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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We appreciate your busy-ness! (팡세)

"인간의 온갖 불행은 단 하나의 사실에서, 즉 한 방에 조용히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사실에서 유래한다는 것을 나는 발견하였다."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 팡세The Pensées (이환 옮김, 서울대학교출판부), p. 159




어느 가게에서 나오다가 이런 문구를 보았다: 


"We appreciate your business!"

 

그런데 순간, 그 말이 

"We appreciate your busy-ness!" 

로 읽히면서, 

마치 악마가 내 뒤통수에 대고 하는 말로 들렸다. 

Carl Jung이 한 말과 중첩되었기 때문인데, 

"현대인은 영혼을 잃어버렸다"

(「Modern man in Search of a Soul」)

고 말하는 그는 

어디선가 이렇게 말했다: 


"Hurry is not of the devil; hurry is the devil."

"바쁜 것은 악마적인 것 이상이다. 악마 자체다." 


왜 바쁘다는 것이 악마적인 것이고, 또 심지어 그 이상일까? 


그건, 바쁘면, '정신 없이' 바쁘게 살다보면, 

'정신을 잃어버리기' 때문이겠지. 


그렇다, 정신 없이 바쁘게 살다보면 그만 '영혼을 잃어버리기' 쉽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신 없이 바쁘게 살다보면 영혼을 잃어버린다기 보다는, 

어쩌면, 우리는, 

'이미 영혼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일부러 정신 없이 바쁘게 사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일부러 바쁘게 산다. 

바쁘게 살아야 잊을 수 있으니까. 


정신 없이 바쁘게 살아야 우리는, 

내게 영혼이 없다는 것을,

내가 내 영혼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잊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늘 바쁘다. 


그리고 인정 받는다. 


그게 사는 것이라고. 


세상을 잘 살고 있는 것이라고: 


We appreciate your busy-ness! 


/ 산처럼



      연극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한국 공연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 http://cafe.naver.com/samil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