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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고전의 벗들 (2차 자료)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4) : '파라다이스 여행'과 '내적 체험'

2014년 8월의 추천 도서


토마스 머튼 윌리엄 쉐넌 (4)

'파라다이스 여행' '내적 체험'




*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시리즈

   (1) 고요한 등불(Silent Lamp)  http://spirituality.co.kr/258

   (2) 토머스 머튼: 생애와 작품(Someting of a Reble) http://spirituality.co.kr/282

   (3) 머튼 백과사전 (The Thomas Merton Encyclopedia) 외 http://spirituality.co.kr/288

   (4) 파라다이스 여행과 내적 체험 (Paradise Journey & Inner Experience) 


이 달은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머튼(Thomas Merton, 1915-1968)의 내적 체험과 이 책에 대한 해설이 담긴 윌리엄 쉐넌(William H. Shannon, 1917-2012)의 토마스 머튼의 파라다이스 여행를 소개합니다. 



1. 내적 체험 (The Inner Experience: Notes on Contemplation. Maryknoll, NY: HarperOne, 2003.)

 

    관상(contemplation)이란 무엇일까요? 이 질문은 머튼이 수도 생활 초기부터 가져왔던, 그리고 글과 강연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대답해 왔던 중요한 질문들 중의 하나입니다. 이 질문을 다루고 있는 그의 첫 번째 작품은 《관상이란 무엇인가What is Contemplation?》(1948)라는 책이고, 마지막 작품은 이 책을 개정한 《내적 체험》(1968)입니다.[각주:1] 사실 전작의 개정판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 내용과 분량에 있어서 관상에 대한 머튼의 성숙한 사상 이 《내적 체험》에 담겨져 있습니다. 머튼은 이 책에서 이전보다 넓은 관점에서 관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그가 그동안 동양 종교를 연구하거나 현대 과학기술 사회에 대해 숙고하며 얻은 통찰들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머튼은 선불교의 사토리(satori)를 언급하며 자연 질서 안에서 거의 "임상적으로 완벽한" 내적 자아 실현의 예라고 말합니다. 그는 사토리는 "영혼의 내핵이 폭발하듯 열려서 가장 깊은 자아를 드러내는 영적 깨달음"이라고 이해합니다(7). 그에 비해서 기독교의 신비 체험은 "내적 자아를 인식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한 초자연적인 믿음의 강화에 의해서 우리의 내적 자아 속에 현존하시는 하나님을 경험적으로 파악하는 것"입니다(12). 다시 말해 기독교적 관상은 내적 자아의 깨어남을 통해서 우리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을 체험적으로 접촉하는 것"입니다. 모든 지식을 넘어서 말입니다(42).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관상에서 중요한 것은 향유도, 즐거움도, 행복도, 평화도 아닙니다. 그것은 최상의 사랑 그리고 해방된 영적 사랑의 활동 안에서 진리와 실재를 초월적으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관상에서 중요한 것은 만족이나 안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깨달음과 생명과 창조성과 자유입니다. 사실 관상은 사람의 가장 높고 본질적인 영적 활동입니다. 그것은 사람이 신의 아들됨을 가장 창의적으로 그리고 역동적으로 확증하는 것입니다. …… 그것은 사람이 그의 하나님과 대면하는 것, 아들(the Son)이 그의 아버지와 대면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안의 그리스도가 깨어나는 것이며, 우리의 영혼 안에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지는 것입니다. 그것은 가장 깊은 '나' 안에 있는 진리(the Truth)와 신적 자유(the Divine Freedom)의 승리입니다. 그 가장 깊은 '나' 안에서 아버지가 아들과 하나가 되십니다. 믿는 자에게 주신 성령 안에서 말입니다. (34)


    또한 흥미롭게도 머튼은 TV시청자와 관상가를 비교하며, 신비한 매력에 끌려 수동적인 상태에 이르는 것은 서로 닮았지만, 사실은 무비판적으로 TV에 흡수되는 시청자의 모습은 욕망과의 치열한 싸움 뒤에 수동적인 연합(또는 infused contemplation)에 이르는 관상가의 삶의 정반대에 서 있다고 말합니다. 참된 관상에 이르기 위해서는 우리의 감각과 감정과 의지를 물질적 또는 일시적 수준에 묶어 두는 모든 것들과 아주 활발하게 그리고 고집스럽게 투쟁해야 합니다. 관상의 삶보다 활동적이고 강력한 형성(formation)을 요구하는 삶은 없습니다. 관상의 삶보다 외부적 요소들에 대한 의존에서 가차 없이 벗어나기를 강하게 요구하는 삶은 없습니다(126-27). 머튼에 의하면 관상은 삶의 일부가 아닙니다. 관상은 삶을 하나로 묶고 통합하게 합니다. "관상의 삶은 단순히 인간적 기술과 훈련이 아니라 우리 가장 깊은 영혼에 계시는 성령의 삶입니다"(45). 


      사실 이 책은 머튼이 출판을 보류해 놓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타계하였기 때문에,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2003년에야 윌리엄 쉐넌의 편집으로 정식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토머스 머튼의 묵상의 능력》(윤종석 옮김, 두란노, 2006)이라는 제목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번역판은 제목과 용어뿐만 아니라 장(chapater) 순서도 원서와 다르게 편집됨으로써 적지 않은 아쉬움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번역판이 출간되기 전에 대학원 수업 중에 이 책의 일부를 번역한 것이 있어서 개인 블로그에 올려 두었습니다. 제가 번역을 막 시작하던 때에 한 것이라 서투른 부분이 많지만, 책을 구입하기 전에 만약 《내적 체험》의 맛을 조금이라도 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내적 체험》 제13장 죄의식 http://nephesh.tistory.com/336.



2. 토마스 머튼의 파라다이스 여행 (Thomas Merton's Paradise Journey. Cincinnati, OH: St. Anthony Messenger, 1981

     《내적 체험》에 대한 아주 훌륭한 안내는 윌리엄 쉐넌의 《토마스 머튼의 파라다이스 여행》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관상에 대한 머튼의 주요 저작 9권에 대한 해설서입니다. 각 작품들의 집필과 출판에 관한 배경 이야기들은 매우 흥미롭고 각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리고 탁월한 머튼 학자 쉐넌은 책의 핵심 내용들을 아주 정확하고명쾌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니다. 이 책에 포함된 머튼의 저작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제1장 : What Is Contemplation?

제2장 : Seeds of Contemplation

제3장 :  The Ascent to Truth

제4장 : Thoughts in Solitude and "Notes for a Philosophy of Solitude"

제5장 : The Inner Experience

제6장 : New Seeds of Contemplation

제7장 : The Climate of Monastic Prayer

제8장 : Zen and the Birds of Appetite

제9장 : Is the World a Problem?


이 작품들에 대한 해설이 시기적으로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관상에 대한 머튼의 사상이 발전해 가는 모습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 책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 없는데 이전에 대학원 수업 때 동학들과 함께 나누어 번역했던 것들 중 제가 맡아서 번역한 일부분을 역시 제 개인 블로그에 올려 두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부족하나마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http://nephesh.tistory.com/333. 이것으로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시리즈를 마치며, 그동안 재미 없는 글도 관심을 갖고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권혁일


  


  1. 실제로 머튼이 개정작업을 한 때는 1959년 여름이지만, 최종으로 수정한 것은 1968년 그가 아시아 여행을 떠나기 직전이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