당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실제적으로 한국교회에서 이런 세 가지 시스템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5. 교수님은 강의나 영성지도 등을 통해서 다양한 교회와 사람들을 경험할 기회를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한국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영성에 대한 관심과 추구를 일종의 영성 운동(spiritual movement)’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을까요? 만일 그렇다면 현재 한국교회 영성 운동 또는 흐름의 긍정적인 면, 한계,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일단 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만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요, 다들 느끼고 있겠지만 영성에 대해서 이해를 했건 못 했건 간에 영성이란 용어가 이미 일반화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 영성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잘 알고 있는 분들이 이해하는 그런 차원에서 영성이 운동으로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저는 제대로 된 영성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봐요. 그런 예가 신학교 안에, 제가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안에서 영성교수로 일하고 있다는 것 자체도 이전과는 굉장히 다른 양상이거든요. 복음주의 신학교 안에서 영성을 수업에서 가르치고, 목회자들을 돕는 것만 해도 영성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영성수련을 찾는 목회자들과 평신도들도 많구요. 그런데 문제는 개신교 안에서 일어나는 영성에 대한 관심과 갈망에 개신교가 전체적으로 적절하게 대응하는 데에 실패했기 때문에 이분들이 가톨릭 신자로 가거나 심지어 불교로까지 가는 이런 경우가 생기고 있다는 거죠. 현실적으로.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아요. 한국 개신교의 리더들이 평신도와 목회자들의 갈망을 인식하고 그분들의 갈망에 적절히 응답해 주는 노력, 그러기 위해서 교회를 변화시키는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는 속도는 생각보다 늦습니다. 영성에 대한 말들은 많이 흘러 다니고 있지만, 실제로 속도는 천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게 바람직하죠. 영성은 조급하게 찾는다고 쉽게 영성 운동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겉으로 떠돌아 다니는 영성에 대한 말들은 어느 시기가 되면 또 가라앉겠죠. 그렇지만 실제로 변화를 일으키는 진정한 영성 운동은 이미 시작이 되었고, 이미 진행이 되고 있고, 그것은 막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6. ‘영성 고전’ (spiritual classics)이라는 말은 사실 한국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생소한 용어입니다. 교수님께서 운영하고 계신 인터넷 영성 까페 <스피리투스>를 통해서도 여러 권의 영성 고전을 소개해 주신 바 있지만, 영성 고전을 읽는 것이 개인의 영성 형성과 교회의 회복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개신교 안에서 세계 기독교 고전이라는 시리즈가 계속 나오고 있죠. 그 안에 우리가 말하는 좋은 영성 고전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요. 그런데 세계 기독교 고전이 흔히 생각하는 옛날 책읽기 이런 차원에서 인식이 많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영성 고전 읽기를 영성 훈련 차원에서 소개를 하고 싶습니다. 곧 영성 고전을 볼 때 성경을 읽듯이, 성경을 묵상하듯이 접근하는 것이지요. 렉시오 디비나 방식으로 읽는 책이 성경만이 아니거든요. 주석들도 있었고, 중요한 신앙 교부들의 글들을 수도원에서 렉시오 디비나 방식으로 읽었거든요. 그러므로 영성고전들을 그냥 고전의 저자들이나 사상을 알려고 읽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 내 삶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책이다라는 기대를 가지고 렉시오 디비나를 하는 방식으로 읽으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영성 고전으로 분류된 책들을 읽을 때는 자기의 신앙 여정에 도움이 되는 지점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내 삶의 영적 여정에 있어서 지금 현 단계에 무엇을 바라 봐야하고 어떤 것을 보충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영성 고전을 읽다가 보면 유용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 다음에 한국 개신교 출판사들이 영성 고전을 잘 추려가지고 그것들을 번역해 내는 작업들이 계속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에 <두란노서원>에서 고전 시리즈들을 낸 적이 있죠. 은성 출판사에서도 영성 고전에 관심을 갖고 있구요. 그런데 문제는 번역의 질이죠. 출판사들 가운데에는 중요한 책들을 빨리 번역해서 선점을 해보려고 하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다보니까 번역의 질이 많이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영성 고전은 빨리 빨리 읽고 유행 따라 넘어가는 그런 성격의 독서가 되는 책이 아닙니다. 그래서 한 번 번역할 때에 제대로 번역해서 오랫동안 두고 읽을 수 있고, 굳이 원서를 찾아서 대조해가면서 읽어야 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수준의 번역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 개신교 출판사에서 나온 영성 고전들 가운데에는 번역의 질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막으려면 기독교 영성을 전공한 박사들과 교수들의 감수를 반드시 받을 것을 출판사에 계신 분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7. 마지막으로 <산책길>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산책길>이 만들어 진 것에 대해서 굉장히 기쁘게 생각하구요, <산책길>에 오시는 독자들이 글을 써주시는 분들에 대해서 신뢰를 많이 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성 고전을 읽는 다양한 방식들에 대해서 필자들이 이야기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참고로 해서 독자들도 추천되는 영성고전들을 실제로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냥 <산책길>에 실렸던 글을 읽는 것으로 내가 영성 고전을 읽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지 마시고, 독자들도 꼭 그 책들을 찾아서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래서 영성 고전 읽기를 자기가 직접 경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질문, 사진, 정리 : 바람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