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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무지, 신비를 여는 문 (아빌라의 테레사)

우리가 아무리 애써보아도 쓸데없는 노릇입니다. …… 이 물[은혜]은 다만 주께서 원하시는 사람에게, 그나마도 흔히 그 사람이 전혀 모르고 있는 때에 주어지는 것입니다.  …… 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우리를 이끄시도록 맡겨드립시다.

 - 아빌라의 테레사(Teresa of Avila:  c. 1515-1582), 《영혼의 성(The Interior Castle), 네 번째 성채, 2장. 9절.


2015년 새해, 우리는 계획과 목표를 세워간다. 더 구체적이고 세세한 계획을 세울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마련이고, 그래서 우리는 주도적으로 계산하고, 또 준비한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계획은 반대로 하나님의 신비와 은혜의 자리를 막아버릴 수 있다.

사실 우리는 모른다. 10년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니 내일 일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이런 무지와 무력의 고백 안에서 하나님은 일하실 수 있다. 아니 그런 고백을 가진 영혼이 하나님의 일하심을 볼 수 있게 된다. 무지의 고백은 신비를 여는 문이 된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은 신비일 수 없다. 파헤쳐지고 예상되는 것은 신비가 아니다.

갓난 아기에게는 매 순간이 신비와 경이로 가득하다. 그러나 신비롭게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유아기 동안에, 사람은 평생 가운데 가장 많이 성장한다. 자신의 무지를 고백하는 영혼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다.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고백하는 영혼에게 하나님은 전부가 되실 수 있다.  

2015년을 테레사의 요청과 함께 시작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의 고백으로,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무지의 고백으로 주님께서 우리를 이끄시도록 맡겨드릴 수 있기를……. 작은소리찾기 박세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