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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교부들의 금언집(The Sayings of the Desert Fa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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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생각을 태우소서 어떤 형제가 한 운둔자를 찾아와 말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 생각이 저를 너무도 괴롭힙니다.”은둔자가 대답했다. “그대는 가공할 무기, 곧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던져버리고, 대신에 갈대로 만든 막대기, 곧 사악한 생각을 손에 쥐고 있구려. 다시 불을 움켜쥐시오. 불을, 가공할 무기를,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움켜쥐시오. 그러면 사악한 생각들이 접근할 때에 마치 불이 갈대를 사르듯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그것들을 온통 파괴할 것이오. 악한 생각들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을 압도할 수 없소이다.” - 사막 교부들 지음, 배응준 옮김, 《깨달음》, (서울: 규장, 2006), 88-89. 꿈에서 이 분이 등장한 게 벌써 세 번째이다. 간헐적이긴 하지만 이렇게 지속적으로 내 꿈에 등장..
순결을 낳는 침묵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 압바 이사야가 말했다. "말하기보다 잠자코 있는 것을 좋아하라. 침묵이 보물을 쌓아두는 것이라면, 말하는 것은 보물을 흩뜨리는 것이다."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 주제별》, ch.4, 18. 침묵한다는 것, 반드시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침묵을 통해 거짓과 잘못을 숨길 수도 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무너뜨리고 파괴할 목적으로도 쓰인다. 부모의 자녀들을 향한 침묵은 종종 벌로써 쓰일 때도 있다. 사막 수도자들이 얘기하는 침묵은 이런 것들과는 다르다. 그리고 단순히 입으로 말을 그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침묵은 사막 수도자들에게 자신들의 내적 고요함과 평화를 찾고 유지하기 위한 반드시 필요한 훈련이었다. 이런 침묵은 생명력을 가져다 준다. 각종 소음으로 요동하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
장명등을 밝히는 사람들 :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와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 2013년 8월의 추천 고전장명등을 밝히는 사람들 :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와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 시간을 '때우기 위해' 교회 북까페의 책장을 기웃거리다가 반가운 제목을 발견했다. 이전에 어디선가 광고를 보고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인데, 이곳 태평양 바다 건너편에서 마주치게 된 것이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은 평소 좋아하는 작가이고, 지리산도 스무 살 때 무거운 배낭 위에 텐트까지 얹어서 기다시피 올랐던 '지리산 등반대'의 초록빛 추억이 깃든 산이다. 게다가 평소 제법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교'에 관한 글이라 책 제목을 보는데 군침이 막 돌았다. 그러나 책장을 몇 장 넘기지 않아도 이 책이 나의 예상과 달리 '교육'에 관한 책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
이성적인 사색보다는 경험적인 언어로서의 '기도' 사부교부 마카리우스는 '우리는 어떻게 기도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단지 그대의 두 손을 펴고서 '주님, 당신이 잘 알고 계시오니 당신의 뜻대로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하라. 만일 갈등이 더 치열해지면, '주님, 도와 주소서'라고 하라. 주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잘 알고 계시며,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실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 The Sayings of the Desert Father: The Alphabetic Collection, trans. Benedicta Ward. 131.의 글을 제 16장 638에서 재인용.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모든 몸 짓은 '영스러운 것'이다. 이 영은 가둘 수 없다. 제한 할 수 없다. 흐르는대로 움직이게 해야한다.기도만큼..
눈물로 적셔진 사막(사막 교부들의 금언집) 어떤 원로가 말하기를 "우리는 육체에 그림자를 어느 곳이든 달고 다닌다. 그와같이 눈물과 슬픔을 어디서든지 지니고 다녀야 한다." , ch.3, 24. 신앙 수련회를 가게되면 "반드시 챙겨야 할 물품"이 있었다.성경, 찬송, 필기도구, 세면도구 ...... 기독교 신앙 생활 전반에도 비교적 널리 인정 받고있는 필수품들이 있다.주일성수, 헌금생활, 금연, 금주 ...... 제법 규모가 있는 교회들이 찾고 있는 목회자들 중에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건들 중 하나가 박사학위라고들 한다. 사막 수도자들이 그림자처럼 붙이고 다녀야 했던 필수품 무엇이었을까?"영혼의 애통함 (penthos)"이었다. 외로워서도, 삶이 고생 스럽고 신세가 처량해서도 아니다. 하나님 앞에 홀로 서 보면 그저 눈물이 났던 것이다. 끊임없는..
자기 꽃을 피우라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 ❝ 한 형제가 한 은수자에게 물었다. '제가 할 수도 있고 또 삶의 지침이 될만한 선한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그 은수자가 이르기를, '하나님 한 분만이 무엇이 선한 지를 아신다네. 하지만, 안토니의 친구인 대 니스테로스에게 어느 은수자들 중의 한 분이 이처럼 물었다는 것을 들었다네. '어떤 선한 일을 행해야만 할까요?' 그러자 그가 답하기를, '사실 모든 일들이 동일하게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않던가? 성경에 이르기를 아브라함이 손님을 환대하였기에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 하셨고, 엘리야는 고요함을 좋아하였기에, 그리고 다윗은 겸손하였기에 하나님께서는 그와 함께 하셨다네. 그러니,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가운데 그대가 무엇을 갈망하는지 알아야하네. 그리고 그것을 행하고 그대의 중심에 평화가 깃들도록 하게...
시험을 감사하라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 테베의 요셉(Joseph of Thebes)이 이르기를, "하나님으로부터 칭찬 받을 만한 세 가지 때가 있습니다. 첫째는 어떤 병약한 사람에게 시험들(temptations)이 닥쳐올 때 그러한 것들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때입니다. 둘째는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 인간적인 동기 같은 것을 혼합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그저 순수하게 하는 때입니다. 세 번째는 제자가 자신의 뜻을 내려놓고 영적인 아버지께 순명하는 때입니다."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 (주제별)》Ch. 1. 9 나에게는 아픈 딸이 있는데, 윗글을 통해 '육신이 아파서 찾아오는 시험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다 보는 계기를 가지게 된다. 자신이 힘든 상황에 몰입되어 있다가 보면, 먼저는 어떤 것들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시험거리들인지 분별하고자 하..
사막의 꽃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 "팜보(Pambo) 교부가 안토니 교부에게 물었다. ‘제가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그러자 연로한 안토니가 말하기를, ‘그대 스스로 의롭다고 여기는 것에 신뢰를 두지 마시오. 지나간 과거를 염려하지 마시오. 그러나 말(tongue)과 육욕(stomach)을 통제하시오.’”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 (주제별)》Ch. 1. 2.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에 실린 이야기의 대부분은 많은 대중들을 앞에 두고서 행해진 대화나 가르침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이고도 개별적인 정황에서 펼쳐진 것이었다. 팜보교부는 안토니 교부(Saint Anthony)에게 자신의 삶에 필요한 실제적인 가르침을 청한다. 그러자 안토니는 제일 먼저, 자기 나름의 의(own righteousness)에 기대지 말라고 그에게 가르침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