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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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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의 회복 : 한 해의 마무리와 시작을 위한 기도 안내 대림절을 시작으로 신앙력은 이미 한 해가 시작되었어요. 새해인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의 시간은 한 해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갑니다. 신앙력과 세상력의 사이에서, 우리는 전자에 의한 고요한 기다림과 출발보다는 후자가 주는 힘에 더 압도되는 것 같아요. 모임도 많고 마음도 분주합니다. 커다란 박스를 꺼내놓고 12월 31일까지 한 해의 모든 것을 다 쓸어 담고 테잎으로 서둘러 봉인해 버리는 듯합니다. 그리고 1월 1일을 장모가 사위 맞듯 그렇게 가슴만 두근거리는 채 일거리에 쌓여서 정신없이 맞아들입니다. 지난 한 해를 음미할 시간도, 새해를 조용히 가늠해볼 시간도 빼앗긴 채, 우리는 고속도로를 그저 질주합니다. 지나온 길에 대해 조용히 생각하며 방향과 속도를 조정하는, 즉 성찰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위협..
6. 귀고 2세에게 배우는, 렉시오 디비나를 통한 ‘영성 목회’ 6. 귀고(Guigo) 2세에게 배우는,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통한 ‘영성 목회’ 한국교회 안에서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는 이제 그리 생경한 단어가 아니다. 라틴어 '렉시오(lectio)'는 ‘모으다’, ‘필요한 것을 선택하다’, ‘눈으로 모아들이다’라는 뜻의 'legere'에서 온 명사형으로, ‘기록된 본문을 눈으로 훑어보아 마음에 모으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렉시오 디비나는 ‘거룩한 말씀을 눈으로 훑어 마음에 모으는 영적훈련’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교회와 교인들은 렉시오 디비나를 QT(경건시간)의 다른 표현으로 이해하여 교회 내 대안적 프로그램으로만 이해하고 있으며, 고대 사막의 수도자들에 의해 시작되어 12세기 카르투시오 수도회에서 윤곽을 ..
렉시오 디비나의 ‘기도’ (귀고 2세) 오 주님, 주님이 성경의 양식을 쪼개 주실 때, 그 말씀에서 주님 자신을 제게 보여주십니다. 그 때 제가 주님 보기를 더 원할수록, 주님을 보기를 더욱 사모할수록, 주님은 제게 성경의 글이 아닌, 그 껍데기의 의미가 아닌, 글 안에 숨겨있는 의미로, 그 깊은 말씀 안으로 저를 인도하십니다. - Guigo II(?-1188), Ladder of Monks and Twelve Meditations, trans. Edmund Colledge and James Walsh (Kalamazoo, MI: Cistercian Publication, 1981), 69. 귀고 2세는 《수도승의 사다리》에서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읽기(Lectio), 묵상(Meditatio), 기도(Oratio), 관상..
하나님께 전달되는 목소리 (닛사의 그레고리) 만약 지도자가 하나님과 대화 할 수 없는 자라면 백성들은 하나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에만 관심을 두지 하나님을 볼 수 있는 은밀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용기를 내도록 권유하는 동시에, 하나님을 향해 울부짖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께 전달되는 목소리는 단순한 외침이 아니라 순수한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묵상을 통해서 나온다. -닛사의 그레고리우스 (St. Gregorius Nyssenus, 335-395), 고진옥 옮김, 《모세의 생애》, (은성출판사, 2003), 111. 설교를 위해 강단에 올라가기 전 습관마다 행하는 일이 있다. 거울을 바라보는 것이다. 넥타이는 잘 매어져 있는지, 머리는 잘..
잘못된 영성 훈련의 병증 (귀고 2세의 <수도승의 사다리>) 묵상 없는 독서는 건조하며 독서 없는 묵상은 오류에 빠지기 쉽고, 나아가 묵상 없는 기도는 미지근하며 기도 없는 묵상은 결실이 없는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겠습니다. 정성들인 기도는 관상을 얻게 해주며, 기도 없는 관상의 선물은 드물고 기적에 가까운 것이라 하겠습니다. - 귀고 2세(Guigo II: ?-1188), , 엔조 비앙키 지음, 이연학 옮김 《말씀에서 샘솟는 기도》(왜관: 분도, 2010), 154-55에서. 귀고 2세는 12세기 카르투지오 수도회의 원장을 지낸 분이다. 카르투지오 수도회는 베네딕트 규칙서를 엄격하게 지키기 위해 11세기에 설립된 수도회이다. 몇 년 전 개봉되어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는 다큐멘터리 은 이 수도회의 일상을 다룬 것이다. 봉쇄 수도원의 깊은 침묵이 분주한 현대인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