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높은뜻 정의교회 '기도학교'에서 강의한 내용입니다. 침묵기도를 일상 속에 뿌리내리는 데에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며 세 번에 걸쳐서 게재합니다. (1) 기도와 항해, (2) 매일의 기도, (3) 삶을 하나로 묶기/ 주선영
침묵 기도, 일상 중에 녹여 내기
(2) 매일의 기도
앞선 글에서는 우리의 삶은 배가 항구를 떠나 하나님이라는 목적지로 향하는 항해와 같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 눈을 뜨자 마자 이부자리에 앉아서 5-10분 정도 이렇게 자기 삶의 방향, 즉 목적지에 맞게 배의 항로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시기를 권해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매일의 기도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언제 : 삶의 리듬과 갈망
매일 아침, '배의 항로'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면서 기도를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인도함을 받습니다. 자기 나름의 시간 계획을 세워놓고 그것을 “해야만 한다”고 강압하고, 지키지 못하면 죄책감이나 자기혐오에 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자기 스스로 얼마나 원하는지를 더욱 기억하십시오. 원하는 것에 솔직하십시오. 그리고 몸, 하루 일정, 마음 상태 등을 봐가면서, 오늘 하루의 삶에서 언제 기도하는 것이 가장 최선인가를, 성령과 함께 생각하고 함께 결정하고 함께 기도를 시작하십시오. 우리 인간은 자신의 고유한 리듬이 있기 때문에, 자기에게 적합한 시간은 일상에서 곧 정해집니다. 기도 자리가 정해지지 않는 것은 ‘원하는 힘’을 덜 믿기 때문입니다. 기억하십시오.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성령께서 더욱 강력하게 우리의 마음과 마음을 맞대고 기도하길 원하십니다. ‘원한다’는 것을 강하게 믿어보세요. 믿음이 없으면, 하나님께 청해보세요.
2. 어떻게 : 침묵과 고독
기독교 영성 전통에서 하나님과 깊은 사귐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환경이 ‘침묵’과 ‘고독’입니다. 하나님을 추구하는 삶은 하나님은 저 멀리 계시고, 인간이 그 멀리 계신 하나님께 열심히 노력해서 도달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것은 역설입니다. ‘하나님을 추구하는 삶’은 ‘하나님이 나를 추구하고 계셨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고, ‘하나님과 일치’는 분리된 둘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너무나 하나여서 ‘분리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함’을 자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깊은 고요, 내적인 침묵이 형성되면 그저 저절로 발견됩니다. 세상의 온갖 자극에 너무 시달린 감각으로 이런 것을 가슴 깊은 곳에서 느낀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침묵기도가 일상 속에 잘 녹아내리지 않는 이유는 개별적 차원의 ‘기도 숙달’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보다 더 큰 환경인 ‘침묵’과 ‘물러남’의 가치에 얼마나 눈을 뜨느냐에 있습니다. 침묵하는 까닭은 하나님께만 말하기 위함이고, 물러나는 까닭은 하나님하고만 머물고 싶다는 갈망의 형식적 표현입니다. 그러니 혼자 있는 시·공간을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침묵 속에서 혼자 조용히 머물러 보십시오. 사방이 하나님으로 가득하다는 것이 곧 느껴지실 것입니다. 아주 따뜻하고 평화롭다는 것을 곧 발견하게 되실 것입니다.
3. 무엇을?
하나님을 추구하고, 하나님과 사랑 속에 머물고 싶어지려면, 혹은 하나님의 뜻과 하나되는 것이 우리 삶의 목적이라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일단 하나님 그분 자체가 함께 머물기에 참 좋아야 합니다. 만일 하나님 앞에 고요히 머무는데, 우리가 그 하나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몰라서 두렵다면 어떨까요? 하나님과의 관계가 권위적 관계로 경색되어 있어서, 자발적으로 편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분으로 느껴진다면 어떨까요? 혹은 하나님께 속마음이 들킬까봐 전전긍긍하거나, 아무리 기도해도 꿈적도 않는 경험이 반복되어 있으면 어떨까요? 혹은 하나님은 우리가 기도한 것은 무조건적으로 응답하셔야만 하는, 곧 우리 비위를 맞춰주는 하나님으로 느껴진다면 어떨까요?
a. 성경
이 모든 예는 온전하신 하나님,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신비이시고 전부이신 하나님을 오해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자기-경험의 세계 안에 하나님을 가둬두고 있는 것이고, 하나님을 오해한, 즉 자기-결핍을 투사한 하나님의 왜곡된 이미지를 붙들고 기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 방식대로 하나님을 왜곡하여 이해하는 것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하나님을 우리 방식대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방식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침묵기도의 기본 자료는 언제나 성육하신 말씀이신 성경, 그리고 무엇보다 예수님의 삶을 보여주는 복음서로 기도하는 것이 중심입니다. 말씀을 통해 자기-세계, 자기-이해를 벗어날 때, 우리는 언제나 하나님은 참 좋으신 분이라는 사실을 계속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에 각성될수록, 항해에 대해 확신과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b. 삶, 그 자체
자, 그런데 오늘의 항해일지에는 말씀으로 기도하기보다 주요한 사건, 이슈, 선택 문제 등을 놓고 기도해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그러면, 삶 자체를 가지고 하나님 앞에 침묵으로 머물면서 기도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 사건에서 마음이 불편한 경우, 죄책감이 느껴지거나 하는 경우도 좋습니다. 또, 구체적으로 선택하거나 결정해야 할 사안들로 기도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할까요?
① 첫째, 묵상기도나 복음관상 때처럼 기도 준비를 합니다.
② 둘째, 기도할 내용을 요점으로 만듭니다.
예) ○○와의 관계에서 불안하고 화가 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런 우리를 하나님은 어떻게 보실까? 하나님은 뭐라고 하실까?
하나님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어떻게 새롭게 볼 수 있을까?
이것을 통해 하나님은 나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가? 무엇을 교훈하셨는가?
하나님은 어떻게 함께 하셨는가?
③ 셋째, 하나님께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립니다. 성령의 도움을 청하면서, 천천히 기도를 시작합니다.
④ 넷째, 기도할 요점을 마음에 깊게 품으면서, 떠올려야 할 것들은 기억으로 떠올리면서, 하나님께서 하시는 말씀, 뜻, 하나님의 마음을 알기 위해, 집중합니다. 감정이나 마음을 인지하면서, 하나님께서 요점으로 잡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일을 하시는지 집중합니다.
⑤ 다섯째, 처음에는 분심(산만한 마음)이 많고 어려울 것 같지만, 묵상기도가 익숙한 사람들은 삶으로 기도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삶 자체로 기도하면, 우리의 생각과 많이 다른 하나님의 넓고 큰 마음을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은 삶 그 자체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 줄 뿐만 아니라 기도와 삶을 묶어주는데 도움이 됩니다.
⑥ 여섯째, 정해진 기도시간(40~60분)이 다하면 기도를 마칩니다. 기도를 통해 은총을 받았 다면, 자연스럽게 찬미와 감사로 이어집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기도는 좀 더 반복을 해야 합니다.
⑦ 일곱째, 이 기도도 기도반추를 합니다.
c. 몸, 마음, 그 자체.
몸이 아플 때나, 지쳤을 때, 진짜 좀 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또 마음이 힘들어, 묵상이나 생각 자체가 귀찮을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위로와 하나님께서 주시는 참된 안식이 필요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진짜 조용히 하나님 앞에 머무시면 됩니다.
① 첫째, 기도를 준비합니다. 시간, 자세, 장소 등.
② 둘째, 기도 요점을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하나님의 사랑으로 몸, 마음을 품어 준다." 이때 성경 구절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③ 셋째, 하나님께 원하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예를 들어, "몸이 쉼을 얻고 새 힘을 얻게 하소서. 마음의 상처를 위로하소서."
④ 넷째, 성령의 도움을 청하면서, 하나님의 사랑이 가득 찬 마음으로 몸이나 마음을 품습니다. 분심은 흘리고, 다시 집중합니다.
⑤ 다섯째, 타이머가 울리면, 자발적인 기도로 주님과 대화하면서 기도를 마무리 합니다.
⑥ 여섯째, 기도를 반추하여, 적습니다.
d. 중보 기도
개인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은 하나님의 일하심과 하나님의 뜻을 살펴가면서, 혹은 삶 자체로 기도해 나가기 때문에 점차로 간구하는 것들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개인적 차원에서, 특히 공동체적인 차원에서, 우리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벗어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탄식과 한숨이 나오는 것들, 막막한 것들이 있습니다. 이때는 진정으로 중보기도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① 첫째, 기도를 준비합니다.
② 둘째, 기도 요점을 확인합니다. 한 시간 동안 기도 속에 머물 내용, 주제입니다.예를 들어, "에볼라로 공포에 떨고 있는 아프리카를 보살펴 주십시오. 바이러스가 안정화되고, 치료약이 개발되게 해 주십시오."
③ 셋째, 성령께 도움을 구하면서, 하나님께 청하는 기도를 시작합니다. 하나님의 임재의 현존을 자각합니다. 하나님께 기도요점에 대한 갈망과 안타까움 등의 마음을 올려드립니다. 마음에 현존하신 하나님을 향해, 기도할 주제를 모읍니다. 간간히 침묵 중에 말로 드리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도할 주제에 대한 마음, 의식을 집중하여 하나님께 모아드리는 것입니다.
④ 넷째, 타이머가 울리면, 자발적인 기도로 주님과 대화하면서 기도를 마무리 합니다.
⑤ 다섯째. 기도를 반추하여, 적습니다.
- 여기까지 매일의 기도 실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말씀을 드렸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마지막으로 기도와 삶을 어떻게 하나로 묶을 것인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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