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높은뜻 정의교회 '기도학교'에서 강의한 내용입니다. 침묵기도를 일상 속에 뿌리내리는 데에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며 세 번에 걸쳐서 게재합니다. (1) 기도와 항해, (2) 매일의 기도, (3) 삶을 하나로 묶기 / 주선영
침묵 기도, 일상 중에 녹여 내기
(3) 삶을 하나로 묶기
앞선 글에서는 매일의 기도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기도를 통해 삶을 하나로 묶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삶을 하나로 묶기
헨리 나우웬은 현대 신앙의 위기는 신앙 체험이 없는 것이 아니라, 체험이 피상적이고 연속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삶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속되며 깊은 차원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경험하려면, 침묵 기도로 형성된 내적인 고요 속에서 삶 그 자체를 주목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삶 그 자체를 주목하면서, 때로는 깊은 기도 후, 때로는 간단한 성찰 후 삶에서 올라오는 느낌들을 간단히 기록해 놓습니다. 우리 삶이 깊은 일관성으로 빛을 발하는 때는 삶을 구성하시는 든든한 뒷배경이신 하나님 그분을 발견할 때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삶을 구성하는 큰 요소를 주목하면서 그곳에 임재하신 하나님께 주목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단위는 한 달로 합니다. 삶의 각 영역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초점은 내면의 움직임이라고 일컫는 마음의 흐름, 마음의 반응을 의미합니다. 시시비비를 따지거나 행위의 선악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마음에서 일어난 것을 주목하는 것입니다. 다음 항목 별로 한 달의 삶을 성찰해 봅니다.
1. 영성 생활은 어떠했나?
a. 예배는 어땠는가?
예배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이 무엇인가? 예배를 통해 받은 은총은 무엇인가? 예배를 통해 하나님께서 일관되게 하시는 말씀이 있는가?
b. 기도는 어땠는가?
얼마나 하고 있나? 그 횟수가 적절한가? 기도 분위기나 흐름이 어떤가? 크게 깨닫거나 응답받은 것이 있는가?
c. 영적독서는 어땠는가?
성경이나 영적성장을 위해서 읽는 것들. 이것이 나에게 무슨 자극이 되는가? 어떤 점에서 성장에 기여하는가? 새롭게 알아듣고 깨닫게 된 것이 있는가?
2. 몸은 어땠는가?
몸에 대한 전반적인 상태. 수면, 식욕 등의 욕구. 질병 등의 영향.
몸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는가?
몸에 대해 하나님이 어떤 마음을 가지시는지 알게 된 점이 있는가?
3. 직장이나, 교회 사역 등 일은 어떠했나?
일에 대해 드는 느낌은 어떠한가? 어떤 태도와 마음으로 일하고 있는가? 주목할 만한 사건이 있었는가?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것을 느끼는가?
4. 가족 관계는 어땠는가?
주된 정서는 무엇인가?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고, 하나님은 어떻게 임재하시며 당신의 뜻을 나타내시는가?
5. 기타
a. 우리 사회, 정치, 환경에서 일어나는 일, 사건.
b. 친구 관계, 사적 모임 등.
이렇게 보면, 우리 삶은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연속체라기보다는 경험적 사건들로 구성된 의미의 결합체라는 것이 다가옵니다. 그러면 이렇게 삶을 바라보면서 각각의 경험을 하나로 묶고 꿰는 기도를 해 봅니다.
첫째, 기도 준비를 합니다.
둘째, 삶의 사건 항목들을 머리 속에 천천히 떠올리며 기억합니다.
셋째, 하나님께 청합니다. '이 삶을 통해 하나님께서 제게 나타내 보이신 삶의 신비가 무엇인지 알려주시길.' '혹은 하나님께서 지속적으로 나타내 보이신 당신의 의지가 무엇인지 알려주시길.'
넷째, 각 항목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떠올리기도 하면서 삶을 주목합니다. 그 사이에서 올라오는 느낌들, 기운들, 통찰들에 머물면서, 하나님과 교제합니다. 마음이 깊어지는 부분에 충분히 머물러 봅니다.
다섯째, 기도 알람이 끝나면, 한 달의 삶에 대해 감사합니다. 다음 달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주님께 자발적으로 대화합니다.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로 기도를 마무리합니다.
여섯째, 물론 기도반추를 합니다.
침묵 기도를 일상 속에서 먼저 실천하고 계신 분들의 조언
(1) 기도의 삶을 구조화하세요. 통성으로 주제를 외치는 기도보다 침묵 기도를 실천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합니다. 특히 이것을 원하고 이것이 기도를 바르게 하고 있다는 것에 깊게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 기도가 밀려나게 되면, 나중에는 자포자기 된답니다. 기도를 제일 중요한 자리에 놓고, 또 언제든지 다시 시작하세요. 영 놓아버리지 않고 어떻게든 하려고 했더니만, 하나님께서 길을 만들어 주셨다고들 한결같이 말씀하십니다.
(2) 혼자하지 말고 함께 하세요. 함께 모여서 기도하는 것이, 혼자 집에서 하다말다 하는 것보다 훨씬 유익하다고 합니다. 매 주에 한 번씩 모여서 함께 기도하고, 기도를 나누고, 한 주간 함께 기도할 본문들을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3)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몇 주간에 걸친 영성 훈련 프로그램이나, 피정을 받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특히 기도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다루고, 기도 방법을 배우는 데는 집중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깊은 차원에서 경험하기 위해 일상에서 벗어나 ‘침묵과 고독’ 속에 머물면서 기도하는 피정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항해 이후
배가 목적지에 도달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그 배에서 내릴 것입니다. 그렇다고 여행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또 다른 여행의 시작입니다. 우리 육신의 삶이 마치는 날, 우리는 몸이라는 우리 배를 벗지만, 그렇다고 하나님을 추구하는 여행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죽음 이후에도 우리에게 그 사랑을 확장하고 팽창해 나가면서, 우리를 무한히 성장시켜 나갑니다. 사랑의 각성은 죽고 나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 그때야 비로소 제대로 시작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때면 끝나는 우리 삶은 이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깨어나기 위해 나고 자라고 늙고 병들며, 웃고 울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노력하고 애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 중에 침묵 기도를 실천하시려는 분들은 눈을 좀 더 멀리 두십시오. 배가 도착하는 항구 그 이후까지 눈을 멀리 두십시오. 그 너머까지가 명백히 자각이 된다면, 결코 포기할 수도 없고, 게으를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조바심내거나 안달내지도 않게 됩니다. 그저 고요히 오늘의 항해를 할 뿐입니다. 오늘이라는 날, 하나님을 오늘만큼 알고 오늘 만큼 사랑하고 오늘만큼 함께 했으니, 오늘 배부를 것입니다. 내일 일은 내일에게 맡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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