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리우스와 조랑말(토머스 머튼)

기타/고전 새롭게 읽기 2019. 7. 15. 12:27
토머스 머튼의 시를 한 편 우리말로 옮겨서 공유합니다. 마카리우스(Macarius of Egypt)는 4C의 사막 교부입니다. 이 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사막에서의 고독과 기도는 우리의 마음이 정화되어 자신과 하나님과 형제 자매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맑은 눈'을 가지게 한다는 것 한 가지만 이야기하면 충분할 듯합니다. 혹시 인용하실 분은 반드시 출처를 밝혀 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카리우스와 조랑말

 

 

사막의 언저리에 위치한

어떤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들의 생각에는) 그녀는

마법에 걸려

조랑말로 변해버렸다.

 

그들은 먼저 그녀를 질책했다.

“왜 너는 이렇게 말로 변해야 했느냐?”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녀에게 고삐를 채워

뜨거운 황무지로 데리고 갔는데

거기는 마카리우스라 불리는

성인이 수도실에서

살고 있는 곳이었다.

“아버지” 그들은 말했다.

“여기 있는 이 젊은 암말은

저희의 딸입니다, 또는 딸이었습니다.

그런데 원수들이, 사악한 사람들이,

마법사들이, 이 아이를

지금 당신이 보시는 짐승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제 하나님께 기도해 주셔서

이 아이를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바꾸어 주십시오.”

 

“저의 기도는” 마카리우스는 대답했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 눈에는 암말이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왜 여러분들은 이 착한 아이를

짐승이라 부릅니까?"

 

그러나 그는 그녀를 부모들과 함께

자신의 수도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하나님께 말씀드리며

그 소녀에게 기름을 부었다.

그가 어떠한 사랑으로 그의 손을

그녀의 머리에 얹는지를 그들이 보았을 때에

그들은 즉시 깨닫게 되었다.

그녀가 결코 짐승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바뀐 적이 없었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소녀였다.

 

“그대들의 원수들은

(마카리우스가 말했다)

여러분 자신의 눈입니다.

여러분 자신의 비뚤어진 생각이

(은자는 말했다)

여러분 주위의 사람들을

새나 짐승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여러분 자신의 나쁜 의도가

(맑은 눈을 가진 이가 말했다)

세상을 유령들로 가득 채웁니다.”

 

 

토머스 머튼 지음, 권혁일 옮김

『분노의 계절의 상징들』에서

 


Macarius and the Pony

 

 

People in a village

At the desert's edge

Had a daughter

Who was changed (they thought)

By magic arts

Into a pony.

 

At first they berated her

“Why do you have to be a horse?”

She could think of no reply.

 

So they led her out with a halter

Into the hot waste land

Where there was a saint

Called Macarius

Living in a cell.

 

“Father” they said

“This young mare here

Is, or was, our daughter.

Enemies, wicked men,

Magicians, have made her

The animal you see.

Now by your prayers to God

Change her back

Into the girl she used to be.”

 

“My prayers” said Macarius,

“Will change nothing,

For I see no mare.

Why do you call this good child

An animal?”

 

But he led her into his cell

With her parents:

There he spoke to God

Anointing the girl with oil;

And when they saw with what love

He placed his hand upon her head

They realized, at once.

She was no animal.

She had never changed.

She had been a girl from the beginning.

 

“Your own eyes

(said Macarius)

Are your enemies.

Your own crooked thoughts

(said the anchorite)

Change people around you

Into birds and animals.

Your own ill-will

(said the clear-eyed one)

Peoples the world with specters.”

 

By Thomas Merton(1915-1968)

from Emblems of a Season of Fury

New Directions, 1963.

 

Macarius of Egypt (300-391)

 

 

 

posted by 바람연필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사막 교부)

한 줄 묵상 2014. 11. 6. 14:44

임종이 가까이 왔을 때 압바 아가돈은 삼일 동안이나 계속 눈을 뜬 채 누워 있었다. 제자들이 그의 몸을 흔들며 물었다, "압바 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그가 말했다, "나는 지금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 있다네." 그들이 물었다, "두려우신가요?" 그가 말했다, "나는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며 살고자 최선을 다해왔지. 하지만 나는 인간일 뿐. 내 행한 일을 과연 하나님께서 기뻐하실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겠나?" 제자들이 물었다, "경건하게 살아오신 삶에 대해 확신이 없으신가요?" 압바가 말했다, "하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나. 하나님의 심판/판단과 사람들의 심판/판단은 다르기 때문이지." 그들이 계속 더 말씀해주길 청하자, 그가 말했다, "청컨대, 내게 말을 시키지 말아주게나. 나는 지금 바쁘다네." 그리고는 그 순간 그는 기쁨 가득한 모습으로 숨을 거두었다. 제자들이 보니, 그가 숨질 때 모습은 마치 사람이 자기 친구나 사랑하는 이를 포옹하는 모습 같았다. 그는 모든 일에 있어 늘 깨어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자주 이렇게 말하곤 했다, "깨어있지(vigilance) 않고는 사람은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네. 하나의 덕도 이루지 못하지."


The Book of the Elders: Sayings of the Desert Fathers, The systematic collection 

(Collegeville, MN: Cistercian Publications, 2012), 190 (Agathon 29b).


"나는 지금 바쁘다네(I am busy)."

했다는 말에 오래 생각이 머물렀다. 


하나님 앞에서 정신 차리고 깨어있는 일로 바빴다는 것인데, 

죽는 순간까지 그런 일로 바빴다니..


죽는 순간 

죽음이 그에게 친구요 연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래서 였을 것이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늘 서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


눈을 뜨고 살고 있나.. 


/ 이종태





posted by 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