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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고전에서 배우는 영성목회

5. 감리교 신도회의 규칙

감리교 신도회의 규칙: 

“선을 행하라, 악을 피하라, 모든 성회에 참석하라”




19세기 초 감리교 캠프 모임(Camp Meeting). Image from http://global.britannica.com/EBchecked/topic/378415/Methodism

 


    존 웨슬리(John Wesley, 1703-91)가 이끌었던 초기 감리교 부흥 운동의 동인(動因)으로 ‘전격적 회심을 강조하는 열광적인 부흥 집회’를 꼽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초기 감리교 운동의 단편적인 모습일 뿐이다. 웨슬리가 옥외 설교(“field preaching”; 교회 건물이 없는 곳에서 열리는 대중 집회)를 중시했던 것은 사실이다. 공장 지역과 탄광 지대의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던 당시 상황에서, 옥외 설교는 지역 수많은 사람들이 복음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웨슬리는 이렇게 대중 집회를 통하여 회심한 사람들을 신도회(Methodist societies)라는 공동체에 가입시켜 영적으로 돌보고 신앙적으로 훈련하도록 하는 일을 옥외 설교 이상으로 중시하였다. 그렇게 돌보지 않으면 모처럼 신앙적으로 각성한 사람들 대부분이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 버린다는 것이 거듭 드러났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웨슬리가 이렇게 대중 집회와 공동체 운동을 결함시킨 것이 초기 감리교 성장의 중요한 동력이었으며, 신도회는 감리교 영성 형성의 중요한 장(場)이었다고 평가한다.[각주:1]


     웨슬리는 늘어나는 신도회들을 체계적으로 지도하기 위해 이들을 지역 단위로 묶어 연합신도회를 만들고, 1743년 5월 1일에는 이들을 위한 통일된 규칙을 발표하였다. “연합 신도회의 성격, 형태 그리고 규칙”(The Nature, Design and General Rules of the United Societies, 이하 “신도회의 규칙”)이 바로 그것이다.[각주:2] 오늘날 한국 교회에 소그룹 운동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대중적인 집회와 함께 훈련·규칙·공동체를 중시한 웨슬리의 통찰이 담긴 “신도회의 규칙”을 살펴보는 일은 의미가 있다.



속회(Class)에 참여하라


“신도회의 규칙”은 신도회의 목적에 관해서는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이 모임은 규칙적으로 모여서 함께 경건의 능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사귐으로서, 함께 기도하며, 함께 권고의 말씀을 받으며, 사랑 안에서 서로를 돌보고 지켜주어 (to watch over), 서로의 구원을 함께 이루어 가기 위해 모이는 것이다….


즉, 신도회는 친밀하고 온정적인 신도들 간의 유대를 경험하는 곳이었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회원들은 서로 자신의 삶을 고백하고 함께 격려하고 위로하는 “상호 권면”(mutual accountability)을 실천했다. 이를 위해, 웨슬리는 모든 신도회원들이 12명 단위(지도자 1인과 11명의 회원)로 된 속회라는 소그룹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였다. 나아가, 보다 높은 수준의 신앙 훈련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밴드(Band)라는 소그룹을 별도로 두었다.


신도회는 또한 규율을 정하고 함께 훈련하는 공동체였다. “신도회의 규칙”은, 회원들은 


“첫째로, 악을 피함으로”(By doing no harm)

“둘째, 선을 행함으로”(By doing good)

“셋째, 모든 성회에 참여함으로”(By attending all the ordinances of God)


자신들의 “구원을 향한 열망을 지속적으로 확증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세 가지는 큰 원칙들로 각 원칙 아래에는 구체적인 실천 덕목들을 두어 회원이 삶의 지침으로 삼도록 하였다. 

 


모든 악을 피하라


첫 번째 원칙은 신도회원이 된 사람은 “모든 종류의 악을 피하는(avoiding evil in every kind)”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지침이다. “신도회의 규칙”은, 이 원칙과 관련해서, 회원들이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피해야 하는 항목들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일(출20:7)

평일에 하는 일들, 물건을 매매하는 일을 주일에 함으로써, 주일을 더럽히는 것.

술에 취하는 일, 독한 술을 팔거나 사는 일, 그리고 그것을 마시는 일

싸움, 언쟁, 소란을 피우는 일, 신자들 간의 법적 다툼(고전6:6), 악을 악으로 갚는 일(벧전 3:9), 욕을 욕으로 갚는 일, 물건을 사고팔 때 많은 말을 하는 것(지나치게 흥정을 하거나, 값을 깎는 행위를 말함)

밀수품을 판매하거나 매입하는 행위

고리의 이자를 취하는 행위

무자비한 말이나, 무익한 대화, 특히 관리나 목사들에 대한 험담

내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시키는 행위(마7:12)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이 아닌 것, 예를 들면, 금이나 다른 귀금속을 몸에 걸치는 일,  값비싼 옷을 입는 것.

주 예수의 이름으로 사용될 수 없는 오락

하나님을 아는 일과 사랑하는 일에 적절치 않은 노래를 부르거나, 그런 책을 읽는 행위

세속적인 것에 쉽게 타협하는 행동이나 방종(self-indlugence)

땅에 보물을 쌓는 일.

갚을 수 없는 액수의 돈을 빌리는 일 혹은 갚을 수 없는 외상을 지는 행위.


웨슬리는 이와 같이, 십계명, 산상 수훈 등 성서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경건 생활의 덕목들을 회원들의 신앙 실천의 기본으로 삼도록 하였다. 또한, 회원들이 사회 속에서 신앙인으로서의 품격을 지키며 사는 데 지침이 되는 내용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의미 있게 보인다.   



선을 행하라


     두 번째 원칙은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능력을 다하여,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능한 모든 종류의 선을, 모든 사람들에게 행하라.”는 원칙이다(갈6:10). 이를 위한 세부 규정들은 이웃 사랑과 선교적 삶에 관련된 지침들을 포괄하고 있다.  

이웃의 몸을 위하여, 하나님께서 주신 능력대로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벗은 사람에게 입을 것을 주고, 병든 사람과 옥에 갇힌 사람을 찾아가 도와주어라.

이웃의 영혼을 위하여서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가르치고, 바르게 인도하고 권면하라. “우리의 마음이 죄로부터 온전히 벗어나 전에는 우리가 어떤 선도 행할 수 없다”는 열광주의자들의 사악한 가르침을 철저히 배격하라.


여기서 열광주의자들의 주장을 비판하는 것이 이채롭게 보인다. 하지만 이는 웨슬리가 평생 목회 활동 내내 열광주의자들의 주장을 경계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웨슬리가 그들의 주장들 중에도 가장 우려한 것은, 그들이 개인의 내적 주관적 변화의 체험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이웃 사랑과 선교적 삶에 관계된 신앙 덕목들의 중요성을 경시한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주장들은 내적 경건과 외적 경건의 조화, 이웃 사랑과 하나님 사랑의 조화를 깨뜨리고, 올바른 신앙적 성숙을 저해한다는 점을 웨슬리는 간파한 것이다. 그는 이런 점을 “신도회의 규칙”에 반영함으로써, 신도회원들이 열광주의자들의 지나친 주장들을 분별하고 균형 잡힌 신앙인으로 성장하도록 돕고자 하였다.  


또한 이 두 번째 범주에는 공동체 생활에 관련된 아래와 같은 지침들도 들어 있다.


무엇보다도 믿음의 가족들과 믿음의 가족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선을 행하라(갈6:10). 그들을 고용하고, 그들의 물건을 사주고, 그들의 사업을 도우라…. 


마지막으로 여기에는 회원들이 십자가의 길을 따르는 제자직에 부합한 삶을 살아야 함을 강조하는 다음과 같은 지침들을 포함하고 있다.  


할 수 있는 대로 부지런히 절약하여 복음이 비난받지 않게 하라. 

인내로써 앞을 향하여 달려 나가고, 자신을 부인하고 매일 자기 십자가를 지라. 그리스도가 당하신 고난을 당하고, 세상에서의 모욕과 비난을 감수하라. “그리스도를 위해 살아갈 때, 사람들이 온갖 거짓말과 악한 말을 하리라.”는 것을 잊지 말라. 



모든 성회에 참석하라


     세 번째 원칙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내려 주시려고 그분께서 친히 제정하신 모든 규례들(all the ordinances of God)에 참여함으로 “구원을 향한 열망”을 지속적으로 입증하라는 것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모든 공적 예배에 참석하라. 

성경 말씀을 받는 모임, 즉 말씀을 읽거나 강해하는 모임에 참여하라. 

주님의 만찬에 참여하라. 

가족 기도와 개인 기도를 지켜라. 

성경을 탐구하는 일에 참여하라. 

금식과 절식을 지켜라.


이러한 신앙생활의 근본적 실천 덕목들을 명시적으로 규정해야 했던 데에는 앞에서 언급한 것 과 같은 열광주의에 대한 경계가 들어 있다. 열광주의자들의 사적·주관적 체험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교회가 전통적으로 가르쳐온 신앙 실천들—예를 들면, 공적 예배, 성례전, 말씀 선포, 성경 묵상 등과 같이 공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임하는 하나님의 은혜마저 경시하는 경향을 띄었다. 웨슬리는 이러한 그릇된 가르침을 경계하면서, 올바른 신앙 성장은 교회가 전통적으로 가르쳐온 신앙 실천들의 토대 위에서, 그리고 신앙 공동체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여기서 분명히 하였다. 


     또한, 세 번째 원칙에는 신자들의 영적 성숙과 이웃 사랑의 실천과 같이, 첫째와 둘째 원칙에 속한 신앙 실천들이 인간의 독자적인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시는 은혜와 성령의 능력에 응답하는 순종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확증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에 더하여, 웨슬리는 감리교인들이 영국 국교회의 모든 예배에 참석해야 하고, 거기서 베풀어지는 성찬에 반드시 참여해야 함을 의무로 규정함으로서, 감리교 신도회가 영국 국교회에 속한 하나의 단체(evangelical order)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감리교의 개혁 운동이 분파주의나 분리주의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신도회의 규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신도회의 규칙”은 모든 신도회원들이 이 규칙을 철저히 준수해 줄 것을 당부하는 다음과 같은 말로 끝을 맺는다.


만일 우리 가운데 누가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또는 습관적으로 위반한다면, 우리는 그에게 경고하여 알려줄 것이고 권면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회개하지 않는다면 그는 우리들 가운데 더 이상 남아 있을 수가 없다.


이와 같이 모든 감리교 신도회원들이 규칙에 동의하게 하고 이것을 지키도록 서로 권고를 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자들의 모임을 영적으로 건전하게 유지하고, 그들의 지속적인 영적 성장을 돕는 일에는 온정적이면서도 적절한 규율을 유지하는 공동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웨슬리는 목회 경험을 통하여, ‘은혜로 말미암아 의롭다함’을 얻는 회심의 체험을 한 사람들에게는 영적으로 성장하려는 열망이 자리 잡게 된다는 점을 확신하였다. 그는 회심을 단지 ‘죄 사함을 확증하는 순간’으로만 보지 않고 거듭남으로 보았다. 다시 말하면, 회심을 성령의 인도에 응답할 수 있는 존재로의 새로운 탄생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거듭난 사람들이 올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지와 격려와 영적 지도가 오가는 공동체가 필수적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신도회는 바로 이런 사람들의 영적 성장을 돕는 공동체였다. 웨슬리는 “혼과 몸이 사람을 만든다면, 성령과 훈련은 기독교인을 만든다.”는 말을 자주했다. 그는 이러한 확신을 가지고 대중 집회를 통해 회심한 사람들이 올바른 기독교인으로 성장하게 하는 일을 돕기 위해, 성서에 바탕을 둔 규율을 가지고 서로 권면하는 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일에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신도회의 규칙”이 내적 경건과 외적 경건의 조화를 강조하였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웨슬리는 개인의 사적이고 주관적인 체험만을 강조하는 것은 사람들의 신앙이 올바르고 조화롭게 성장하는 일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직시하였다. 그래서 그는 “악을 피하라, 선을 행하라, 모든 성회에 참석하라”는 규율을 가지고 공동체 속에서 훈련하게 함으로써, 신자들의 개인적 경건의 추구가 공동체의 상호 돌봄과 지도 속에서 행해지게 하였고, 또한 신앙인으로서 사회의 성결에 책임을 다하는 것을 훈련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조화를 강조한 감리교 부흥 운동이 근대 영국 사회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깊이 되새겨볼 점이다. 


18세기 영국의 상황과 오늘의 한국 교회 상황은 같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회심한 사람들의 신앙 성장을 돕고자, 공동체를 만들어 개인적 경건과 사회의 성결을 훈련하도록 한 웨슬리의 통찰은 오늘날  한국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글쓴이 : 남기정. '산책길' 기독교영성고전학당 연구원, 새열매연합감리교회 목사, GTU 기독교 영성학 Ph.D Candidate.


'산책길'은 2015년 한 해 동안 기독교 월간지 <목회와신학>에 '영성 고전에서 배우는 영성 목회'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목회와신학>의 양해를 얻어 이곳 산책길 팀블로그에서도 매달 글을 게재합니다. 위의 글은 2015년 5월 호에 실린 다섯 번째 글입니다.


  1. T. 런연, 《새로운 창조》, 김고광 역 (1999), 4장; 김진두, 《웨슬리의 실천신학》 개정판 (2004), 5장; Richard P. Heitzenrater, Wesley and the People Called Methodists (1995), Ch. 3; David Lowes Watston, “Methodist Spirituality,” in Protestant Spiritual Traditions, ed. Frank C. Senn (1986). [본문으로]
  2. John Wesley, “The Nature, Design, and General Rules of the United Societies (1743),” in The Methodist Societies: History, Nature, and Design, The Bicentennial Edition of the Works of John Wesley, vol. IX (1989), 67-75; 김진두, 《웨슬리의 실천신학》, 159-66.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