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산책길> 2, no. 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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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존 웨슬리의 "영적 독서를 위한 조언"은 그가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간추려 요약본으로 출간하면서 그 책에 쓴 서문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 웨슬리가 말하는 영적 독서는 '영성 고전 독서', 곧 영성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신앙의 선현들의 글을 읽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의 글은 "영적 독서를 위한 조언"이라는 제목으로 <한 줄 묵상>에 다섯 번에 걸쳐 연재 되었던 글들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웨슬리의 조언을 아래의 해설/묵상글과 함께 읽는다면 오늘날 우리의 영성 고전 독서에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한다.
첫째, 매일 일정 시간에 영적 독서를 하겠다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선언하고, 이것을 지키십시오…….
둘째, 순수한 의도로, 그대의 영혼의 양식을 얻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이 독서에 임하겠다는 다짐으로 이 독서를 준비하십시오. 그리고 읽는 동안, 하나님께서 그대의 눈을 열어 주셔서 그분의 소원을 알아 보고, 그것의 실행을 결단하고, 나아가 그것을 이루기까지 그대를 이끌어 주시기를 비는 간절한 기도로 이 독서를 준비하십시오…….
셋째, …… 반드시 여유있게, 신중히,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가며 읽어야 합니다. 읽는 중간 중간 잠시 멈추어 하나님의 은혜가 그대에게 비추는 깨달음의 빛을 받아들이도록 하십시오. 이를 위해, 때때로 읽은 것을 되돌아 보고, 그것을 짧은 문구로 만들어 반복적으로 되새기십시오……. 그대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문장들, 특히 그대의 영적 성향과 실천에 요긴한 구절들은 반복해서 여러 번 읽는 것이 유익합니다.
넷째, 그대가 읽은 것에 상응하는 감흥을 일깨우도록 하십시오. 그저 지식만 더할 뿐 감동도 열정도 없는 독서는 무익합니다. 읽으면서 행간에 하나님을 향한 간절한 열망을 더하십시오. 그분의 빛 뿐아니라 그분의 열정을 구하십시오.
마지막으로, 항상 주님께 드리는 화살기도로 영적 독서를 마무리하십시오. 그리하여 …… 그대의 마음 밭에 뿌려진 좋은 씨들이 주님의 복을 받아, 자라고 열매 맺고, 나아가 그 열매가 영원한 삶을 낳게 하십시오.
- 존 웨슬리(John Wesley, 1703-1791), Part of the “Preface” to his Abridgment of Thomas à Kempis’ Treatise of The Imitation of Christ (1735)
<첫째 조언에 대한 해설과 묵상>
존 웨슬리는 사람들의 영적 성장을 돕기 위해 많은 글을 쓰는 한편, 많은 영성 고전들을 편집하고 출판하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긴 고전 중 하나이다. 그는 이 책을 자기 시대 상황에 맞게 창의적으로 번역하여 출판하였다. 이 책의 서문에서 웨슬리는 영적 유익을 도모하기 위해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다섯 가지로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비단 이 책뿐 아니라 모든 영성 고전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읽어 달라고 신자들에게 부탁하고 있다.
위에 소개된 인용문은 그 다섯 가지 중 첫번 째 조언의 첫 문장이다. 웨슬리는 영적 삶에서 질서(orders)와 규칙(rules)를 중시한다 (그래서 얻게된 별명이 Methodist이다!). 그에 따르면 영적 완성(entire sanctification)까지 이르는 생활, 즉 구원의 여정(the order of salvation)을 잘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영적 규칙(rules)를 따르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와 관련해서 어거스틴도 “습관의 폭력”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하나님 아닌 다른 것들을 향해 굳어진 우리의 욕망, 감정, 기억들은 그릇된 문화와 습관을 만들어 냈고, 그것들이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감지하고 그것에 따라 사는 삶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장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습관의 폭력”을 청산하고 구원의 질서를 따라, 새로운 삶의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성화의 길이라고 웨슬리는 보았다. 주위 사람에게 자신의 결심을 알리는 것은 그러한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공동체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성령의 도움심과 신앙 공동체의 도움에 자신을 개방하고, 그들과 함께 성서와 신앙 선현들의 영적 고전 읽는 일은 그릇된 “습관의 폭력”을 이겨내기 위한 실천 중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일 것이다.
<둘째 조언에 대한 해설과 묵상>
“순수한 의도”는 문자적으로는 “의도의 순수성(The purity of intention)”이라고 옮길 수 있다. 이말은 그리스도인이 어떤 일을 행하고자 할 때, 그 의도와 열망이 언제나 하나님만을 향한 순수하고 온전한 사랑에서 비롯되어야 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웨슬리 영성에서 “의도의 순수성”은 한 신자의 영적 수행이 완전 성화를 향하고 있는가를 분별하는 가장 중요한 판별 기준이다. 웨슬리는 우리의 노력이 온전히 하나님께만 바쳐지지 않고 나 자신을 위하는 것이 된다면, 이는 결국 사실상 사탄을 위하는 것이 되고 만다고 말한다.
영적 독서 뿐 아니라 모든 영적 실천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반드시 나의 일부만이 아니라 나의 온 “마음과 뜻과 힘과 정성”을 다 드리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그것을 수행하려는 열망은 언제나 하나님 사랑에서 비롯되어야 하고, 그것을 이루려는 모든 시도는 언제나 하나님을 소원을 이루겠다는 의도에서만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수행은 아무 유익이 없는 일이되고 말 것이다.
<셋째 조언에 대한 해설과 묵상>
읽은 것을 되돌아 보고(recollect) : 신앙 생활에서 기억(recollect)은 매우 중요하다. 어거스틴이 상기시켜주는 바처럼 우리의 기억은 우리의 영혼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우리의 '구원은 기억에서 시작'된다. 구원은 하나님의 구원사(史)와 나의 삶의 역사가 만나서, 내 삶이 하나님의 구원 역사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이 일은 내 기억을 하나님의 구원 이야기로 채워가는 데서 가능하다.
토마스 아 켐피스의《그리스도를 본받아》
짧은 문구로 만들어 반복적으로 : 이 서술은 베네딕트회에서 정리된 성서적 기도 방법인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의 원리를 떠올리게 한다. 렉시오는 말씀을 읽고(Lectio), 그것으로 기도하고(Oratio), 그것을 숙고하고(Meditatio), 컨템플레이트(Contemplatio)하는 네 단계를 매일 주기적으로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기도 실천이다. 이 실천은 하나님을 끊임없이 기억하는 일을 실현한 기도의 실례이다. 여기서 컨템플레이션(Contemplatio, 관상)은 말씀에 대한 깊은 묵상을 통해 내가 말씀과 하나가 되고 그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읽은 말씀 중 마음에 가장 와닿는 구절을 끊임없이 신중하게 반복하는 일은 이러한 컨템플레이션에 이르는 데에 도움 되는 중요한 실천 중의 하나로 여겨졌다. 웨슬리의 영적 독서 방법도 이와 같은 일을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장 감동되는 한 구절을 호흡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우리는 일을 하면서도 하나님의 말씀과 은사에 나의 의식(awareness)을 지속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 즉 짧은 구절의 반복은 내가 언제나 하나님의 임재 속에 살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넷째 조언에 대한 해설과 묵상>
우리의 읽기가 지식만을 얻기 위한 독서(reading for information)에 머물지 않고, 이를 넘어 삶의 변화를 일으키는 독서(reading for transformation)가 되도록 하는 것이 영적 독서의 핵심이다. 이러한 변혁을 위한 독서를 하기위해서는 우리의 이성뿐 아니라 감성과 의지까지 함께 모아 읽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마음은 이성, 감성(열정), 욕망(의지)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이성과 열정과 의지을 참여시켜, 온 마음으로 하는 영적 독서는 우리의 마음을 변화시키고[1], 이러한 마음의 변화는 우리의 행동을 가져온다. 우리의 행동은 우리의 감정과 욕망과 생각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동의 변화가 지속되면 새로운 습관(habit)이 된다. 그리고 습관의 변화는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 그러므로 변혁적 책읽기는 거룩한 말씀이 우리의 몸을 입는 일이다[2].
<다섯째 조언에 대한 해설과 묵상>
화살 기도(ejaculation)란 “아버지”, “예수님”, “하나님, 저를 도와 주소서”, “주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님께 영광!”, “하나님 찬미받으소서!” 와 같은 짧은 경구로 간결하지만 간절하게 드리는 기도를 말한다. 하나님을 향한 기도로 영적 독서를 마무리하면서, 신자는 하나님과의 일치를 유지하는 컨템플레이션(contemplation)의 상태에 머물면서 동시에 그리스도를 따라 자신의 삶의 자리로 돌아와 그리스도와 동역하는 사도직을 수행하는 해 나간다.
이상 다섯 가지로 정리된 '웨슬리의 영적 독서에 관한 조언'은 성서 읽기와 영성 고전 읽기에 적용하면 영성훈련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기독교 역사의 거의 모든 시대에서 영적 독서는 중요한 기도 실천 중의 하나였다. 이 기도[영적 독서]는 무엇보다 우리가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은혜를 누리고, 하나님의 뜻과 열망을 깨달아 그것을 받드는 삶을 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실천이다. 웨슬리의 영적 독서에 관한 가르침은, 이런 기도 실천을 심화하려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리리 확신한다.
/ 번역, 해설 새결새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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