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죽이고라도 자기만 살려고 하는 세상에서, 남을 못살게 하고라도 자기만 잘 살려고 하는 세상에서, 주님은 탄생 이후 최후까지 십자가를 지시고 녹아지고 사라져 마지막에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다 쏟아 주셨습니다.
- 이성봉, "십자가의 도", 《이성봉》(서울: 홍성사, 2008) 39.
자기만 살려고, 자기만 잘 살려고 남을 못살게 만들고, 죽음으로 내모는 사람들에게 분노하며 절망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입모아 말하듯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추악한 사람들은 결코 심판을 피하지 못할것이다.
우리가 분노하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교회 안에도, 내 안에도 그런 추한 민낯이 여전히 건재하다. 십자가를 높이 세우고도 자기만 살려고, 자기만 잘 살려고 안달난 교회들. 성경책을 옆구리에 끼고도 자기만 사는 길, 자기만 잘 사는 길에 고단수가 되어버린 목사들과 신학자들.
세상이 이리도 절망스러운 것은, 자기만 살려고, 자기만 잘 살려고 추악한 몰골을 그대로 드러낸 뻔뻔한 권력자들 때문인가? 아니면 자기만 살려는, 자기만 잘 살려는 욕망의 민낯을 십자가 뒤에 교묘히 숨김 우리들 때문인가? 세상이 이리도 절망스러운 것은, 남을 죽이고 못살게 하는 사람이 많아서인가? 아니면 남을 위해 죽고, 남을 위해 자신을 쏟아 붓는 사람이 없어서인가? 십자가는 지라고 있는 것이지, 숨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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