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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일상, 생명의 자리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

한 형제가 스케티스에 있는 모세 교부(Abba)를 찾아와 교훈의 한 말씀을 청했다. 그러자 그 원로가 말하기를,


"가서 자네의 독방(cell)에 좌정하게나. 그리하면 그 방이 자네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줄테니"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 주제별>>, ch.2, 9.


"홀로 지낼수록 함께 있음"의 신비를 체험코자 

사람들은 사막 독방(cell)의 고독을  기꺼이 선택했다.


독방과 고독은 이들의 일상이었고 삶의 중심 축이었다. 


하지만 무료함이 밀려왔다. 

일상이 더 이상 의미를 던져주지 못하는 일들이 자연스레 생겨났다. 


단조로운 노동과 독서, 그리고 기도로 채워진 일상에서 


"경탄과 경이"는 뜨거운 햇볕에 점점 말라만 들어가고, 

"권태(아케디아, akedia)"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고독(solitude)" 대신 

"고립(isolation)"이 가슴 가운데로 밀려왔다.


원래 수도자들은 독방의 고독이 가져다 준 주체할 수 없는 자신의 때묻은 참모습에, 

구원과 치유가 절실하게되어 원로를 찾아 구원의 한 말씀을 청하지 않았던가? 

오늘 모세교부의 대답을 보니 그렇지만은 않았던것 같다.


홀로 보내는 일상의 무료함은 외출의 핑계를 사냥하게 만들었다. 

새롭고 자극적인 맛을 동경하게끔 만들었다. 


경험이 풍부한 영적 지도자(spiritual director)인 모세교부가 이것을 모를리 없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하나님의 영광의 흔적을 더듬어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일상, 하나님 만나기" 류호준, 9)


"일상을 정성스럽게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덧정 없이 떠도는 우리 마음을 지키는 닻이다."

                                                                                         ("일상 순례자" 김기석, 20)


"절대 고독의 가운데 우뚝 선 자, 그가 곧 수도자다. 언제나 꽃처럼 새롭게 피어나는 자, 그 꽃향기로써 넘치는 자, 그가 곧 수도자다."                                                      (인도고전)


오늘,

나의 일상, 

부름의 자리, 삶의 중심축

어떻게 맞이하고 있나?       


"가서 자네의 일상(독방)에 좌정하게나........"


/오래된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